연 400조원에 달하는 나랏돈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흘러가야 하는데 중복지원과 관성에 따른 예산 편성으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새 정부가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했지만 현재의 지출구조만 바로잡아도 일자리와 복지 확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예산 내역을 따져보니 1971~2017년의 규모는 5,460억원(결산)에서 400조원으로 730배 이상 증가했지만 구조는 변화가 거의 없다. 1971년 20.1%였던 경제개발 관련 예산 비율은 구체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2005년에도 21%였고 현재도 큰 틀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복지도 재정지원이 아닌 국민연금 같은 기금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돈을 많이 내는 고소득층에 복지혜택이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효율성이 의심되는 사업도 많다. 광부는 2,000여명 수준인데 1조원의 석탄보조금이 나가고 있고 연 수출액이 2억원에 불과한 양잠에 대한 지원예산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처럼 정부가 아닌 곳에서 수행하는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지원 건수는 약 2,000개에 규모만도 58조원이다. 정부 예산 규모(400조원)를 감안하면 정도를 넘어선다.
R&D도 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연간 19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R&D 서비스수지는 22억4,000만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다. 해외에 R&D를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 지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3%로 시혜적 성격의 지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예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복·누수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이행하려면 5년간 총 178조원, 연평균 35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불용예산과 중복·누수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1년 정부 예산의 10%인 40조원 정도는 확보 가능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이태규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