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27 03:11 | 수정 : 2017.10.27 08:56
[오늘의 세상] '중동 특수'가 다시 온다
- 한국형 원전 수출 작전
20조원 원전 2기 수주 참여 선언… 사우디, 10기 추가 발주 예정
- 서울 면적의 44배 '네옴 신도시'
한국, 사막도시 개발 경험 풍부… 건설사들 최대 규모 수주 기대
25일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5000억달러(약 564조원)를 투입해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건설업계는 "1980년 완공 당시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평가받았던 주베일 산업항 건설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 프로젝트"라고 보고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는 해외 주재원과 사우디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네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계획안을 파악하는 한편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한 태스크포스 설치 준비에 나섰다. 정부도 26일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아델 빈 무하마드 파키흐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다.
◇사우디, 2030년까지 원전 2기 건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파키흐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가 추진하는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사우디는 총 2.8GW (기가와트) 규모 원전 2기를 2030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사업 규모는 2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우디는 입찰 일정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관은 파키흐 장관에게 한국이 40년 이상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원전 시공과 사업 관리 역량을 입증해왔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한국이 예산과 공기를 준수하면서 중동 지역에 원전을 건설한 경험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은 2009년 UAE에서 원전 4기를 수주했으며 1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사우디는 2040년까지 총 17GW 용량의 원전을 설치해 현재 0%인 원전 비중을 1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발주가 임박한 2기 외에 10기 이상이 추가 발주될 예정으로 사업비 규모는 약 1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사우디 원전 첫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면 이후 추진되는 사업 진출에 파란불이 켜진다"고 말했다. 가장 큰 경쟁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8월 장가오리(張高麗) 상무 부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는 등 원전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대표적인 친미(親美) 국가인 사우디는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중국보다는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우디에 '한국형 신도시' 개발 붐 기대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북서부 홍해 연안에 서울 면적(약 605㎢)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해외 수주가 신통치 않았던 건설업계는 신도시 건설 노하우와 IT를 접목한 스마트시티 기술을 앞세워 전통의 '수주 텃밭'인 사우디에서 또 한 번의 특수(特需)를 기대하고 있다. 1973년 말 삼환기업이 알울라~카이바 간 고속도로 공사를 따낸 이후 국내 기업들은 사우디에서 총 1789건, 1391억달러(약 156조원)에 달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한국 건설이 지금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의 18%가 사우디에서 나왔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이미 사우디에서 다양한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네옴 프로젝트 수주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포스코건설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현지 합작 법인 펙사를 만들어 '메디나 하지 시티' 신도시에서 9억달러 규모의 호텔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PIF는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은 현재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에 7만가구가 들어설 '다흐얏 알푸르산' 신도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작년 3월 사우디 주택부와 MOU를 체결했고, 올해 5월엔 마스터플랜 발표회를 열었다. 대우건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파키흐 장관을 만나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엔 손병석 1차관이 사우디를 방문, 주택부·교통부 장관 등을 만나 한국 기업의 스마트시티와 첨단 인프라 분야 진출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