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대통령 말, 통역할 필요없다"...

2018. 5. 23. 19:24C.E.O 경영 자료

트럼프 "文대통령 말, 통역할 필요없다"...한미정상회담 외교결례논란

<li id="j1">워싱턴=박정엽 기자 </li>


입력 2018.05.23 17:35 | 수정 2018.05.23 18:45

지난 22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 말은 전에 들은 말일테니 통역할 필요없다”고 하는 등, 외교적 결례를 여러차례 보여 향후 우리 정부의 해명이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취재진과 백악관 등에 따르면, 한미 정상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각료·참모들의 배석이 없는 단독정상회담 중 12시 10분경부터 12시 35분까지 양국 취재기자들에게 북한 문제를 비롯해 미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기자들과 양국 정상의 문답은 양국 정부가 사전에 협의한 단독회담 예정종료 시간을 완전히 넘긴 시간까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공개용 모두발언이 끝난 시점에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질문공세를 받고 이에 대해 답을 시작했다. 예상 밖 행동이었다. 정상간에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기 위한 단독회담에서는 통상적으로 짧은 모두발언만 공개하고 회담을 비공개로 전환한다. 바쁜 정상들의 일정을 고려해 확대회담과 단독회담이 함께 진행될 경우에는 단독회담은 아예 공개하지 않는 때도 있다.

◇ 30분 예정 단독회담 시작됐는데 취재진 질문 허락…‘미중 무역’ 질문에도 답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난 직후 한 기자가 영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다고 보는가”라고 묻자 “그는 매우 진지하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예상외로 긴 답변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계획된 회담일정을 진행하기 위해 정상들이 ‘질문은 나중에 하라’는 취지로 말하거나 아예 답하지 않는다.

이어 또다른 백악관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정상회담(the summit)이 (정말) 열리느냐”라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부 관계자 중 누군가 기자들의 질문을 제지하는 것을 말리는 듯 “잠깐만, 계속하라(One second. Go ahead. Go ahead, John.)”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질문을 끝까지 더 듣고나서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을 얻을 수 없다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부터 정상회담이 열린 백악관 오벌오피스는 완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으로 변했다. 백악관 기자들은 “비핵화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Do you have an idea of how denuclearization would take place)”, “김정은과 대화해본 적이 있는가(have you spoken to Kim Jong-un)”, “김정은을 믿는가(Do you trust Kim Jong-un, going into these meetings)”라는 질문을 쏟아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두 답해줬다.

심지어 “중국과의 무역 관련 회담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해달라. (중국기업) ZTE 관련 사항이 있는가(Can you give us an update on trade talks with China? Is there a deal about ZTE?)”라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짧게 답했다. 통상 등 북한 비핵화, 한미관계 외의 질문이 계속되려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서야 “문 대통령이 여기 있는데, 그는 이 질문을 원하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후 우리측 기자가 영어로 “북한 문제와 비핵화 이슈를 푸는 데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고 있나”라고 묻고나서야 질의응답은 다시 북한 비핵화 관련 주제로 돌아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기자들에게 문답을 14회나 더 이어갔다. 한국 기자와의 문답은 총 2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