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8. 21:31ㆍC.E.O 경영 자료
4만 곳 육박…'편의점 왕국'의 한숨
인구당 편의점 수 日의 1.6배
올 7개월간 5000곳 급증
창업비용 적어 너도나도…
점포당 수익 계속 줄어들어
최저임금 상승까지 겹쳐 더 근심
日편의점 면적 크고 주차장까지
전문가 "양보다 질적 성장 필요"
서울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진열대를 정돈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3만7539개로 인구 1365명당 1곳에 달한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2226명당 1곳)을 능가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올해부터 한 달에 하루만 쉬고 매일 편의점으로 출근한다. “수익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장을 유지하려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어서”라고 한다. 5년 전 김씨가 편의점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반경 300m 안에 편의점은 김씨 점포를 포함, 2개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5개 점포가 경쟁을 하고 있다. 김씨는 “새 점포가 들어설 때마다 수익이 주저앉는다”며 “내년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아예 수익이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구당 편의점 수, 일본의 1.6배
최근 편의점 수가 급속히 늘어나며 인구당 편의점 점포 수가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달 기준 3만7539개에 이른다. 국내 인구 5125만명 기준으로 봤을 때 1365명당 편의점 1개가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편의점은 5만6160개(3월 기준)로 2226명당 편의점 1개꼴이다(인구 1억2500만명). 일본보다 편의점 수는 적지만, 인구 대비 점포 수를 따지면 1.6배 많은 상황이다.
증가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1년 말 2만1221개였던 편의점은 지난해 말엔 3만2611개로 5년 동안 1만1000여 개 정도 증가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선 7개월 만에 5000개 가까이 급증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CU(씨유)·GS25·세븐일레븐 등 메이저 업체들은 물론 후발 주자인 이마트24 등도 점포 늘리기에 적극적이어서 올해 중에 전국 편의점 수는 4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편의점의 급증은 점포 운영이 외식업 프랜차이즈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창업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편의점 평균 창업 비용은 지난해 기준 7120만원으로 한식 프랜차이즈(1억1020만원), 커피전문점(1억2496만원), 피자집(9979만원) 등 다른 업종보다 낮았다. 여유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도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에 예비창업자들이 몰린다는 것.
한정된 시장에서 점포 수가 급증하다 보니 점포당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5년 기준 경제 총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별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3년 5.3%에서 2014년 5.2%, 2015년 4.3%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치킨집 영업이익률은 13.7%에서 17.4%로, 커피전문점은 8.5%에서 13.1%로 올랐다. 이익률 자체가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에 비해 낮은 데다 그나마도 꾸준히 감소하는 것이다.
◇점포 포화에 최저임금 상승… 이중고 시달리는 편의점 업계
점포 포화상태에서 ‘근접 출점’으로 인한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이달 초 부산 한 건물에서는 2층에 GS25 편의점이 운영 중인 상황에서 1층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려다 논란이 일자 입점을 철회한 일도 발생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동종 업종 프랜차이즈 매장이 근처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다.
편의점 업체마다 자사 점포 간에 최소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기존 편의점 근처에 입점하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근접 출점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6월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편의점을 포함한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 때 기존 매장 1㎞ 이내에는 출점할 수 없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시간당 6470원인 최저임금이 2018년 7530원으로 오르면 편의점 점주들 수익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편의점 본사에서도 점포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점포의 크기를 키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한국 편의점 평균 면적은 72㎡(약 22평), 일본은 132㎡(약 40평)로 한국 편의점 크기는 일본 편의점의 절반 수준이다. 좁은 면적에서 다양한 물건을 진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이미 적정 편의점 점포 수를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업체들이 양적인 성장 정책을 고수한다면 개별 가맹점주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편의점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일본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매장 크기를 키우는 등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충령 기자 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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