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13. 21:26ㆍ생활의 지혜
천상초로 천하명의가 된 이야기
天上草로 天下名醫가 된 이야기
우리나라의 높은 산꼭대기에는 옛날 도인들이 천상초(天上草)라고 불렀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 식물은 하늘에 사는 신선들의 정원에서 자라는 꽃나무라고 하여 천상초라고 부른다. 천상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실화가 있다.
지금부터 90년쯤 전에 있었던 일이다. 소백산 남쪽 자락인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김○○이라는 한 젊은이가 살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도인들의 세계를 동경하여 열 여덟 살 때 소백산 깊은 곳에 숨어 사는 어느 도사한테 도술을 배우러 갔다. 그 도사님은 머리칼과 수염을 길게 기른 할아버지로 기어 들어갔다가 기어 나와야 하는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서 약초를 캐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의학, 천문학, 풍수지리, 기문둔갑 등에 두루 통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품이 훌륭하여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호랑이를 개처럼 부리는 도인
그 도사님은 신통력이 매우 뛰어난 분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제자들을 데리고 집 앞에 있는 너래바위에 앉아서 수련을 시작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홀연히 황소만한 호랑이 두 마리가 나타나서 양 쪽에 넙죽 엎드리고 앉아 있는 거이 아닌가. 제자들이 기겁을 해서 소리를 지르면 “무서워하지 마라. 이 산짐승들은 우리를 지켜 주려는 것일 뿐이니라.”고 하였다. 수련이 끝나고 나서 호랑이들한테 “이제 너희들은 그만 가 보아라” 라고 하면 산 속으로 홀련히 사라져 버렸다.
너래바위에 앉아서 수련을 마친 뒤에 도사님은 마치 감나무잎 비슷하게 생긴 넓은 나뭇잎을 달인 물을 한 잔 마시고 제자들한테 한 잔씩 주면서 말했다.
“너희들도 한 잔씩 마셔라.”
제자들이 물었다.
“그것이 무슨 약초입니까?”
“이것은 천상초(天上草)라고 하는 약초인데 이것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져서 수련을 잘 할 수 있게 되느니라.”
제자들이 그것을 마시고 나면 묘하게도 약간 술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 머리가 개운해졌다.
그러나 김씨 청년은 배우고 싶은 도술은 가르쳐 주지 않고 날마다 물 긷고 장작 패는 일 따위의 허드렛일만 시키는 것이 싫어서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도사님이 날마다 달여 마시던 그 약초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소백산에 올라가서 그 약초를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그는 소백산으로 올라가서 며칠을 헤맨 끝에 마침내 소백산 꼭대기 부근에서 도사님이 달여 마시던 것과 똑같이 생긴 식물을 찾아냈다.
“맞아! 이것이 천상초임에 틀림 없어. 이 약초를 달여 먹으면 나도 도사님처럼 도술을 부릴 수 있을 거야.”
그는 그 약초를 많이 채취해서 집으로 갖고 내려왔다. 그 약초를 열심히 달여 먹으면 온갖 병이 나을 뿐만 아니라 도사님처럼 신통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도사님이 마시던 방법대로 약초잎 다섯 장에 물 두 되를 붓고 한 시간쯤 달여서 하루에 두세 번씩 소주잔으로 한 잔씩 마셨다. 그랬더니 과연 몸이 가벼워지고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마침 이웃에 무릎이 아파서 걸음을 잘 못 걷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 약초를 그 이웃사람한테 사람들한테 나누어주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무릎이 퉁퉁 붓고 아파서 걸음을 못 걷던 사람이 며칠도 안 되어 부은 것이 내리고 통증이 없어져서 마음대로 걸어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주변에 있는 모든 아픈 사람들한테 그 약초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과연 그 약초는 놀랄만한 효능이 있었다. 허리가 아파서 누워 있던 사람이 멀쩡하게 나았고, 중풍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사람이 지팡이 없이도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간경화증으로 얼굴이 시커멓게 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나아서 멀쩡해졌다. 그 약초를 먹으면 몸이 허약한 사람은 튼튼해졌고, 정력이 약한 사람은 정력이 좋아졌으며, 뚱뚱한 사람은 날씬하게 되었다.
그 젊은이가 소백산 꼭대기로 올라가서 그 약초를 많이 채취하여 많은 환자를 고쳐내자 졸지에 그는 인근에서 명의로 소문이 났다.
천상초 덕분에 60년 동안 명의로 이름을 날리다
그가 병을 잘 고친다고 소문이 나자 사방에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모든 환자들한테 한결같이 천상초를 주었고 그것을 먹는 환자는 대부분 효험을 보았다. 그는 오래 지나지 않아서 명의로 이름이 났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는 60년 동안을 그는 오직 천상초 한 가지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병자를 고쳤다. 60년 동안 그를 최고의 명의로 만들어 준 천상초가 바로 만병초였다.
그에게는 아들이 여럿 있었으나 아무도 아버지의 의술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들들은 의학공부를 하지 않은 아버지가 면허 없이 의원 노릇을 하는 것을 싫어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의술을 믿지 않았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시대에 나뭇잎 따위로 무슨 병을 고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서울에 살고 있던 장남이 당뇨병에 걸렸다. 아들은 유명한 병원에서 주는 유명한 의사가 주는 약을 먹으며 의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치료를 했다. 그러나 낫기는커녕 갈수록 더 심해져서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인해 곧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 노인은 아들한테 천상초를 먹어 볼 것을 권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의학박사도 못 고치는 병을 나무 이파리 따위로 고칠 수 있겠냐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당뇨병은 점점 더 깊어져서 다른 어떤 약을 써도 조금도 좋아지지 않게 되었다. 아들은 어쩔 수 없이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기분으로 천상초를 달여서 조금씩 먹어보기 시작했다.
천상초는 과연 당뇨병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었다. 차츰 혈당이 정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6개월쯤 뒤에 당뇨병이 완전하게 나았다. 아들은 그제서야 지금까지 우습게 여기던 천상초가 세상의 어떤 약보다 훌륭한 약이고 의학을 배운 적이 없는 아버지가 세상의 어떤 의학박사보다 훌륭한 의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은 그 뒤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서 만병초의 약효를 널리 알리고 아버지의 의술을 이어받는 일에 몰두하였다.
김씨 노인은 20여 년 전에 90세가 넘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장남이 아버지의 의술을 이어받아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역시 의사 면허가 없는 까닭에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나는 김씨 노인의 아들을 20년 전에 만났다. 그는 천상초로 환자를 치료하다가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하는 바람에 경찰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이제 시골 사람들도 몸이 아프면 병원만 찾을 뿐 자기한테 찾아오는 일이 없어서 어쩌다가 찾아오는 사람들한테만 천상초를 쓸 뿐이라고 하였다. 그는 돌팔이 의원 노릇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나한테 천상초의 약효를 글로 써서 널리 알려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만병에 효과가 있어서 만병초라고 부른다
천상초는 곧 만병초(萬病草)다. 만병초는 이름 그대로 만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만병초라고 부른다. 전통 한의학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산 속에서 수행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있다.
만병초는 고혈압, 저혈압, 당뇨병, 신경통, 관절염, 두통, 생리불순, 불임증, 양기부족, 신장병, 심부전증, 비만증, 무좀, 간경화, 간염, 축농증, 중이염 등의 갖가지 질병을 치유하거나 호전시키는 효능이 있다.
만병초는 높고 추운 산꼭대기에서 자라는 늘푸른떨기나무다. 잎은 고무나무 잎을 닮았고 꽃은 철쭉꽃을 닮았으며 꽃빛깔은 대개 희다. 백두산에는 노랑만병초가 있고 히말라야 지방에는 붉은 꽃이 피는 것이 대부분이다.
천상초(天上草)・뚝갈나무・만년초(萬年草)・풍엽・석남엽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천상초는 하늘의 신선들이 가꾸는 꽃나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고 만년초는 만 년을 산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만병초를 중국에서는 칠리향(七里香) 또는 향수(香樹)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꽃에서 좋은 향기가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만주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제사를 지낼 때에 향나무 대신 만병초 잎을 태운다고 한다. 만병초 잎은 향기가 좋아서 백두산 밑에 사는 사람들이나 일본의 아이누 족은 만병초 잎을 말아서 담배처럼 피우기도 한다. 네팔이나 티베트에서는 부처님한테 바치는 향료로 귀하게 여긴다.
만병초는 춥고 바람이 많은 산꼭대기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태백산・울릉도・한라산・지리산・오대산・소백산・설악산・계방산의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곳에서 난다. 북한에는 백두산에 노랑색 꽃이 피는 노란 만병초의 큰 군락이 있고, 울릉도에는 붉은 꽃이 피는 홍만병초가 있다.
만병초는 생명력이 몹시 강인한 나무다. 영하 30~40도의 추위에도 푸른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 나무는 날씨가 건조할 때나 추운 겨울철에는 잎을 뒤로 도르르 말아서 수분의 증발을 막는다.
<중약대사전>에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고 시큼하며 생리불순, 토혈, 자궁출혈, 직장궤양출혈, 이질, 관절염을 치료한다’고 하였고, <중국장백산약용식물채색도지(中國長白山藥用植物彩色圖志)>에서는 ‘중추신경을 억제하여 통증을 멎게 하고 혈압을 뚜렷하게 낮추며 수렴, 발한, 항균, 강심 작용이 있어 이질과 사지마비, 신경통,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독이 있으므로 조금씩 양을 늘려 가면서 복용한다
만병초 잎에는 독성이 있다. 만병초에 들어 있는 독소 성분은 ‘그레야노톡신’과 ‘안드로메도톡신’이다. 만병초 잎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만병초를 복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만병초잎 5장을 물 1되(1.8리터)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이면 물이 약간 붉은 빛깔로 우러난다. 이것을 하루 2-3번 마시는데 반드시 밥먹고 나서 즉시 마셔야 한다.
처음에는 소주잔으로 반 잔쯤에서 시작하여 차츰 양을 늘려 나가야 한다. 만병초 달인 물을 마시고 나서 30분에서 한 시간쯤 뒤에 술을 마신 것처럼 약간 취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조금씩 양을 늘려 나간다. 술 한 잔을 마시고 취하는 사람이 있고 한 병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씩 마시다가 차츰 양을 늘려 나가면서 자신한테 맞는 양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면 3-5시간 동안 고생을 하게 된다.
만병초 잎을 달인 차를 오래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피가 깨끗해지며 정력이 좋아진다. 특히 여성들이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고 불감증이 없어진다고 한다. 만병초는 습관성이 없으므로 오래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다. 간경화・간염・당뇨병・고혈압・저혈압・관절염 등에도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
주위에 있는 분들한테 만병초를 복용하게 해 본 결과 얼굴이 맑아지고 살집이 줄어들어 날씬하게 되었으며 피부에 있는 검은 점이나 주근깨 같은 것들이 없어지고 고혈압이나 관절염이 낫고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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