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알바 절벽'

2018. 10. 4. 10:51C.E.O 경영 자료

청년은 '알바 절벽'

  • 이기훈 기자


  • 입력 : 2018.10.04 03:07

    편의점·패스트푸드점 등 求人 1년새 122만건 급감
    최저임금 인상에 단기 일자리도 갈수록 줄어들어

    최저임금 인상 후 아르바이트생 채용 공고 크게 줄어든 업종 정리 표

    올 들어 1~9월까지 편의점·패스트푸드점 등이 새로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다고 인터넷에 올린 채용 공고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통계로 잡히는 노동시장만 찬바람이 부는 게 아니라 청년·대학생이 주로 찾는 단기 일자리 역시 급감하는 '알바 절벽'이 현실화한 것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본지가 대표적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천국'에 의뢰해 채용 공고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월 올라온 공고(850만4462건)가 작년 같은 기간(972만7912건)보다 122만3450건 적었다. 아르바이트 구인 글이 작년엔 100건 나붙었는데, 올해는 87건밖에 안 붙었다는 뜻이다. 일자리 하나당 근로시간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천국 조사 결과, 올해 2분기 평균 주간 근로시간(16.4시간)이 전년 같은 기간(22시간)보다 5시간 넘게 짧았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구인 공고와 근로시간이 동시에 줄었기 때문에 구직자가 체감하는 한파는 더할 수 있다"고 했다.

    알바 채용이 줄어든 데에는 올해 최저임금 16.4% 급증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알바생들은 주로 최저임금 안팎의 시급을 받는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시급도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압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알바 절벽'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팔라지는 것이다. 올해 1~2분기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채용 공고가 각각 39만건(13%), 32만건(10%) 줄어든 반면 올 3분기에는 50만건(16%)으로 감소 폭이 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규 채용 건수가 줄었다는 건 앞으로 당분간 알바 일자리 전망이 어둡다는 뜻"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비용 압박이 주요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 남모(22)씨는 최근 학교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 모집에 지원했다. 등록금은 부모에게 손 벌려도 용돈 정도는 벌어 쓰고 싶었다. 면접에선 "언제까지 일할 수 있냐" "주말에 갑자기 불러도 괜찮으냐" 같은 깐깐한 질문이 이어졌다. 성실히 답했지만 떨어졌다. 경쟁률이 10대1이었다는 걸 나중에 들었다. 남씨는 "요즘 알바 자리 찾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경쟁률이 두 자릿수일 줄은 몰랐다"면서 "주위에 '괜찮은 알바 찾기가 취업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돈다"고 했다.

    본지가 대표적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천국'에 의뢰해 채용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알바 절벽'이 가장 가파른 업종이 편의점이었다. 지난해 1~9월에는 전국 편의점 점주들이 새로 사람 뽑겠다는 글을 69만4084건 띄웠다. 올해 같은 기간엔 46만2328건으로 대폭 줄었다. 한 해 사이에 일자리 셋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편의점 직원은 '알바'의 상징으로 통한다. 청년·대학생이 주로 찾는 단기 일자리이기도 하다. 알바천국과 노동사회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작년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오르면서 편의점 알바생의 평균 시급도 6562원에서 7598원으로 1000원 넘게 뛰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인건비로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결국 점주가 일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소매·서비스 업종도 '알바 절벽'이 가팔라졌다. 편의점(24만건), 기타 음식점(14만건), 패스트푸드점(13만건), 커피 전문점(7만7000건), 주점·호프집(6만5000건), PC방(4만9000건)을 합쳐 알바 공고가 71만건 줄었다. 이들은 생산성을 갑자기 끌어올리기 어려운 영세 서비스 업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건비 압박이 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 사이트 '워크넷'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8월 사이 워크넷에 뜬 새 일자리 수(169만명)는 작년 같은 기간(197만명)보다 14% 적었다. 올해 1월 일자리가 반짝 늘었다가, 2~8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 중이다. 워크넷에는 주로 중소기업과 영세 업체가 구인 공고를 낸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 초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을 때만 해도 버티려던 업체들이 이제는 목돈을 들여서라도 자동화 기기 등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고임금 구조가 굳어질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롯데리아는 작년까지 전체 매출 25%가 무인 판매기에서 나왔다. 올해는 이 비율이 약 40%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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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4/2018100400293.html#csidxf4367939ffa5dc39118db87d4260a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