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에 잠자는 현금 77조원 육박…저금리에 소비 위축 영향

2018. 4. 4. 19:20부동산 정보 자료실



장롱에 잠자는 현금 77조원 육박…저금리에 소비 위축 영향

  • 연선옥 기자



  • 입력 : 2018.04.04 12:00


    주택 구매 늘어 가계 순자산운용 규모는 사상 최저

    지난달 35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한 김기연(56)씨는 최근 가정용 금고를 장만했다. 퇴직금으로 받은 목돈과 소일거리로 매달 받는 현금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은행이나 보험사에 맡겨놔도 수익률이 높지 않고, 괜히 세금 문제도 복잡해질 것 같아 5만원권으로 현금다발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평균 수명대로라면 앞으로 살 날이 30~40년 더 남은 셈인데 금고에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불필요한 소비도 줄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현금 자산이 77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소비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집 안에 쌓인 현금이 늘어난 것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자금순환’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현금자산은 76조8530억원으로 전년(68조2610억원)보다 8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예금이나 보험,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 돈을 제외하고 현찰로 들고 있는 금액이 역대 최대치였다. 오랫동안 소비 부진에 시달린 일본에서는 가계가 쥔 현금을 ‘장롱 예금’이라고 불렀다. 쓰지도, 그렇다고 투자하지도 않고 장롱에 남겨둔 돈이라는 의미다.

    가계가 보유한 현금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39조원대에서 2014년 48조원으로 늘었고, 2015년 58조원, 2016년 68조원, 지난해에는 77조원에 육박했다.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2013년 전체 금융자산에서 현금 비중은 1.4%였지만, 2014년 1.6%, 2015년 1.8%, 2016~2017년 각각 2.0%로 확대됐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예금 금리나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태고, 일부 가계의 경우 세원(稅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현금 보유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민간 소비가 부진한 것이 가계의 현금 보유를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계의 소비 부진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2.6%에 그쳤다.

    한편 지난해 가계의 순자산운용 규모는 50조9000억원으로, 한은이 2009년부터 현재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순자금운용은 보유한가계가 예금,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이다. 한은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고 주택 분양 물량도 증가하면서 가계의 신규 주택 구입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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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4/2018040401205.html#csidxd5352955da05358aef3f203e5227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