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눈치 보면 안 된다. 옷 벗어도 후회 없다" 1인시위 청년경찰 홍성환

2018. 9. 14. 20:18이슈 뉴스스크랩


“정권 눈치 보면 안 된다. 옷 벗어도 후회 없다" 1인시위 청년경찰 홍성환


입력 2018.09.14 18:09 | 수정 2018.09.14 18:52

"옷 벗어도 후회는 없습니다. 조직의 누가 되더라도 할 말은 해야 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용신지구대 소속 홍성환(29) 경감은 14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홍성환 경감이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홍 경감은 전날인 1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손에는 불에 탄 경찰 버스 사진과 ‘불법과 타협한 경찰청’ ‘폭력 시위에는 열려 있는 경찰 고위층’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경찰이 2015년 세월호 추모 집회 당시 시위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금전배상을 포기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현직 간부가 지도부에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다. 홍 경감은 경찰대 28기로, 경찰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대 4기로 ‘대학 선배’다.

홍 경감은 "경찰 내부망에 2~3차례 글을 올렸었는데 지휘부 반응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1인 시위로 시선을 끄는 방법으로 (지휘부에)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불법·폭력 시위에 엄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도 했다.

당초 경찰은 2015년 세월호 추모 집회 당시 시위대가 경찰 버스·무전기 등을 파손했다며 주최 측을 7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황혜민 판사가 지난달 20일 '금전 배상 없이 피고(집회 주최 측)가 경찰 피해에 유감을 표하라'는 취지로 강제조정 결정을 내리자 이의신청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조정안을 수용했다. 강제조정 결정은 2주 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Q. 1인 시위 이후 지휘부 답변을 받았나.
"듣지 못했다. 경찰 지휘부는 2015년 세월호 추모 집회 당시 불법 시위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금전배상을 포기했다. 왜 그랬는지 일선 경찰관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경찰청이 예전과 달리 조직원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소통이 필요한 부분에서 미흡하다."

Q.경찰이 금전배상 포기한 게 왜 문제인가.
"당시 과격 시위로 경찰 기동차량이 불탔다. (지휘부가 금전 배상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이런 손실은 전부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공무원으로서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금전적 배상은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Q. 지휘부가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3시간 동안 경찰청 앞에서 침묵 시위했다. 동료는 물론이고 상사들이 곁을 지나갈 때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말씀을 드려야 했다."

Q. 1인 시위 때 정복(正服) 입은 이유는 무엇인가.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직(職)을 걸겠다’는 각오였다. ‘너가 경찰 조직 대표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제가 어떻게 감히 경찰 의견을 대변하겠나. 저도 똑같은 일선 경찰의 한 명인데…. 하지만 직을 걸고 꼭 말씀 드리고 싶었다. 이번 시위로 옷을 벗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2015년 4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사다리를 놓고 경찰 버스에 올라가 불법 시위를 하고 있다. 경찰 버스 곳곳에 스프레이로 쓴 낙서가 가득하다(왼쪽). 2015년 1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복면을 쓰고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있다. /이진한 기자, 뉴시스
Q. 폭력 시위로 동료가 다친 적이 있나.
"부상자가 많다. 시위대가 경찰 헬멧·무전기를 뺏으려고 달려든다. 기동버스를 부수는 일도 많다. 경찰대 졸업 이후, 경기지방청 126전투경찰대에서 2년간 시위현장에 투입됐었다. 폭력집회를 많이 봐왔다. ‘전문 시위꾼’이 존재 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시위를 불법·폭력적으로 이끄는 분들은 반성을 하셔야 한다.

경찰이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고, 시위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가 다른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공공물건을 부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시점부터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경찰이 여론을 의식해 가만히 맞고만 있거나, 불법을 묵인하면 안 된다."

Q. 정권은 쌍용자동차 불법 파업(2009년), 민중 총궐기(2015년)시위 진압도 문제 삼고 있다.
"경찰은 법에 의해서만 판단 받아야 한다. 정권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찰이 ‘무소불위의 조직’이 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경찰이 정권 눈치 보면서 ‘우리가 시위진압을 잘못했다’고 자진납세할 필요는 없다."

Q. 1인시위에 나서게 된 계기는 뭔가.
"집회시위가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 언론에서도 많은 지적이 나온 부분이다. 그러나 경찰관이 직접 이 부분에 대해선 얘기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는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4/20180914029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