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126조 퍼부었지만… 10명 중 1명만 "도움 됐다"

2018. 1. 5. 19:56C.E.O 경영 자료



저출산에 126조 퍼부었지만… 10명 중 1명만 "도움 됐다"

       

[아이가 행복입니다] [1부-한국인의 출산 보고서] [3] 출산장려책 12년간 '헛다리'

25~451004명 조사해보니59%"저출산 대책 모른다"

126, 4대강 사업의 6배인데백화점식 대책만 내놔 '대실패'

·가정 양립 정책은 진전 없고 저출산과 무관한 곳에 돈 줄줄 새

저(低)출산 문제를 풀자며 정부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26조5587억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4대강 사업(22조원)에 투입한 돈의 거의 6배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본지가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 결혼 및 육아 세대 25~45세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해보니 과반(59%)이 "저출산 대책을 모른다"고 했고, 저출산 대책을 "안다"고 응답한 이들 중 "정부 정책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비율은 더 낮았다. 전체 응답자 열에 한 명(12%) 정도였다.

◇국민이 모르는 저출산 대책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저출산 문제의 키를 쥔 젊은 세대(25~45세)가 정작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 확인됐다. '정부가 시행 중인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나'란 질문에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3%뿐이었다. '대체로 알고 있다'(38%)는 응답까지 합쳐 "안다"는 41%에 그쳤다. 반면 '전혀 모른다'는 응답도 17%였고, '잘 모른다'(42%)는 응답까지 합치면 국민 다섯 명 중 세 명꼴(59%)로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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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을 안다'고 답한 사람들은 대책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정부 대책이 저출산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묻자 '도움이 된다'(29%)가 '도움이 안 된다'(71%)보다 훨씬 낮았다. 결혼 및 육아 세대 중 '출산 장려 정책을 알고 있고, 정책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응답자는 12%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백화점식 저출산 대책에 대해 '실패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지금까지 있어 왔던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50년 전 표어만 거꾸로 한다고?

인구 감소세로 처음 저출산 대책이 나오고 2006년 2조1445억원 투입된 저출산 극복 재정은 2017년 24조1150억원으로 11배가 됐다. 12년간 총 126조5587억원을 들였는데, 출생아 수는 되레 44만8153명(2006년)에서 2017년 35만6000명(2017년 예측치)으로 줄었다. '대실패'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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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원인은 '부모의 바람과는 다른 예산 투입'이 꼽힌다. 정부의 저출산 예산은 2013년부터 무상 보육이 본격화하며 급증했다. 전체 무상 보육·교육비와 시설 지원비 등 너른 의미의 보육 예산에만 83조원(65.5%)이 투입됐다. 그런데 정작 부모들이 원하는 건 뒤로 밀렸다. 부모들은 "국공립 보육 시설 확대"(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첫손에 꼽는데, 민간 보육 기관의 생존권 보호 목소리 등에 눌려 정책 진전은 지지부진하다. '정시 퇴근'과 같은 일·가정 양립 정책은 제자리걸음이고, 미혼모 등 '다양한 가족'은 가족 관계를 깨뜨린다는 반대가 많아 해결책 마련에 고심이다. 기존의 아동·청년 예산을 포장만 바꾸는 것도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저출산 예산 21조여 원을 분석한 결과, 예산의 30%(6조5290억원)가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없었다.

'문제의식'부터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3년) 표어를 50년 뒤 '허전한 한 자녀, 흐뭇한 두 자녀, 든든한 세 자녀'(2013년 표어)로 말만 거꾸로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의식과 구조가 50년 전과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종서 보사연 연구위원은 "'강압적 캠페인'은 과거 '발전주의 모델'의 전형"이라며 "아이를 낳고 키우기 쉬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저출산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