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정책, 논리·현실 다 맞지 않아…
2018. 10. 3. 21:22ㆍC.E.O 경영 자료
"文정부 정책, 논리·현실 다 맞지 않아…
국민에 幻想만 심어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국민은 실험 대상 몰모토 아냐… 경제정책 궤도 하루 빨리 수정해야
서비스산업 키워야 성장도, 일자리도 풀리는 데 선동세력 발목 잡아
노동개혁·교육 시스템정비, 과학기술 정비 없이는 선진국 절대 안돼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 입력: 2018-10-01 18:47
[2018년 10월 02일자 4면 기사]
박동욱 기자 fuf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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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고견을 듣는다
윤증현 前 기획재정부장관 (1)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 정부의 정책은 논리도 현실에도 맞지 않아요.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도 어느 한 구석 희망의 근거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안보와 사회 분야 다 마찬가집니다.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있어요. 특히 급속히 하향평준화 되는 교육과 나라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저출산 문제는 심각합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현 윤경제연구소 소장)의 말에는 한 뼘 만이라도 이 정부의 정책에서 긍정적 요소를 찾아보려는 진심이 느껴졌다. 한 가지라도 놓치지 말라는 듯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고쳐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선생님 같은 엄정함과 친절함이 배어나왔다. 깊게 패인 주름살은 성공적으로 직분을 마친 전직 정부 경제수장의 훈장이 아닐까 생각했다. 원로의 경륜이 자아내는 풍모는 접하기 힘든 지적 세례다.
"내가 말해봐야 들을 것 같지도 않고...." "이 나라가 자기들만의 나라인가. 이대로라면 모든 게 무너진다." 두 달여 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죽비처럼 내리쳤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을 어렵게 인터뷰를 했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 후 여러 언론사로부터 욕을 먹었다고 한다. 그 후 계속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모두 응하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말해봤자 속절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윤 전 장관은 그의 표상이 돼버린 별명인 '따거'(중국어로 큰 형님이란 뜻)처럼 거침없이 오류를 지적했다. 눈이 확 뜨이는 대안도 던졌다. 7월 조선일보 인터뷰가 나간 후 그의 정곡을 찌르는 언사는 일언이폐지가 됐다. 어떤 반박도 모두 낚아채 침묵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적확하게 우리 경제의 환부에 꽂혔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달 21일에는 OECD가 마침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3.0%에서 2.7%로 0.3%포인트나 하향조정한 날이었다. 두 달 전 인터뷰 때보다 한국 경제는 더 내려앉고 있다는 정황이 또 드러난 것이다. 두 달 전에는 5월 취업자 증가수가 그나마 10만명은 넘었을 때고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되기 전 1분기 성장률이 1.0%라는 안도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8월의 취업자 증가수가 5000명으로 고꾸라졌고 2분기 성장률이 0.6%로 떨어졌으며 최근 월(7월)까지 5개월 연속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경제 앞날이 더 확실하게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한 생각을 먼저 물었다.
-두 달 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이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현재 경제상황은 그 때보다도 더 나빠졌는데요.
"(잠시 고심하다 입술을 굳게 물었다 펴며) 최근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적성장으로 바꿨는데, 문패를 바꾼다고 본질이 바뀝니까? 청와대는 기다려 보면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경제가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늘어 성장을 하면서 일어나는 것인데 분배가 성장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성장으로 문제를 풀어야지 분배나 형평으로는 풀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하루 빨리 궤도 수정을 해야 합니다. 성장담론을 살려야 합니다. 분배 왜곡이니 소득양극화니 이런 걸 해결하려면 일자리가 늘어나야 합니다. 분배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책은 합리적이고 시장 수용적이어야 합니다. OECD는 올해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예상하고 있어요. 우리는 거기에서 1% 이상 떨어집니다. 이래 갖고 분배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8월 5분위 소득격차가 더 악화됐다고 합니다. 경제가 나쁘면 저소득자가 더 어렵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양한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예를 하나 들죠. 빌 클린턴이 아칸소주 리틀락에서 주지사 하다 워싱턴에 입성하지 않았습니까. 주지사 시절 주변 인물들 중심의 선거캠프 사람들로 1년 정도 국정을 운영하다 안 되니까 전면 교체했습니다. 전국적인 인사들을 등용해 1년 헤매던 경제정책이 궤도를 잡고 성공했어요. 클린턴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장관님 지적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성장산업 현장이나 규제철폐 시범 분야 기업을 수차례 방문했습니다.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원격의료 허용에 대한 전향적 변화도 피력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진통 끝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합의점을 찾은 것은 다행입니다. 규제완화에 일부 진전을 본 겁니다. 그러나 이뿐만 아니라 의료산업에서 원격진료 허용과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한 상업병원 규제도 풀어야 합니다. 또 관광 교육 문화 분야로 규제완화를 확대해야 합니다.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도록 길을 터줘야지요. 국내 핀테크 도입은 너무 늦었고 국제경쟁에서 많이 처지고 있습니다."
-장관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데에 경제컨트롤타워로서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지금처럼 실업률이 높아지고 투자가 추락하는 등 문제가 많았지만, 그래도 극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 때와 지금 한국경제 상황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는데요, 막상 장관을 맡고 보니 전 세계가 1930년대 대공항에 버금가는 위기와 공포가 힙쓸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선진국들은 금융위기를 거의 극복해가는 과정이고 현재 몇몇 신흥국들이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와 비교해 해외 여건은 매우 좋습니다. 지금 우리만 뒤처지고 있는 겁니다.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글로벌 추세를 타지 않으면 경제정책은 효과가 떨어집니다."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비결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경제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안 됩니다. 정부가 정직하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2009년 원래 경제성장 목표치는 3%였습니다. 그러나 취임하고 나서 이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지요. 근거 없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봤어요. 시장 베이스로 정확하게 추산해보니 마이너스 3% 정도로 전망됐습니다. 그것도 허리띠 졸라매야 가능한 수치였습니다. 청와대에 얘기를 했습니다. 대통령이 차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연결돼 통화를 했습니다. -3%로 수정해야 한다고 하자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습니다. '저한테 맡겨주시겠습니까?'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고민 끝에 1%포인트 올려 -2%로 정했습니다. 취임 회견에서 -2% 성장목표를 발표하자 발칵 뒤집어졌지요. 기자들이 어떻게 5%포인트를 줄일 수 있느냐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제 주체들이 경제정책을 신뢰하고 잘 협조해준 덕분입니다. 기업 투자를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민간 SOC투자확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니 시장이 호응을 한 것입니다. 법과 원칙을 충실히 지킨 점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시장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여주니까요."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기준 3.17%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상성장률을 2.7%로 전 전망치 3.0% 보다도 0.3%포인트나 하향 조정했어요.
"3개의 성장축이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년 들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3% 성장도 어렵습니다. 세계 평균 성장률 이상 성장해야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토대가 지금 무너지고 있어요.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첫째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가 일어나야 합니다. 물적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거죠. 그러나 지금은 기업 투자의욕이 바닥입니다. 정부와 사회의 반기업정서, 강성노조로 인해 기업인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어요. 둘째, 인적 투자가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우수한 인적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 및 훈련과 R&D 투자 확대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요소투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야 비로소 성장으로 가는 겁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나마 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공공분야의 성과연봉제와 노동개혁 등을 모두 엎어버리지 않았습니까.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으로 가야 하는데, 재정을 투입해 돈으로 끌고가려고 하니 잘 안 되는 겁니다."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근로제를 강행하는 정부는 '정책이 효과를 내기까지 회임기간이 필요하다'며 기다려보면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요.
"(실소를 하며) 회임기간을 말하는데, 국민들이 그럼 실험 대상인 몰모토입니까? 이미 판명이 났는데, 방향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더 가다가는 경제가 절단 납니다. 일자리 예산을 54조나 쏟아붓고 추가로 20 몇 조를 더 투자 한다는데, 그 돈이 어떤 돈입니까. 법인세 증세해 받은 겁니다. 투자할 돈을 세금으로 낸 거예요. 국민 혈세를 기약 없이 마구 퍼붓는 것은 죄를 짓는 겁니다."
-설비투자가 7월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감소입니다. 기업들이 투자할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업 압박한다고 투자가 느는 건 아닙니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내부 유보를 할 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비상시를 대비하는 비상금으로 비축하는 거고요 다음으로는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투자를 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시장에 고도의 자유와 자율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런 연후 투자를 요청하고 지원을 하는 겁니다.
현재 일자리 창출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관광 의료 등 서비스산업입니다. 이 분야는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요. 몇 해 전만 해도 우리가 일본 보다 해외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했습니다. 일본은 총리가 위원장이 돼서 관광인프라 확충에 발벗고 나선 결과 올해 아마 해외관광객이 3000만명을 넘어설 겁니다. 의료와 바이오 분야는 우리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예요. 우수한 인재가 이 분야에 많이 종사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성형뿐 아니라 지금도 해외에서 치료를 위해 한국을 많이 방문하고 있어요.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병원도 산업화 기업화해야 합니다. 의료기기 개발은 산업연관 효과가 매우 높은 분야예요. 그런데, 일부 선동세력이 의료산업 규제완화를 병원 상업화라고 호도하고 규제를 풀면 맹장 수술하는데 1500만원이 든다느니 말도 안되는 선동을 하고 있어요. 편의점에서 일상 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규제를 풀려고 하자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반대가 심했습니까. 그러나 지금 무슨 문제가 있나요! 지도자와 정치권의 의료산업에 대한 이해와 결단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이러다가는 기업가정신이 모두 죽을 거라는 겁니다. 이를 저지하려면 통 큰 규제혁파가 필요합니다."
-관심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돌려보죠. 장관님은 규제완화를 유독 강조하고 성장산업 육성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4차 산업혁명이 지금 속도로 진행되면 산업과 고용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겁니다.
다보스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계산해보니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는 700만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개라고 했는데, 그럼 500만개 사라지지 않습니까. 새 일자리가 인공지능(AI), IoT, 로봇,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미래 헬스케어산업, 드론같은 분야에서 생길 겁니다. 앞으로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관건은 이런 초연결사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우선은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합니다. 노동시장은 점차 국경이 사라지면서 노동력이 전세계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다음으론, 교육시스템의 정비입니다. 옛날식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분리 방식의 교육으로는 변화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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