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특활비, 우리도 법무부에 105억 보냈는데…"

2017. 11. 18. 20:33이슈 뉴스스크랩

검찰 내부 "특활비, 우리도 법무부에 105억 보냈는데…"


입력 : 2017.11.18 03:10

[국정원장 뇌물죄 적용 놓고 논란]

前정권 국정원장 2명 동시 구속… 기각된 이병호 영장 재청구 방침
수사비 명목으로 지원된 예산, 관행적으로 법무부에 일부 전달
"국정원 수사 자격 있는지 의문"

남재준, 이병기
남재준, 이병기
검찰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40억원을 청와대에 뇌물로 건넨 혐의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17일 구속했다. 이날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마무리되면 특수활동비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조사해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그동안 이 사건을 뇌물 혐의로 수사해왔다. "하급 기관인 국정원이 인사·지휘 권한을 쥐고 있는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보내는 일 자체가 뇌물"이라는 것이다. 그 돈을 공적(公的)으로 썼든 사적(私的)으로 썼든 관계없이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논리라면 검찰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도 관행적으로 특수활동비를 검찰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가진 법무부에 건네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검찰은 매년 특수활동비 예산의 일부를 법무부에 건넸다. 검찰은 올해도 특수활동비 285억원 중 105억원을 법무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수사비 지원 명목으로 지원되는 돈이다. 그 돈을 수사 기능이 없는 법무부에 보낸 것이다. 이 돈은 주로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검찰국에서 써왔다. 역대 검찰총장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그 돈은 법무부 장관을 위해 남겨둔 돈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 논리를 들이댈 경우 역대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지금도 상급 기관에 특수활동비를 주는 검찰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을 수사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구치소 나오는 이병호 前 국정원장 - 1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원장이 청와대에 4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구치소 나오는 이병호 前 국정원장 - 1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원장이 청와대에 4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됐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4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한 지 나흘 뒤 같이 근무하던 후배 검사 6명,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과 함께 1인당 9만5000원짜리 저녁밥을 먹은 뒤 법무부 과장들에게 100만원을 줬다. 격려금 명목이었다. 안태근 국장도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의 격려금을 건넸는데, 이 돈이 검 찰에서 받은 특수활동비였다. 이 일로 이 전 지검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국정원이 청와대에 건넨 특수활동비나 검찰이 법무부에 건넨 특수활동비의 성격은 사용처에선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선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검찰이 국정원을 수사하려면 스스로 이제까지의 관행에 문제가 없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18/20171118001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