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일간 90곳 204명 조사… 계엄의 '계'字도 못찾았다

2018. 11. 8. 17:48C.E.O 경영 자료

105일간 90곳 204명 조사… 계엄의 '계'字도 못찾았다

전현석 기자 윤동빈 기자                    

입력 2018.11.08 03:00

'기무사 계엄문건' 사건… 조현천 기소중지, 8명 참고인 중지
내란음모 캔다더니… '공문서 위조' 장교 3명만 불구속 기소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지난 7월 이후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을 수사해 온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7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군기무사령부(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가 계엄령을 발동하려 했다는 '내란(內亂) 음모' 의혹을 제기했고 합수단은 105일 동안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합수단은 전 기무사 장교 3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을 뿐, 204명을 조사하고도 '계엄'과 관련된 증거나 진술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용두사미'로 끝난 정치 수사"라고 비판했다.

◇檢 "실행 계획 결론 못 내려"

노만석 합수단장은 이날 "이 사건(전모)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선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조사해야 하지만, 작년 12월 미국에 간 뒤로 소재가 불명한 상태"라며 "신병을 확보할 때까지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역시 내란 음모 혐의로 고발된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8명에 대해서는 조 전 사령관 소재를 확인할 때까지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중간 수사 결과 발표하는 합수단 -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군·검 합동수사단이 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노 단장은 "지난달 (문건 작성을 지시했던) 한민구 전 장관을 조사했지만 유의미한 진술이 없었다"고 말했다. 노 단장은 "계엄 문건이 실행 계획이라고 결론을 못 낸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계엄 문건 작성 라인을 다 수사하고도 아무런 단서를 못 잡았는데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한다고 결론이 달라지겠느냐"며 "조 전 장관의 소재 불명은 오히려 수사팀에 좋은 핑곗거리인 셈"이라고 했다.

합수단은 이날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계엄령 문건이 마치 한·미 연합 훈련용으로 작성된 것처럼 꾸민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 등으로 소강원 전 참모장(소장) 등 장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與 "쿠데타 모의" 주장에 대통령 수사 지시

이번 수사의 출발점은 지난 7월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이라는 8쪽짜리 문건이었다. 기무사 요원들은 "탄핵 판결 후 극단적인 치안 불안 상황을 가정해 작성됐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은 "촛불 정국에서 '친위 쿠데타'를 추진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닷새 뒤인 7월 10일 인도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에서 "독립 수사단을 꾸려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지난 7월 20일에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새로운 문건"이 나왔다면서 이를 공개했다. '대비 계획 세부자료'라는 제목의 67쪽 문건이었는데, 이는 5일 공개된 계엄 문건의 첨부 자료였다. 이후 7월 26일 군·검 합동수사단이 출범해 전방위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시작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고 말했고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이 일었다.

37명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단은 총 204명을 조사하고 국방부, 육군본부, 기무사령부, 대통령기록관 등 90곳을 압수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송영무 전 국방장관이 이미 올해 4월 청와대에 '계엄 문건'에 대해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뒤늦게 사건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아무런 근거 없이 내란 음모로 몰아세워 국가 안보기관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붙인 현 집권 세력은 역사의 심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신병 확보에 속도를 내고 관련자들에 대한 중단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계엄령 문건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예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었다"며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