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선 `52시간 강제` 말도안돼

2018. 5. 22. 22:33C.E.O 경영 자료



실리콘밸리선 `52시간 강제` 말도안돼

美 `무제한 노동` 범위넓어 자율·성과보상이 경쟁력
韓 IT·창조산업 몰락위기

  • 손재권 기자
  • 입력 : 2018.05.22 17:41:33   수정 : 2018.05.22 21: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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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단축 후폭풍 ⑥ ◆

앤드루 전 구글(유튜브) 디렉터는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TV 서비스인 `유튜브TV` 출시의 주역이다. 유튜브TV를 출시하기 전에는 하루 12시간 넘게 일을 했다. 두 아이를 학교에서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회사에서 오후 5시에 퇴근했지만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집에서도 업무를 봤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했다.
전 디렉터는 "법으로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했다면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에서는 집에 가서도 일을 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거나 공부하면서 실력을 쌓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혁신의 본고장 실리콘밸리는 `직원의 천국`이라고 알려져 있다. 근사한 사옥과 휴식 공간, 사내 수영장, 세탁소, 공짜 식사,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등 외형적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혁신 서비스 개발과 출시에 내몰리다 보니 무한 경쟁에 노출돼 있고 그에 따라 긴 노동시간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봉은 높지만 프로젝트를 직원 개인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 대부분은 글로벌 비즈니스로 인해 임직원도 미국 내 동부와 아시아, 유럽 등 해당 국가 시간에 맞춰 일한다. 출퇴근 시간 교통 정체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기업 임직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일이 드물다.

뉴욕타임스(NYT)에서 "실리콘밸리에서 9 to 5는 패배자에게나 어울린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NYT는 실리콘밸리 내 경쟁이 치열해서 노동 환경이 가혹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평균 연봉이 높지만 그만큼 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이처럼 유연근무가 가능한 것은 미국 노동법상 `시간 외 수당 면제직원(exempt employees)` 규정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법은 주별로 다른데, 캘리포니아에서는 근로자를 `시간 외 수당 근로자`와 `시간 외 수당 면제직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계약직과 단순 업무 종사자들은 시간 외 수당 근로자로 구분된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이를 초과해 근무하면 기존 임금의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수당으로 받는다. 초과근로를 포함한 노동시간은 주 72시간을 넘을 수 없다.

반면 실리콘밸리 임원과 전문직, 세일즈 직군은 시간 외 수당 면제직원으로 노동시간에 대한 제약이 없다.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회사와 직원 간 연봉계약을 맺는다. 실리콘밸리 직원 상당수는 전문직에 해당돼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연봉과 성과급(주식·스톡옵션)을 받는다. 해고가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없다는 점도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실제 지난해와 올 1분기까지 인텔, 퀄컴, 오라클, 시스코 등이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이 같은 노동 환경 때문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포천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 100위권에조차 올라가지 못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일과 삶의 균형(Work life balance)`에 대해 "이 단어는 일과 삶이 서로 경쟁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일과 삶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공존해야 한다"면서 `워라밸`이 아닌 `워라클(Work life circle)`이라는 단어를 쓰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