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과정에 개입
대표적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소액주주 대변인 VS. 벌처펀드 비판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돌아왔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분사,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개입에 나섰던데 이어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훈수를 두며 더 높은 수준의 주주 환원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한국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투자자-국가간 소송(ISD)를 추진해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엘리엇이 한 번 움직일 때 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경영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상당수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크게 오르고 엘리엇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움직임 역시 시세차익을 최대한으로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1977년 미국 뉴욕을 근거지로 폴 싱어 회장이 출범시킨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경영 전략 변경이나 사업부 매각·분사 등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식의 활동을 벌인다. 운용자산은 260억 달러에 달하고 '엘리엇어소시에이츠(Elliott Associates)'와 '엘리엇인터내셔널(Elliott International)' 두 개의 펀드를 운용한다
엘리엇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엘리엇은 자사의 투자 전략에 대해 "주주가치 증대와 도덕적인 기업지배구조라는 바탕에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자"라고 밝혔다. 기업이나 다른 투자자의 이해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일반 헤지펀드와 달리, 엘리엇은 대주주 및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 개선을 요구하며 주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해 ‘소액주주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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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엘리엇은 경제위기에 직면한 국채와 회사채를 헐값에 사들여 변제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형태로 차익을 챙기는 벌처펀드(썩은 고기를 먹는 대머리독수리)의 성향도 지녔다는 평가다. 2001년 재정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대량 매입한 뒤 원리금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여 결국 아르헨티나를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뜨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과정에 개입
대표적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소액주주 대변인 VS. 벌처펀드 비판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돌아왔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분사,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개입에 나섰던데 이어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훈수를 두며 더 높은 수준의 주주 환원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한국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투자자-국가간 소송(ISD)를 추진해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엘리엇이 한 번 움직일 때 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경영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상당수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크게 오르고 엘리엇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움직임 역시 시세차익을 최대한으로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1977년 미국 뉴욕을 근거지로 폴 싱어 회장이 출범시킨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경영 전략 변경이나 사업부 매각·분사 등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식의 활동을 벌인다. 운용자산은 260억 달러에 달하고 '엘리엇어소시에이츠(Elliott Associates)'와 '엘리엇인터내셔널(Elliott International)' 두 개의 펀드를 운용한다
엘리엇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엘리엇은 자사의 투자 전략에 대해 "주주가치 증대와 도덕적인 기업지배구조라는 바탕에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자"라고 밝혔다. 기업이나 다른 투자자의 이해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일반 헤지펀드와 달리, 엘리엇은 대주주 및 경영진을 상대로 경영 개선을 요구하며 주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해 ‘소액주주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와 함께 엘리엇은 해외에서 2004년 미국 P&G의 독일 웰라 인수 당시 “소액주주 지분의 매입 단가가 대주주보다 낮다”며 소송전을 벌여 매입가를 12% 끌어올렸다. 2013년에는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BMC의 지분 9%를 매집한 뒤 경영진을 압박해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겼고, 2년 뒤에는 미국 정보통신(IT)기업 EMC의 주식 2%를 무기로 경영권을 흔든 뒤 델과의 합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투자성향을 두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싱어 회장을 “지독한 헤지펀드 매니저”라고 평했으며, 영국 가디언지는 "부실채권을 저렴하게 매입해 수익을 내고 팔거나 소송을 통해 원리금을 받아낸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 엘리엣이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사건. 이후 엘리엇은 삼성그룹 오너가와 지분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주식 0.35주와 삼성물산 주식 1주를 교환하는 합병을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삼성물산의 주주인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며 반대했다.
엘리엇은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제기하며 합병 절차에 제동을 걸었으나 법원이 최종적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이 마무리 된 바 있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미국 나스닥에 각각 상장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3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추가하며 ▲주주를 위해 700억달러(당시 약 78조원)에 이르는 현금 중 30조원(주당 24만5000원)을 특별배당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일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최근 엘리엣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정부의 불법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발발되며 특검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의 합병을 돕기 위해 국민연금을 상대로 직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에 약 1387억원의 손해를 초래(업무상 배임죄)했다며 마찬가지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부터다. 이런 결정을 근거로 엘리엣은 우리 정부에 ISD를 제기, 막대한 피해보상액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진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