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진단 설문]① 경제전문가 74% '하강 국면'..."주력산업 약화·최저임금 등 내부 요인탓"

2018. 8. 7. 18:13C.E.O 경영 자료



[경기 진단 설문]① 경제전문가 74% '하강 국면'..."주력산업 약화·최저임금 등 내부 요인탓"

  • 세종=정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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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8.07 06:01

    국내 금융회사와 경제연구기관, 대학 등에 소속된 경제전문가 19명 중 14명(74%)이 한국 경제의 상황을 ‘경기하강 국면 진입이 임박했거나, 이미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잠재성장률 이상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진단과는 달리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져들었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그 원인으로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로 인한 생산성 둔화가 뒤를 이었다. 세계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한국 경제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외부 충격보다 내부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하반기 주요 하방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확대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7일 조선비즈는 국내 금융회사, 경제연구기관, 주요 대학 등에서 활동하는 경제 전문가 19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고용, 투자, 생산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한국 경제를 진단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경제활력의 젖줄인 투자가 지난 2000년 이후 18년만에 넉달 연속 감소했고, 현재와 미래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동행지수는 지난 2월 이후 다섯달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기대심리와 기업경기지수 등 체감경기와 밀접한 각종 지표들까지 추락하면서 경기 하강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 전문가 74% “경기 하강 국면”...대부분 “하반기로 갈수록 더 어렵다”

    ‘한국 경제의 사이클상 국면’에 대해선 응답자 19명 중 8명(42.1%)이 ‘경기 수축 국면 진입이 임박했다’고 답했고, 6명(31.6%)은 ‘이미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응답자 중 14명(73.7%)이 한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놓였다고 인식했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관련 경기지표 악화, 고용위축 등이 주된 근거로 제시됐다.

    [경기 진단 설문]① 경제전문가 74% '하강 국면'..."주력산업 약화·최저임금 등 내부 요인탓"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산업의 수출부문 성과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경기는 하강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약화된 가운데 고용 지표도 악화되고 있어 하강 국면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행지수가 이미 꺾였고 후행지수인 취업자수 증가율도 올해초부터 하락했다"면서 “반도체 착시로 동행지수 성격인 GDP(국내총생산) 등 일부 지표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확장국면으로 여전히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2명에 불과했다. 3명은 ‘경기 확장 국면이기는 하지만 회복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 정점을 통과하는 중’이라는 견해를 밝힌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투자가 둔화되고 있으나 소비 및 수출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기정점을 지났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면서도 “하방위험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응답자 19명 중 절대 다수인 15명(79%)은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한 명도 없었다. 4명은 상반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반기 최대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전면전’(8명)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이 70%를 넘고 있어 중국 완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률 등 정부 정책리스크, 부동산경기 위축에 따른 건설투자 부진도 경기 하방리스크로 많이 지목됐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실제 관세 부과 시점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진한 내수를 반도체 수출이 방어하는 형태가 올해까지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글로벌 교역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기업 투자 등 경기활력이 살아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등이 경기둔화 요인”

    세계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가 침체된 것에 대해선 산업·노동 경쟁력 약화와 정책리스크 등 내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인식이었다.

    경제전문가들은 ‘고용과 투자 등 각종 경기지표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된 요인’으로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14명, 3개 응답 기준)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이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9명),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로 인한 노동생산성 약화’(7명)이 그 뒤를 이었다.

    [경기 진단 설문]① 경제전문가 74% '하강 국면'..."주력산업 약화·최저임금 등 내부 요인탓"
    이에 비해 ‘경기 사이클상의 문제’, ‘미중 무역갈등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외부 요인에서 경기하강 원인을 찾는 응답은 총 6명(3개 응답 기준)에 그쳤다. 이 밖에 △대기업들의 투자기피(4명) △과도한 규제로 인한 기업활동 제약(3명) △규제혁신 및 경기활성화 법안의 국회 표류(3명) △재벌 중심 경제로 인한 중소기업의 성장 제약(2명) △기타(생산 가능 인구 감소, 중국 관광객 급감의 후유증·2명) 등이었다.

    김현욱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진행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력 산업들의 경쟁력 저하 때문”이라며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대내외 정책적인 문제와 결합되면서 경기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도 “생산 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하락세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조정,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내수에 충격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현재 3%전후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문에 참여하신 분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 △민성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장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SGI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연구센터장 △조경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하근철 국제금융센터 부원장 △허진욱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 △홍춘욱 키움증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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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6/2018080602344.html#csidxd7a28b8489ac1ca919728cb29c9625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