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15 07:43
중국發 미세먼지 6박7일 추적기
“여긴 느낌이 오는데요?” “좋았어, 빨리 측정기 꺼내 봐.”
지난 4월 6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连)시 저우수이쯔 국제공항 제2터미널 정문. 공항 앞으로 펼쳐진 다롄 시내가 온통 뿌옇게 보였다. 왼손에 든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 숫자가 151까지 올라가며 미세먼지 농도의 좋고 나쁨을 보여주는 램프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순서대로 파란색-초록색-노란색-붉은색까지 실시간으로 변하는 램프다. 취재 5일째, 이 측정기의 램프가 빨간색으로 변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다롄에 오기 전 산둥성 취재 4일 동안 별 ‘소득’이 없던 터라 미세먼지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취재 목적인 중국발 미세먼지 발원지와 관련된 단서를 드디어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기자의 미세먼지 측정기에 잡힌 다롄의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농도 최대치는 각각 151㎍/㎥, 158㎍/㎥. 초미세먼지는 76㎍/㎥, 미세먼지는 151㎍/㎥ 이상부터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기자는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공장 굴뚝을 떠올리며 사진기자와 함께 다롄 공항 밖으로 나섰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발원지를 찾으려는 이번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획됐다. 지난 4월 2일 인천에서 배를 타고 산둥성 동쪽 끝 웨이하이(威海)시로 가는 것이 첫 여정이었다. 모두 두 차례로 계획한 중국발 미세먼지 추적 취재 중 1차 취재팀이 목표로 한 중국의 도시는 세 곳. 산둥성의 대표 도시인 칭다오(靑島)시와 랴오닝성의 다롄시, 그리고 수도 베이징(北京)과 가까운 톈진(天津)직할시였다. 웨이하이에서 버스를 타고 칭다오로 내려갔다가 비행기로 다롄을 거쳐 톈진으로 가는 전체 6박7일 일정이었다.
당초 취재팀은 배를 타고 가면서부터 취재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착각을 했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온다는 가정하에 취재를 시작했기 때문에 중국으로 접근할수록 미세먼지 측정기의 수치가 올라갈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예상은 처음부터 깨졌다. 인천에서 출발할 때 20㎍/㎥ 안팎이었던 미세먼지 수치는 웨이하이에 내려서도 30㎍/㎥ 안팎 수준이었다. 웨이하이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간 칭다오 역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공기가 깨끗했다.
출발 전 취재팀의 가장 큰 목표는 ‘산둥반도 공장 이전설’을 확인해 보자는 것이었다. 국내 미세먼지가 심할 때마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이 가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베이징 서쪽 공장들을 대거 동쪽 산둥반도 해안으로 옮겼고, 이 이전 공장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날아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가설 역시 확인이 불가능했다.
취재 기간 칭다오, 웨이하이 등 산둥반도 도시들의 공기는 서울보다 훨씬 맑았다. 또 현지에서 취재한 바로는 공장이 대거 이전해왔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닌 듯했다. 취재 기간 만족할 만한 ‘나쁜 공기’를 처음 접했던 다롄도 해석이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취재팀이 지난 4월 6일 다롄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는 ‘매우 나쁨’ 수준인 150㎍/㎥ 안팎이었지만, 같은 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보다 두 배인 300㎍/㎥을 넘었다. 산둥성이 아니라면 다롄이 위치한 랴오닝성이 미세먼지의 길목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함부로 얘기하기가 어려웠다.
기자가 다롄에 도착한 날, 한국과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심하게 대비됐다. 이날 중국발 황사가 몰아닥치면서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 일부 지역에는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470㎍/㎥에 달해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다롄의 미세먼지 수치는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날 다롄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는 오후 1시쯤 공항 앞에서 측정한 150㎍/㎥ 안팎이 최고였는데 같은 시간 서울은 300㎍/㎥이 넘었다.
다만 이날 서울에 비해 다롄의 공기가 깨끗했다고만 보기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기자가 공항 앞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수치는 각각 147㎍/㎥, 151㎍/㎥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오후 2시 기준 서울 양평2동의 미세먼지는 335㎍/㎥이었지만 초미세먼지는 69㎍/㎥에 불과했다.(한국환경공단 측정치 기준)
다롄의 역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에 대해 김순태 아주대 교수(환경공학)는 전화통화에서 “초미세먼지에 비해 유독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 황사의 특징”이라며 “당시 다롄이 황사의 이동경로에 포함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포함됐더라도 황사가 상공 높은 곳을 통해 이동하면서 다롄에서 측정되지 않던 미세먼지가 서울에서는 측정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에서 유독 높았던 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PM2.5)가 아니라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PM10)라는 설명이다.
이날 피부로 느낀 다롄의 공기 질은 서울보다 훨씬 양호했다. 다롄 시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아주 나쁨’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사람이 아니면 마스크를 쓰는 보행자들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12년 전부터 다롄에 거주했다는 김은화씨는 “여긴 마스크를 쓰면 사람들이 웃는다”며 “아직까지 한국에 비하면 공기 질에 덜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날 다롄의 기온은 영상 5도 정도였다. 보통 이맘때 15도 안팎인데 한파가 찾아왔다고 했다. 오후 4시쯤 찾은 다롄 시내 ‘성해광장’에는 엄청난 강풍이 불었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다. 기온도 5도 안팎으로 떨어져 이따금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바람이 강한 탓인지 미세먼지 수치도 빠르게 떨어져 오후 늦게는 10㎍/㎥ 안팎까지 줄어들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0㎍/㎥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이 며칠씩 미세먼지에 시달린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다롄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이동경로일까 아닐까. 다롄은 랴오닝성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이자 랴오둥반도 끝에 있는 해안도시다. 살인적인 공기 오염도를 과시하는 도시들이 득실거리는 중국에서는 오히려 공기가 좋은 도시 중 하나로 통한다. 다롄 저우수이쯔 국제공항에서 만난 중국인 A씨는 “다롄은 10년 전부터 중국에서 오염이 가장 적은 도시로 통했다”며 “오늘은 공기가 나쁜 편”이라고 말했다.
다롄은 중국 네이멍구와 몽골 등지에서 발생하는 황사가 한국을 덮치기 전 거치는 경로에 위치한 것이 사실이다. 황사는 베이징과 톈진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되는데 다롄은 톈진과 위도가 비슷하다. 하지만 다롄과 톈진은 공기의 질에서는 위상이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톈진은 평원에 있어 강수량이 적고 먼지가 많이 발생해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으로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하다. 반면 다롄은 톈진과 위도는 비슷하지만 발해만 건너 동쪽에 있고 3면이 해안이라 공기가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것이다.
이번 봄에도 베이징과 톈진은 이미 황사에 여러 차례 시달렸다. 지난 3월 28일 베이징과 톈진에는 황사 ‘청색경보’가 내려졌고, 4월 2일에도 황사와 뒤섞인 미세먼지가 이 지역을 습격했다. 올해만 이미 7차례 황사가 발생했다고 한다. 취재팀이 톈진에 도착한 4월 7일과 8일 오전에는 공기 질이 좋았지만 현지 교민들은 “하루이틀 전만 해도 공기가 나빠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고 말했다. 베이징과 톈진 지역 상공에 북서풍이 불고 여기에 황사가 실리면 동쪽에 있고 위도가 낮은 서울이 직접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황사는 발원지가 분명한데 중국발 미세먼지의 발원지는 도대체 어디일까.
산둥반도 공장 이전설의 실체
최근까지 한국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의 진원지로 지목된 곳은 앞서 설명했듯이 중국 동부 해안의 산둥반도다. 산둥반도는 중국에서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반도 끝에서 한국의 백령도와의 거리는 200㎞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중국발 미세먼지를 설명할 때 ‘산둥반도 공장 이전설’이 설득력을 가졌다.
산둥반도 공장 이전설의 근거 중 핵심이 되는 것은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시한 ‘징진지(京津冀) 협동발전계획’이다. 징진지는 베이징, 톈진을 둘러싼 허베이성 일대를 말한다. 우리로 치면 수도권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2014년 베이징에 정치·문화·국제교류·창의·혁신 기능만을 남기고 나머지 물류·도매·교통·생산 등의 기능은 허베이성과 톈진으로 이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 정책에 따라 베이징 외곽의 제조공장과 생산시설 일부가 베이징 외부로 이전됐다. 하지만 중국 측이 공장 이전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몇 개의 공장이 어디로 이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산둥반도 공장 이전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가 보는 도리밖에 없다.
인구 1억명에 달하는 산둥성의 성도(省都)는 지난(濟南)이다. 하지만 지난은 산둥성 서부에 있어 산둥반도에 속한 도시는 아니다. 산둥반도에서 가장 큰 도시는 반도 남쪽에 있는 인구 900만명의 칭다오다. 산둥성을 대표하는 도시인 칭다오는 한국인에게도 친근한 도시다. 부산광역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고, 산둥성과 협약을 맺은 경상남도 역시 산둥사무소를 칭다오시에 두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4월 초 한반도 상공에 부는 바람의 방향은 변화무쌍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북서풍이 강세를 보인다는 의견이다. 만약 산둥반도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 사실이라면, 산둥반도 남쪽 끝에 있는 칭다오의 대기 질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나빠야 한다. 취재팀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칭다오를 택한 이유다. 칭다오의 위도는 약 36도로 전북 군산시와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 4월 4일 칭다오시 중심 시난구에서 바라본 날씨는 맑았다. 시난구 한 빌딩의 25층에 들어서자 통유리 너머로 칭다오 시내가 맑게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김영대 부산경제진흥원 칭다오 지소장은 칭다오의 공기 질에 대해 “여기도 요즘 심할 땐 바로 근처 빌딩이 안 보일 정도로 뭔가가 꽉 찬다. 다만 여기는 바다 근처이기 때문에 뿌연 게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난구는 해안도시인 칭다오에서도 바다와 가까운 지역이다.
현지 교민들은 최근 칭다오의 공기 질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5~6월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여러 나라 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가 칭다오에서 열리기 때문에 시 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칭다오시 환경보호국의 단속이 더욱 심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칭다오시의 대기 질이 전반적으로 서울보다 좋다는 점은 현지 교민이나 한국에서 건너간 기관장이나 회사 주재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 칭다오시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몰려 사는 곳은 시난구에서 북쪽으로 떨어져 있는 청양구다. 칭다오의 관문인 칭다오류팅 국제공항에서 가깝다. 7년 전부터 청양구에서 두 딸과 함께 대구탕집을 운영하는 60대 한국인 여사장 B씨는 “오늘은 날씨가 좋지만 여기도 공기가 나쁠 땐 나쁘다. 하지만 손님들 얘기를 들어 보면 서울이 여기보다 심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처음에 칭다오에 왔을 땐 지금보다 공기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청양구의 한 쓰촨식 요릿집 앞에서 손님들의 주차 안내를 하는 중국인 C씨는 “오후 4~5시쯤 가장 공기가 안 좋다”면서도 “요즘은 공기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칭다오에서 가장 큰 공단지대는 청양구 류팅 지역에 있는 류팅공단이다. 하지만 이곳 어디서도 검은색 매연을 뿜어내는 굴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옌볜 출신으로 칭다오에 거주한 지 10년이 넘은 김용걸씨는 “발전소가 아니면 굴뚝에 연기 나는 공장은 칭다오에 거의 없다”며 “발전소가 뿜어내는 흰 연기는 수증기”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산둥성 동부 끝 해안도시인 웨이하이도 방문했다. 산둥반도의 동쪽 끝에 있는 웨이하이는 주변에 공단이 많지 않아 본래 공기가 깨끗한 도시로 꼽힌다. 그럼에도 산둥성 공장 이전이 사실이고 산둥성 일대에 흔히 부는 편서풍이 영향을 미친다면 웨이하이의 미세먼지 농도도 ‘나쁨’을 오갈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 도시를 찾았다. 하지만 지난 4월 3일 방문한 웨이하이 역시 내내 미세먼지 ‘좋음’이었다. 하늘도 서울에 비하면 뿌옇지 않았다. 웨이하이에 거주하면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중국동포 한휘씨는 기자와 만나 “웨이하이는 그래도 날씨가 좋은 편”이라며 “다른 도시에 있다 보면 2~3일이면 웨이하이로 가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웨이하이에서 하루 동안 머물며 측정한 수치 중 가장 높은 것은 웨이하이항 근처 한·중보세교역센터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52㎍/㎥이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측정기 램프가 좀처럼 노란색 이상으로 변하지 않았다.
기자가 산둥성에서 확인한 것은 베이징에서 옮겨온 공장이 아니라 오히려 공기 질 개선이었다. 산둥성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산둥성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 98㎍/㎥에서 지난해 57㎍/㎥으로 감소했다.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EPIC)에 따르더라도 산둥성 옌타이(煙臺), 칭다오의 초미세먼지 수치가 2013년 54.6㎍/㎥에서 지난해 29.7㎍/㎥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 만난 교민들과 전문가들은 산둥성 공장 이전설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주요 도시들의 공기 질이 몇 년 전에 비해 개선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공장이 대거 이전해왔다는 설을 믿기 힘들다고 했다. 또 공장 이전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를 들기도 했다. 중국은 성급행정구역별로 최저임금을 각각 다르게 산정하고 성 내에서도 1급지부터 최대 5급지까지로 급수를 나눠 최저임금을 지급하는데 산둥성의 경우 1급지가 2013년 기준 1380위안, 3급지의 경우에도 1080위안에 달해 직할시, 특별자치구를 제외한 모든 성급행정구역 중 인건비가 가장 높다는 것이었다. 교민들은 “2013년 기준 최저임금이 1400위안인 베이징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에서 공장이 이전했다고 하더라도 “화력발전소에 저감조치가 행해졌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더 많이 주는 쪽으로 이전했다는 근거는 없다”(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학부 교수)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산둥성 현지에서 만난 교민들 중 상당수는 “공기 질 개선을 가져온 중국 정부의 규제와 단속이 한국에서는 상상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칭다오, 다롄 등지에서 만난 교민들은 “중국 환경보호국은 중국 기업들에는 저승사자”라며 “환보국이 떴다는 얘기가 들리면 벌금을 피해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기업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환경보호 감찰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가 직접 각 지역에 파견한 감찰조가 지역에서 한 달간 체류하면서 고발을 접수하고 정책 수행 상황이 어떤지 등을 점검하는 제도다. 지방정부의 눈감아주기식 관행과 지방 민영기업의 로비로 인해 환경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마련됐다. 중국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된 중앙 환경 감찰의 결과로 2만6000건 이상이 입건됐고 총 12억6600만위안(약 2152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처벌받은 공무원 수는 1만7000명에 육박하고 구속된 인원은 1500명에 가깝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환경보호 의지를 보이자 덩달아 지방정부 차원의 단속도 강력해졌다. 각 시 단위에서도 환경보호국을 두고 자체 감찰을 시행하고 있다. 랴오닝성의 성도인 선양(瀋陽)시 환경보호국은 지난해 3월 “단속을 피해 대기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할 경우 최대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성의 대도시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징진지 지역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대기오염을 감찰해 강도 높은 기업 퇴출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비상이라고 한다. 코트라 칭다오무역관에서 만난 심률 부관장은 “현재 약 2600개의 한국 업체가 칭다오시에 진출해 있는데 중국의 환경보호 규제로 강력한 단속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들은 한국에서는 이제 접하기 힘든 중국 정부의 환경 감독 강제력이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일당 독재 국가의 특성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환경오염 업체라고 판단하면 언제라도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강제로 공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반 가정에도 강제로 석탄보일러를 못 쓰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개선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석탄보일러 금지정책으평가된다. 2015년부터 베이징시와 산시성 등은 매년 11월부터 3월까지는 석탄공장 생산량을 30% 감축해왔고 일반 가정에도 석탄 사용을 강제로 제한했다. 지난해 겨울에도 징진지 300만여가구에는 난방용 석탄보일러 사용을 금지하고 가스보일러를 쓰게 했다.
산둥성을 비롯 중국의 전반적인 공기 질이 개선됐다고 중국발 미세먼지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것은 물론 아니다. 최근 국내의 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마다 비중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내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은 중국발(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3월 22부터 27일까지 국내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한 원인을 지상과 위성 자료, 대기 질 모델링 분석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자. 이에 따르면 올해 1월 15∼18일 나타난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경우 국내 요인이 훨씬 컸다면 3월 말에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 등 국외의 영향은 3월 22일부터 24일까지는 58∼69%를 기록하다가 3월 25일부터 27일에는 32∼51%로 낮아졌다. 조사 기간 중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99㎍/㎥으로 가장 높았던 3월 25일의 경우 국내와 국외 영향은 각각 49%, 51%로 비슷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3월 22일과 24일에는 국외 유입량이 많았고, 이후 25일부터 26일 오전 사이 국내에서 미세먼지 2차 생성이 활발히 일어나 농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 2차 생성이란 공기 중에 가스 상태로 배출된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등 오염물질이 물리·화학 반응을 통해 미세먼지(황산염·질산염)로 전환되는 현상을 뜻한다. 다시 말해 중국 등 국외에서 미세먼지가 국내로 들어왔고, 대기 중에 있는 오염물질이 결합해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올랐다는 설명이다.
대기질 개선 불구 농도가 문제
국내의 각종 연구에서 중국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35%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중국에서 생성된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경우 60~80%까지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대기 질이 다소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농도이다. 실제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기 질은 아직 국제 평균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코트라 중국 지역본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 74개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50㎍/㎥으로 2013년에 비해 31% 감소했지만 10㎍/㎥인 WHO 기준에 비해서는 5배 정도 더 심각하다. 진급 이상 도시 338곳의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47㎍/㎥으로 중국 환경기준인 35㎍/㎥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중국 대도시의 대기오염 개선 속도는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농도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대기 상태와 바람의 방향도 물론 영향을 미친다. 김순태 교수는 “올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발생한 것은 중국이나 국내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평소보다 많아서가 아니라 대기가 정체되고 바람이 약해지면서 희석이 덜 돼 농도가 높아지는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주간조선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발원지를 찾기 위해 허베이성 일대와 아직 석탄 사용 비중이 높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