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빼돌려진 한국 국가핵심기술만 12개

2018. 3. 27. 18:44C.E.O 경영 자료



중국으로 빼돌려진 한국 국가핵심기술만 12개

입력 2018.03.27. 00:23 수정 2018.03.27. 06:52

[차이나 인사이트]
세계 수출시장 1위 한국 품목 중
16개가 중국의 맹렬한 추격 받아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고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중국에 의해 발생
먹거리산업 기술개발 중요하나
개발된 기술유출 막는 게 더 시급

한국의 기술유출이 중국의 관련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해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한 국가의 대표적 산업과 기술은 그 나라를 먹여 살리는 양식과 같다. 기술력 발전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한데 2012년부터 6년간 중국으로 흘러간 우리의 국가핵심기술만 12건에 이른다. 국가핵심기술이란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제적 개발, 그리고 개발된 기술에 대한 지속가능성 확보에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미래 먹거리산업 확보를 위한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전력투구한다. 우리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연구개발 투자비율은 세계 1위 수준이다.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 특수선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71개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16개 품목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는다. 중국은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 최다 보유국으로 1693개다.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받아 1위 품목에서 탈락할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추격은 어떤 채널을 통해 이뤄지나. 중국의 자체 기술력 향상도 있지만, 문제는 그런 향상이 우리 기술의 유출과 관련된 징후가 농후하다는 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 사고는 2003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2014년까지 적발한 해외 산업스파이 건수만 438건에 달한다. 그러나 제2의 피해를 우려해 공개하지 않은 경우 등을 더하면 실제 건수는 그 3배로 추정된다.

기술유출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쓰인다. 첫 번째 유형은 기업 내부직원과 결탁하거나 인가된 제삼자 위탁업무를 빌미로 기업에 접근해 저장 매체(USB Memory, Web Hard, CD 등)를 통해 불법적으로 기술을 빼가는 행위다. 두 번째는 기업의 핵심 인력에 높은 수준의 경제적 보상책(현 급여의 5배 이상 지급 등)을 미끼로 유인해 정보를 챙겨가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합법을 가장한 M&A 방법을 통해 핵심 기술을 빼가는 경우다.

우리 기술의 중국 유출도 이 같은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실례로 이달 초 경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국내 드럼세탁기 모터 설계도면을 중국으로 유출한 이들을 적발했는데 위의 방법이 적나라하게 이용됐다. 드럼세탁기 고효율 모터는 우리 중견기업이 2003년 자체 개발했다. 10년 연구에 개발비만 수백억 원이 들었다. 이 기술로 만든 세탁기 모터가 국내 대기업에 납품돼 한때 국내 시장 점유율 80~9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데 이 중견기업의 중국 현지법인 연구소장이 2015년에 고액의 연봉을 중국 업체로부터 약속받고 핵심 기술자료와 설계도면을 빼돌렸다. 또 다른 연구원은 수천 개의 컴퓨터 파일을 중국 업체에 넘겨주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 한편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기업인수에 따른 기술유출 논란은 합법을 가장한 케이스다.

기술유출은 초기엔 개인 단위의 단편적 사고가 잦았는데 최근엔 기업성장을 목적으로 조직단위의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 사고가 늘고 있다. 정작 큰 문제는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인데, 미래 기술 확보를 통해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중국의 지나친 경쟁의식이 한국의 기술유출 사고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이 우리가 1위를 차지하는 품목들에서 많은 경우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유출된 국가핵심기술 사고의 과반수 이상(12회, 57%)이 중국에 의해 발생했다. 유출된 기술은 고부가가치 선박 설계도면, LNG선 건조기술 등과 같은 조선기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기술, OLED 세정기술 등과 같은 모니터 액정기술, 2차 전지(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에 관한 소재와 제조기술 등이다. 이들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에 이용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로 이뤄지기까지는 제품의 난이도와 복잡성에 따라 약 2~5년의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 OLED 시장의 경우 2012년 기술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전까지는 세계 시장에 출현하지 않았던 중국이 새롭게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16년 OLED 관련 중국 개별기업들(CSOT, BOE 등)의 매출은 전년 대비 65.4% 증가했지만 한국의 세계 OLED 시장점유율은 감소했다. 중국의 세계 점유율은 2017년 7%를 시작으로, 2020년 20%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2차 전지 시장도 기술유출 사고가 발생한 2014년 이후 중국의 전지 관련 기업(BYD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220% 성장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기술유출 사고가 발생한 조선산업이나 자동차산업 등에서도 관련 기업들의 매출 증가와 함께 중국의 세계 시장 출현과 점유율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인다. 중국의 약진엔 일차적으로 중국 정부 자체의 전략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차세대 기술 선도력 부족과 함께 부품과 장비 등 후방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함을 고려해 볼 때 한국의 산업기술 유출 사고, 그리고 이와 관련된 중국산업의 성장이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우리가 단편적인 보안장치 도입만으로 체계성을 가지고 전술적으로 접근하는 기술유출 행위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술 보호 예산의 가시적인 확대를 전제로, 기술개발 과정에서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 대상의 보안제도 정립, 복잡한 형태의 기술유출(탈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형(법+경영+심리+기술) 기술 보호 인력양성, 기술유출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기반의 방첩시스템 개발 등 입체적인 방지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래 먹거리산업을 위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된 기술을 잘 관리하고 그 성과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정 산업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 기술의 유출 방지와 함께,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기술유출 방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 ◆장항배

「 중앙대 산업보안정책연구소와 연구센터(ITRC)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와 한국정보보호학회 상임이사로도 활동 중. 전공은 기술경영과 보호 등에 관한 관리체계와 빅 데이터 보안분석 등이며, 이와 관련해 교육부 BK21 Plus 사업팀과 산업부 산업보안특성화대학 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