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 폭주’ 맞서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2018. 10. 29. 12:25C.E.O 경영 자료

‘文 정권 폭주’ 맞서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지금 국가의 기운이 꺾이고 있다. 보수는 ‘사상적 무장’이 돼야 한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 “헌법정신 부정하는 ‘反체제 세력’ 집권하는 데 일조할 수 없어 민주당 탈당”
⊙ “심재철 폭로에 펄펄 뛰는 靑, 복지국가 되려면 공공서비스 투명성부터 강화해야”
⊙ “경제 참모들의 ‘국가주의적 사고방식’보다 대통령의 무지·무관심이 더 큰 문제”
⊙ “제왕적 대통령제 절대권력, ‘사다리 걷어차기’ 정책들이 한국 사회 공산주의로”
⊙ “이상적 사회주의 꿈꾸는 운동권 세력 막으려면 한국당 성찰하고 보수 통합해야”

李彦周
1972년 부산 출생. 영도여고,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노스웨스턴대 법학 석사 및 연세대 법무대학원 경제법무 석사 / 제39회 사법시험 합격, 에쓰오일 상무, 한국여성변호사회 국제이사 / 제19대·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사진=조현호
  “갈수록 확신이 든다. 이 세력들은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국가권력 공공(公共)이 모든 경제에 침투해 간섭하고, 공산화(共産化)되는 그런 사회가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지속될 수 있다. 즉, (민주당의) 소위 ‘20년 집권 계획의 일환’이다.” (지난 9월 5일 이언주 의원 페이스북 게시물 중)
 
  이언주(李彦周·46)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 출신 의원들보다도 더 센 ‘정권 견제 발언’ 때문에 ‘문재인 저격수’ ‘야당의 여전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특히 SNS상에서 ‘소통과는 거리가 먼 불통과 아집의 정권’ ‘좌편향된 권력 핵심부, 구제불능의 코드인사’ ‘이념세력이 국민을 마루타로 만들었다’는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의원은 본래 민주당 초·재선 출신으로 한때 문재인 대통령을 당 대표로 모신 사람이다. 민주당에서 발탁한 젊은 대기업 임원 출신의 정치인은 현 정권을 왜 강도 높게 비판할까. 그가 ‘자유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민주당 운동권과는 정치 못하겠더라”
 
민주통합당은 2011년 3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전략공천 영입 대상자로 이언주 에쓰오일 상무(오른쪽)와 임지아 변호사를 영입, 환영식을 열었다. 사진=조선DB
  변호사·기업인이었던 그는 2012년 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수년간 신출내기 의원으로 열정을 갖고 의정활동을 했지만, 갈수록 당내 주류파들과 정치철학이 부딪쳤다.
 
  ―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뭡니까.
 
  “민주당에는 ‘인재 영입’으로 들어간 겁니다. 당시 제가 30대였는데, 굉장히 젊은 나이에 자산총액 기준 30대 대기업 중에서 ‘최연소 임원 승진’을 한 케이스였어요. 당에서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을 원했어요.”
 
  ― 입당하기 전까지 정치권에 친한 사람이 있다거나, 또는 직접 접촉한 적이 있었나요.
 
  “제가 최연소 임원도 하고 회사에서도 정책에 대한 얘기를 많이 다뤄서 (법무부) 상사법무과 같은 곳에 의견을 많이 줬었죠.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식으로 정치권에 간접적으로 글도 좀 썼고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권유를 좀 받았던 거 같아요.”
 
  ― 영입을 직접 이야기한 분이 있었나요.
 
  “그때 (당내) 여성정치참여위원회라는 게 있었어요. 그쪽 여성 의원들을 통해서 접촉이 왔었죠. 민주당이 여성 경제인들을 선호했었어요. 그쪽에는 없는 부분이었으니까요. 지금 보면 ‘양향자’(전 민주당 최고위원) 같은 케이스였죠. 그때는 사실상 양당제였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새누리당이 인기가 없었어요. 우파 쪽에서도 권위주의적인 정당으로 인식됐었죠.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성향인데도 그렇게 보였어요.”
 
  ― 보수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새누리당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네요?
 
  “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개혁의 대상이라고 봤죠. 민주당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공통된 주장이나 개혁과제들에 공감을 하고 입당을 했죠. 당 내부의 깊숙한 문제들을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 민주당에 오래 계셨죠?
 
  “어떻게 보면 그렇죠. 어쨌든 간에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죠. 열심히 했는데, 가장 큰 문제를 느낀 게 저는 운동권하고는 같이 정치를 못하겠더라고요.”
 
 
  “스스로 反체제세력 된 것 같았다”
 
  ― 이유가 뭡니까.
 
  “이거는 개혁이 아니라, 굉장히 좀 ‘이질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걸 많이 느꼈어요. 문화적으로나 행동양식도 그렇고.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이라는 게 제가 볼 때는 굉장히 비현실적이었어요. 경제 문제에 대해서 진단할 때도 그래요. 저도 많이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체제를 인정하거든요. 자본주의의 장점을 인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거든요. 보수정권도 그 부분에 대해서 철저하진 못했죠. 그런데 운동권들에게선 좀 전체주의적 경향이 느껴졌어요. 자기들만 옳고 정의고, 그것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 운동권 정치인들이 주로 어떤 주장들을 했나요.
 
  “재작년 같은 경우, 사드와 FTA를 반대한 게 대표적이었죠. 자유시장의 원리를 부정하는 태도를 많이 접하게 됐고, 북한·국제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역사관이 달랐어요. 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반대했지만, (교과서 내용처럼) 이승만 대통령이 국제질서를 보는 통찰력만큼은 뛰어났다고 생각해요. 그때 우리가 소위 ‘줄을 잘못 섰다’면 북한과 통일돼 사회주의로 갔을 거예요. 얼마나 끔찍한 일이에요? 천만다행이라고 인식하는데, 그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위험한 생각’들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 정치가로서 가치관이 안 맞는데 같이 있기가 괴로웠겠네요.
 
  “네,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그러잖아요. 우리 대한민국이 잘못 태어났다고 인식한다든지, 그때 사회주의가 됐다고 하더라도 통일이 더 중요했다고 생각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나라의 역사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거의 (지금도 우리 사회가) ‘사상적 내전 상태’가 아닌가 생각해요. ‘이건 내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어요. 약간 심하게 얘기하면 스스로 반체제 세력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니까요.”
 
 
  “親文 패권 막기 위해 안철수 지원”
 
2017년 4월 6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완전국민경선 보고대회에서 이언주 의원과 함께 웃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사진=조선DB
  운동권 출신 중심의 ‘친문(親文) 패권주의’는 이 의원이 경계하던 보수정당의 권위주의적 정치행태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다. 역사관·가치관이 애초부터 달랐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했다. 이 의원이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간사’ 역할을 하며 주류파의 독선을 지적하자 “왜 딴소리를 하느냐”는 면박이 돌아왔다.
 
  ― 그릇된 주장들을 바로잡아볼 노력은 안 했습니까.
 
  “국가가 나서서 ‘정규직화해’ ‘임금 올려줘’ ‘근로시간 줄여’, 이건 사회주의잖아요. 그런 주장들이 (당내에서) 스스럼없이 진행이 되고 현실화될 것 같더라고요. 친문 패권주의가 그런 분위기를 끌고 가니까 논리적으로 논쟁하는 게 어려웠어요. 제가 개헌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 (우리 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내려놔야 한다’고 말하니까 ‘너는 배신자, 딴소리한다’고 했어요. 저야말로 배신감을 느꼈죠. ‘내가 속은 것 같다’고요.”
 
  이 의원은 작년 대선 직전 “이렇게 가다간 ‘체제 변혁’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가 온다. 똑같은 권력을 잉태하는 데 기여할 수 없다”며 민주당을 ‘탈출’했다. 박근혜 정권 탄핵과정을 보면서도 권력분산은커녕, 집권이 가까워지자 ‘제왕적 대통령제’에 집착하는 당이 한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의 회고다.
 
  “(작년 대선 때) 사실 (대통령 후보로서 문재인의) 대안이 없었어요. 막 탄핵이 된 당이 집권을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런 느낌에서 ‘차악’ 개념으로 안철수 후보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탈당으로) 욕을 먹는 건 감수를 해야겠더라고요.”
 
  ― 정치인으로서 그런 비난을 감수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다 비난을 했지 않습니까.
 
  “한편으로 보면 좀 안타까운 부분도 있어요. 그러나 내가 양심에 반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는 없었어요. 정치적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양심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봤죠.”
 
 
  “특권사회는 자본주의 아닌 권력이 만들어”
 
정운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강효상,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지난 9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의원은 국민의당 합류 후 올해 초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쳐 바른미래당 의원이 됐다. 그는 변호사 출신에다 당 대변인만 4번 지낼 만큼 유려한 필설로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들을 비판해 왔다. 특히 에쓰오일 상무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경제 분야’를 집중 검증하고 있다. 현재 간사를 맡고 있는 소관 상임위도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다른 당 의원들과 함께 ‘시장경제 살리기 연대’도 만들어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 공산화를 왜 우려합니까.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 아닙니까.
 
  “북한에 의해서 ‘적화통일’되는 것만 공산화가 아니에요. 자본주의가 제대로 운영되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와요. ‘특권사회’가 되는 건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라 권력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사회가 러시아·우크라이나예요. 국가가 모든 자원과 경제를 독점하는 사회죠. 중국도 공산당 간부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를 독점하잖아요. 우리나라도 일부 좌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자본주의를 공격하죠. ‘국가가 더 개입해서 사회주의적 요소를 많아지게 하면 평등해진다’고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듭니다.”
 
  ― 현 정부의 정책들이 공산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봅니까.
 
  “지금 상황이 굉장히 위험하죠. 정부가 인허가를 많이 만들잖아요. 방송도 보세요. 방송이 공정하려면 자율화해야 해요. 방송은 자기 고객을 확보해 가면서 그 생태계 속에서 정리가 되는 거예요. 너무 이상한 방송이면 도태되고요. 정부가 인허가를 낸다는 건, 공공이 방송을 관리해야 된다는 거죠. 그 결과 방송은 공공과 결탁하게 돼요. 실력이 아니라 줄서기로 경쟁을 하죠. 또 제가 며칠 전에 오리농가 주인들이 농성하는 자리에 갔는데, 정부가 이번에 평창올림픽 연다고 AI(조류독감) 위험 때문에 사육제한을 했대요. 이게 뭡니까. 사유재산권을 이렇게 침해할 수가 없어요.”
 
  ― 정부가 ‘공산화 위험’이 있는 정책들을 펴는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그게 다 ‘표밭’이 되기 때문이에요. 최저임금 문제만 봐도 ‘그 정도 돈 줄 형편 안 되면 그냥 망해라’ 이거잖아요. 임금은 가격이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걸 국가가 강요하잖아요. 사회주의라는 거예요. 중소기업인들이 몰락하고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게 되면 수많은 빈민들이 발생할 거 아닙니까. 그게 표밭이죠. 국민들이 싫어도 국가가 주는 배급에 매달리게 되는 거예요.”
 
 
  “관료도 장악 못하는데 어떻게 대통령 하나”
 
  ― 경쟁이 지나치면 낙오된 약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모두가 동등한 ‘평준화’ 사회가 좋은 거 아닌가요.
 
  “이 정부의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사다리 걷어차기’ 정책을 편다는 겁니다. 사회도 평준화가 아니라 다양화로 가고,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해야 인재 발탁이 가능합니다. 평준화는 그냥 그 자리에 있으라는 거예요. 부동산도 마찬가지예요. 장하성 실장이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 없다’고 했죠? 사다리를 걷어차는 거예요. 자산 증식할 기회를 줘야죠.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대출도 허용해 줘야죠. 부채를 운용해서 재산을 늘릴 수 있게요. 어떻게 자기 자본만 갖고 자산을 증식하나요?”
 
  ― 청년 일자리 문제, 고용대란도 ‘사다리 걷어차기’ 정책 때문이라고 봅니까.
 
  “고용쇼크도 임금을 과도하게 높게 설정해 놓으니까 벌어진 일이죠. 노동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일자리 문제가 생기죠. 노동 수요자가 어차피 두 명 쓸 거 한 명밖에 못 쓰면 숙련자를 뽑겠죠. 경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없어요. 경제가 살아야 일자리도 느는데, 경제는 침체됐는데 경쟁과 순환이 없어요. 정규직화 때문에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안 비켜나거든요.”
 
  ― 그렇다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는 경제 참모들을 교체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해야 되겠죠. 그런데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이 너무 무관심하고 무지한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 무지하다고요?
 
  “현대사회에서는 참모들이 보고를 아무리 이상하게 해도, 리더가 정확히 짚어내진 못하더라도 ‘이게 말이 되나’ 하고 물어볼 수 있어야죠. 그것도 안 되는데 어떻게 대통령을 합니까. 그 전의 대통령들도 마찬가지고요. 최소한 관료를 장악할 수 있어야죠. 거짓말하면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 이른바 ‘코드인사’도 그런 무지의 한 예로 볼 수 있을까요. 최근 통계청장도 경질됐는데요.
 
  “심각하죠. 그건 코드인사 정도가 아니라 폭력이죠. 국가권력의 폭력과 남용.”
 
 
  “우리 형편이 북유럽과 같나”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실에서 관계자들과 간담회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지금 고용노동, 국토교통, 교육까지 다 ‘운동권 출신’ 여성장관들이 장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30~40대 직장인과 학부모들이 이런 ‘전문성 없는 인사’에 불만들이 많은데요.
 
  “전문성이 부족한 건 맞는 것 같아요. 숫자 하나하나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자기 철학이 분명히 있어야죠. 또 그 철학을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하고요. 예를 들어 교육부장관이라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노력해야죠. 또 경제력이 약한 집안이라도 자기가 능력 있으면 성공할 수 있게,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야죠.”
 
  ― 반면 신임 교육부장관의 취임 일성은 ‘고교 무상교육’이었습니다.
 
  “무상교육도 중요하지만, 그게 교육에서 큰 이슈는 아니잖아요. 현재 학부모들이 바라는 과제와 좀 동떨어져 있죠. 혈세는 효율적으로 써야죠. 부는 한정돼 있는데 쓸 데가 많으면 아껴 써야죠. 우리 형편이 세금 많이 내는 북유럽하고 같습니까. 우리는 일단 공공에 대한 신뢰가 없어요.”
 
  ― 지난번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내각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폭로했습니다. 공공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더 떨어졌을 것 같은데요.
 
  “청와대가 자기 좀 쓴 거 공개했다고 난리치잖아요. 이렇게 투명하지 못한 정부를 어떻게 신뢰하겠습니까. 쟤네들이 우리 안 보는 사이에 이런 것까지 썼구나. 그런데 오히려 자기들이 펄펄 뛰고 숨기려고 난리네. 어떻게 믿고 세금 많이 내겠습니까. 공공서비스 마인드부터 투명하게 대대적으로 고쳐야 해요. 그거 없이는 복지국가 절대 못 됩니다.”
 
 
  “야당이 약한데 ‘멋 부리는 정치’ 할 순 없어”
 
  최근 정가에서 ‘보수통합’ 바람이 불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내년 ‘통합 전당대회설’이, 바른미래당에서는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내부 투쟁을 벌이면서 분당(分黨)론이 새어 나온다. 보수진영의 합종연횡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 한국당 혁신 칼자루를 쥔 전원책 조강특위위원은 양당을 물줄기에 비유, 언젠가 합쳐질 것이라고 예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선 강한 야당, 선명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수의 힘을 모으려면 결국 어떤 형식으로든 양당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뜻이었다. 단, 조건은 정권 실패로 보수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한국당의 성찰’이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 즉 헌법이 승인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시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 분당·합당 등 ‘바른미래당 개편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를 할 때는 당리당략이나 선거와 관련된 이해관계보다 국가를 우선시해야죠. 우리나라 상황이 어떻습니까. 집권세력이 독선적 국정운영을 지속하고 새로운 적폐를 엄청나게 쌓고 있죠. 탄핵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것 때문에 스스로 ‘절대적 정의(正義)’를 부여하고 있어요. 역사적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혁명정부’라고 착각해요. 반시장적 정책으로 시장경제 근간을 흔들고 있어요. 언론의 자유도 부족하죠. 방송이 ‘대한늬우스’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북한 문제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접근하고 있고요. 정권은 이런 일을 왜 두려움 없이 행하고 있는가. 그 원인은 결국 ‘야당의 약함’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멋 부리는 정치’를 할 순 없습니다.”
 
  ― ‘강한 야당’을 위해 한국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건가요.
 
  “절대권력의 전횡을 막아야죠. 강력하고 선명한 야당으로 단일대오를 이뤄야죠. 통합을 해야 해요.”
 
  ― 양당이 통합하면 정권 견제를 잘할 수 있다는 근거는 뭡니까. 도로 새누리당이 되는 거 아닌가요.
 
  “지금처럼 야당이 투쟁력도 없고 지리멸렬하게 분열돼 있으면 전선(戰線) 형성 자체가 안 돼요. 국민들로 하여금 뭐가 이슈고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해요. ‘도대체 저 정책이 잘못된 건가 아닌가’ 알 수 없게 전달하면, 국민들은 ‘에이, 관심 없어’ 이렇게 되는 거죠.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는 다당제는 안 됩니다. 그건 독재로 가는 길이에요.”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지난 10월 8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린 바 있다.
 
  〈현 상황을 냉정히 보면 지리멸렬한 야당들의 다당 체제가,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일본의 자민당’처럼 일당독재로 만드는 주요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일본과는 정반대로, ‘좌파 사회주의 정당’이 연정독재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되는 것이지요. 나머지 야당들은 1중대, 2중대, 3중대가 되고 의원직이 ‘생계형 직업’이 되는 상황입니다. 다들 여당에 어떻게 잘 보여서, ‘배지 한 번 더 달까’ 혈안이 되는 ‘부끄러운 신세’가 되는 것이지요.〉
 
 
  보수통합 조건은 생존정치 아닌 ‘同志의식’
 

  ― 합당의 조건이 있습니까.
 
  “그냥 ‘우리가 살아남아야 하니까 합쳐야 된다’는 건 아니에요. 한국당부터 본인들이 집권했을 때 얼마나 보수의 가치를 무너뜨렸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으로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이 정유라 사건 등으로 ‘공정한 기회’ 즉 보수의 가치를 무너뜨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우리의 잘못이지, 가치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담아 변화했다는 걸 알려야죠. 그리고 우리에게 동지(同志)가 돼서 같이 싸우자고 말해야죠. 큰 국가적 어젠다를 가지고 단일대오를 이루되, 개인의 정치적 욕심들을 접어야 합니다.”
 
  ― 당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조금씩 생각이 다르겠죠.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지역구에 따라서 좀 다를 수도 있고요. 저만 해도 꼭 합당이 내게 더 표가 되는 길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더 큰 정당, 더 큰 세력과 함께했을 때 손해를 볼 수도 있죠. 중요한 건 일단 (정권의 폭거를) 막아야 한다는 거예요. 국익을 중시해야죠. 제가 양지만 찾아갔으면 탈당도 안 했을 걸요? 지금은 한목소리로 싸워야 할 때입니다. 언론도 우리가 단일대오로 싸울 때만 용기를 낼 거예요.”
 
  ― ‘바른미래당에서 신(新)보수의 가치는 실패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보수가 제대로 태어나길 바라고 있어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 이 두 가지가 헌법정신이에요. 정통성은 우리에게 있어요. 이 범위 안에서 좌우가 나눠지는 게 맞아요. 사실 유승민 쪽하고 얘기해서 통합을 주도할 때는 (신보수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어요. 우리 당에 대한 20%의 초반 지지율이 바로 ‘뭔가 다른, 젊은 보수세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국민들의 기대였어요. 그런데 그 주역들이 물러나고 다른 사람들이 당을 주도하면서 최초의 문제의식, 동기, 목표가 사라져 버렸어요. 마치 제2의 국민의당처럼 된 거예요. 지금부터라도 젊은이들에게 논리적·합리적 설득을 할 수 있는 보수세력을 만들기 위해 뛰어야 해요.”
 
  ― 젊은이들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보수면 좋겠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우리 젊은이들이요, 마구 퍼 달라고 그러지 않아요. 기회를 달라는 거거든요. 굉장히 냉철해요. 그래서 이들이 생각하는 부조리들, 특권이라든가 불합리한 부분들을 개혁하는 거야말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는 거죠.”
 
  ― 앞으로 보수통합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입니까.
 
  “제가 초등학생 때 싱가포르 교민이었어요. 그때 우리나라가 얼마나 못살았는지, 사람들이 제가 북한에서 온 줄 알았어요. 어린 나이인데도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던지, 그때부터 공부를 더 열심히 했어요. 지금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나요.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정도죠. 그런 국가의 기운이 지금 꺾이고 있어요. 정치가 개인을 추종하면 초라해져요. 민주당이 민주를 선점했다면, 우리는 자유를 선택해야죠. ‘사상적 무장’이 돼야 해요. 저도 국민들에게 보수정당이 이익집단으로 보이지 않도록 과거의 권위주의 우파 모습을 청산하는 데 기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