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에서는 외벽 곳곳이 깨지고 금간 낡은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재개발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난달 정비구역에서 해제돼 이들 노후주택의 ‘수명’은 연장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정릉동 2층짜리 상가주택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된 건물은 외벽의 벽돌 곳곳이 깨져 있었다. 작업자들은 비계(공사용 시설물)에 올라 옥상 난간의 떨어져 나간 부위를 시멘트로 바르고 있었다. 작업자는 “건물이 너무 낡아 인테리어를 비롯해 리모델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서 50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 씨(65)는 “30∼40년은 된 건물이다”라고 말했다.이 주택 뒤쪽 굽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버려진 2층집이 보였다. 벽과 난간 시멘트는 성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창문에 달린 격자 쇠창살은 붉게 녹슬어 여기저기 벌어져 있었다. 10년 전부터 빈집이라고 한다. 김 씨는 “이런 집이 방치돼 있으니 위험하기도 하고….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변으로는 낡은 슬레이트와 기와로 지붕을 덮은 단층 건물이 줄지어 있다. 이 일대는 2008년 재건축 정비구역(정릉1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지난달 해제됐다.
함께 해제된 성북구 장위15구역 주택들도 비슷했다. 즐비한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상당수는 외벽에 금이 가고 담벼락이 훼손됐다. 수도관이 새는 집도 많았지만 재개발 기대에 집을 고치지도 못했다. 30년 된 다세대주택에 사는 정옥임 씨(55·여)는 “집들이 죄다 낡아 곳곳이 말썽이다. 10년간 손놓고 있다 이제 고쳐 보려는데 수리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52년 된 4층짜리 상가건물 붕괴 사고 이후 오래된 4층 이하 저층(低層) 주택의 안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주택노후도 현황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주택(단독주택 및 공동주택) 44만9064개 동(棟)의 37.2%인 16만7019개 동이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다. 저층 단독주택만 놓고 보면 노후 주택은 47.4%나 된다.
아파트를 제외한 저층 주택의 노후화에 관한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전체 저층 주택 가운데 72.3%가 20년이 넘었고, 34.9%는 30년이 넘었다.
집이 오래됐다고 모두가 붕괴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저층 주택을 짓고 난 뒤 꾸준히 손을 보기보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버티는 경향이 높다는 게 문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서울시 저층 주거지 실태와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저층 주택은 지은 지 평균 33년이 지나야 새로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72년) 프랑스(80년) 일본(54년)에 비하면 아주 짧다. 그만큼 노후할수록 저층 주택 몸체가 부실해질 확률도 커진다는 얘기다. 저층 주택의 보수에 신경을 덜 쓰다 보니 리모델링 비용보다 신축 비용이 싼 경우까지 생긴다.
전문가들은 최근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을 선택하는 동네가 늘고는 있지만 개인에게만 주택 안전을 맡겨서는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는 도로 공원 주민커뮤니티센터 같은 공공시설만 지으면서 주택은 개인 소관이라고만 본다”며 “마을공동체 유지는 물론이고 주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노후 주택 수리 비용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