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함정과 항공기를 동원해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
1853년 7월 8일 일본 에도(江戶·현재의 도쿄)만 우라가에 일본인들이 보지 못한 시커먼 선박 4척이 연기를 뿜으며 나타났다. 이 선박들은 미국 동인도 함대 사령관인 매튜 페리 제독이 이끌었던 군함들이었다. 선박들은 선체를 썩지 않게 하기 위해 타르를 발라서 검게 보였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구로후네(黑船·흑선)라고 불렀다. 당시 페리 제독은 일본 막부 정권에 대통령의 국서를 전달하고 1년 후 다시 올 때까지 개국 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하고 떠났다. 페리 제독은 1854년 2월 13일 군함 9척을 이끌고 나타나 개항과 통상을 요구했다. 일본 막부 정권은 같은 해 3월 31일 미국 군함들의 무력시위에 굴복해 시모다와 하코다테 등 두 곳을 개항하고 페리 제독과 화친 조약을 맺었다. 일본은 페리 제독이 상륙했던 구리하마에 페리 기념관을 세웠다. 이 기념관의 관광용 팸플릿에는 ‘페리가 끌고 온 흑선으로, 태평하게 잠자던 일본은 근대국가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다. 미국의 흑선 때문에 강제로 개항을 당하는 등 치욕을 겪었지만 일본은 이를 국가 발전에 적절하게 이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해군 제7함대의 모항이 있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가 바로 페리 제독의 함대가 정박했던 곳이다. 구리하마는 인구 40만명인 요코스카의 동부에 있는 지명이다. 우라가는 요코스카 남부의 작은 항구다. 요코스카에는 막부 정권 때는 조선소가 있었고 일제강점기 때는 해군 공창(工廠)으로 바뀌었다.
강제 개항의 역사를 간직한 요코스카는 현재 미·일 군사동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동북아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미 해군 제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 자위함대의 사령부가 함께 근무하고 있다. 제7함대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필두로 하는 항모 전단을 비롯해 이지스함 등 각종 함정들이 소속돼 있다. 앤티텀, 챈슬러 빌, 샤일로 등 3척의 이지스 순양함, 베리와 커티스 윌버 등 2척의 이지스 구축함 등은 제7함대의 핵심전력이다. 제7함대가 이곳을 근거지로 삼은 이유는 함정수리시설이 아·태 지역에서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미 본토의 해군 정비창보다 더 우수한 도크도 보유했다. 게다가 요코스카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7함대는 이곳에서 언제든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반도를 비롯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으로 출동할 수 있다. 요코스카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가장 큰 함정이자 사실상 경항모인 헬기 탑재 호위함 이즈모호를 비롯해 각종 함정들이 포진해 있다. 제7함대와는 긴밀한 연락체계를 구축해온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 소속 함정들은 수시로 공동 작전을 벌여왔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 40㎞ 떨어진 요코타 기지도 미·일 군사동맹의 핵심 거점이다. 미 제5 공군사령부와 일본 항공자위대 항공총대 사령부가 있는 요코다 기지에는 질과 양에서 웬만한 중소국가의 공군력이 포진하고 있다. 항공총대 사령부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모든 전투부대를 지휘·통괄한다. 요코다 기지는 도쿄돔의 150배인 708㎡(214만평)에 달한다. 활주로 길이는 1만1000피트(3.4㎞)로, 주한미군 제7 공군사령부가 있는 오산 기지의 활주로(9000피트)보다 길다. 요코다 기지는 C-9A, C-12, C-130 등 수송기를 보유하고 있어 주일미군 기지의 물류허브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하루 취급하는 물자만 3700t에 달한다. 요코다 기지에는 연료저장소와 일본 유류회사인 JR오메센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철도까지 있다. 특히 이곳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를 비롯해 각종 전투기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탄도미사일방위사령부 신설
일본 가나가와현 캠프 자마에는 주일 미 육군사령부와 육상자위대 지상총대 사령부가 함께 배치돼 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와 후텐마 해병 항공기지 등에도 일본의 자위대들이 배치돼 있다. 이처럼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독자적인 작전 수행 체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적인 공동작전 능력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지휘부 간 통합 시스템 구축은 ‘미·일 군사 일체화’ 전략의 일환이다. 양국은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동맹조정 메커니즘(ACM·Alliance Coordination Mechanism)’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한미연합사에 해당하는 양국 군의 상설 협의기구인 ACM은 평시 공동훈련과 경계·감시활동은 물론 대규모 전투 작전까지 합동으로 실시하는 것을 지휘한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또 경계 관제시스템(JADGE)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주일미군과 항공자위대는 공동미사일방어작전지휘본부(BJOCC)를 요코다의 항공자위대 항공 총대 사령부 지하에 설치하고 통합 미사일 방어(MD)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BJOCC는 적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분석해 어느 단계에서 요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미국은 지난 10월 29일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공격 위협 등에 대비해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 있는 미군 시설 ‘사가미 종합보급창’에 탄도미사일방위사령부를 신설했다. 이 사령부는 미군 제38 방공포병 여단사령부 요원 115명으로 구성됐는데, 아오모리현 쓰가루시와 교토부 교탄고시에 탄도미사일 조기경보시스템 엑스밴드(X-band) 레이더를 지휘·통제한다. 이 사령부는 또 일본 해상에 배치된 미 해군 이지스함과도 미사일 요격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사령부는 하와이 제94 육군방공미사일사령부 소속이다. 일본에 최전선 사령부를 설치한 것은 미·일을 향해 미사일을 공격할 경우 보다 신속하게 요격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이 사령부는 자위대가 입수하는 적의 미사일에 대한 모든 정보도 제공받는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일체화 전략에 따라 각 군별은 물론 단위 부대까지 합동으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자위대의 경우 적의 크루즈(순항) 미사일과 항공기 위치정보를 주일미군과 공유하는 ‘합동 교전능력(CEC)’ 시스템을 전투기에 탑재할 계획이다. 해상자위대의 경우 2019~2020년에 건조를 끝내는 신형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2척에 처음으로 CEC가 장착될 예정이다.
자위대, 더 이상 후방 지원 군대가 아니다
자위대는 더 이상 주일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군대가 아니다. 실제로 2016년 3월 개정된 안보 관련 법률들이 발효되면서 자위대는 먼저 공격당하지 않아도 밀접한 타국이 공격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때에 선제공격할 수 있다. ‘미군은 전투, 자위대는 후방지원’이란 기존의 동맹체제에서 이제는 미군과 자위대가 함께 전쟁하는 일체화가 이루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미래의 전쟁에 대비해 그 어느 때보다 실전과 같은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촉진 차원에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결정한 이후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의 합동 훈련이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훈련도 전면전 수준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실시될 예정이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오는 12월 진행될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등이 중단됐다.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도 중지됐다가 6개월 만인 11월 5일 규모를 줄여 재개된 상태다.
반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합동 군사훈련은 갈수록 규모 면에서 커지고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오키나와 등 일본 열도와 태평양에서 실시된 미·일 기동연합군사훈련인 ‘킨 소드(Keen Sword·예리한 칼)’를 들 수 있다. 이번 훈련은 주일미군 5만4000명 중 1만명, 자위대 전체 병력의 20%인 4만7000명이 각각 동원돼 사상 최대 규모였다. 게다가 이번 훈련에선 지난 3월 창설된 ‘일본판 해병대’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이 처음으로 참가해 미 해병 제3원정단과 함께 태평양 괌과 티니안 섬에서 도서 탈환 시나리오에 따른 실제 상륙작전 훈련을 벌였다. 또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 특수전 부대와 일본 육상자위대 공수낙하 부대가 알래스카에서 C-130에 탑승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 본토에 공중 침투훈련을 실시했다. 미군과 자위대가 운용하는 V-22 오스프리는 일본 본토에서 비행장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 수직이착륙 훈련을 처음으로 벌였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은 해상자위대 함정들과 함께 24시간 동안 매분 간격으로 함재기를 이·착륙시키는 전천후 연합 대잠전(ASW)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미군이 그동안 한국군과 실시해오던 훈련을 못하게 됨으로써 일본 자위대와 함께 종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남·동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한반도 전쟁 상황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군이 자위대와 실시한 합동 훈련들 중에는 한국군과의 연합훈련 중단에 따른 전투력 약화와 훈련 부족을 보강하기 위해 진행한 것들이 상당히 포함됐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지난 7월 27일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 6기와 함께 실시한 합동 훈련도 한국 공군 전투기들과 훈련하던 것이었다. 당시 훈련은 한국의 영해 밖에서 실시됐었다.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한국으로 한 번도 출격하지 않았다.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과 미국 해병대가 10월 5일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에서 공동 상륙훈련을 실시했는데 자위대 훈련장이 아닌 곳에서 실시된 것은 처음이고 미·일 공동 상륙작전도 일본 국내에서는 처음이었다. 미국 해병대는 그동안 한국 해병대와는 이런 훈련을 수시로 실시해왔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호와 미 해군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동중국해를 거쳐 규슈 서쪽에 이르는 해역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했는데,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도 참가했다. 이런 훈련도 한국 해군 및 공군과 실시하던 것이었다.
한국군,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에도 불참
심지어 한국군은 미군의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군은 지난해 3월 키 리졸브 때는 미군과 함께 사드(THAAD)와 패트리엇-2 미사일로 북한군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한국군은 지난해 12월 동해에서 미군과 자위대와 함께 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했었다. 미사일 경보훈련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을 가정해 연습하는 군사작전이다. 한국군은 2016년 5월부터 6월까지는 미국 및 일본과 함께 북한군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요격하는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군은 올 들어 미군과 함께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미군과 함께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아타고호는 9월 12일 미군이 하와이 카우아이섬 실험장에서 발사한 모의 탄도미사일을 SM-3 요격미사일로 명중시켰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7월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RIMPAC)에서 미군과 함께 지대함미사일인 ‘12식(式) 지대함유도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육상자위대가 림팩 훈련에서 미국과 함께 사격 훈련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11월 5일 “우리가 외교적으로 성공하면 할수록 군사 분야에서는 더욱 불편해지게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한반도의 군사태세(military posture)에 일부 변화를 주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던퍼드 의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미국 합참은 “현재 한반도에서 군사태세 축소를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앞으로 한·미 동맹을 포함한 한반도 안보환경 대전환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던퍼드 의장의 발언은 무엇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B계열 전략폭격기(B-2, B-1B, B-52) 등 핵우산 전략자산과 레이건 항모전단의 한반도 전개 중지도 포함될 수 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키 리졸브마저 중지된다면 한·미 간의 모든 대규모 연합훈련이 상시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주한미군은 대규모 전시증원 연습 등 연합훈련을 일본 자위대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군과의 훈련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일 연합훈련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미국의 국방정책이 바뀔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는 올해 훈련량이 폭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주한미군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이 절대 철수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위상 변화가 불가피하다. 훈련도 하지 않는 주한미군의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별거’하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전혀 하지 않는 데다,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중·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 등 재래식 전력을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가짜 평화’만 부추길 수 있다.
강제 개항의 역사를 간직한 요코스카는 현재 미·일 군사동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동북아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미 해군 제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 자위함대의 사령부가 함께 근무하고 있다. 제7함대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필두로 하는 항모 전단을 비롯해 이지스함 등 각종 함정들이 소속돼 있다. 앤티텀, 챈슬러 빌, 샤일로 등 3척의 이지스 순양함, 베리와 커티스 윌버 등 2척의 이지스 구축함 등은 제7함대의 핵심전력이다. 제7함대가 이곳을 근거지로 삼은 이유는 함정수리시설이 아·태 지역에서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미 본토의 해군 정비창보다 더 우수한 도크도 보유했다. 게다가 요코스카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7함대는 이곳에서 언제든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반도를 비롯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으로 출동할 수 있다. 요코스카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가장 큰 함정이자 사실상 경항모인 헬기 탑재 호위함 이즈모호를 비롯해 각종 함정들이 포진해 있다. 제7함대와는 긴밀한 연락체계를 구축해온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 소속 함정들은 수시로 공동 작전을 벌여왔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 40㎞ 떨어진 요코타 기지도 미·일 군사동맹의 핵심 거점이다. 미 제5 공군사령부와 일본 항공자위대 항공총대 사령부가 있는 요코다 기지에는 질과 양에서 웬만한 중소국가의 공군력이 포진하고 있다. 항공총대 사령부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모든 전투부대를 지휘·통괄한다. 요코다 기지는 도쿄돔의 150배인 708㎡(214만평)에 달한다. 활주로 길이는 1만1000피트(3.4㎞)로, 주한미군 제7 공군사령부가 있는 오산 기지의 활주로(9000피트)보다 길다. 요코다 기지는 C-9A, C-12, C-130 등 수송기를 보유하고 있어 주일미군 기지의 물류허브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하루 취급하는 물자만 3700t에 달한다. 요코다 기지에는 연료저장소와 일본 유류회사인 JR오메센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철도까지 있다. 특히 이곳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를 비롯해 각종 전투기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탄도미사일방위사령부 신설
일본 가나가와현 캠프 자마에는 주일 미 육군사령부와 육상자위대 지상총대 사령부가 함께 배치돼 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와 후텐마 해병 항공기지 등에도 일본의 자위대들이 배치돼 있다. 이처럼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독자적인 작전 수행 체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적인 공동작전 능력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지휘부 간 통합 시스템 구축은 ‘미·일 군사 일체화’ 전략의 일환이다. 양국은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동맹조정 메커니즘(ACM·Alliance Coordination Mechanism)’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한미연합사에 해당하는 양국 군의 상설 협의기구인 ACM은 평시 공동훈련과 경계·감시활동은 물론 대규모 전투 작전까지 합동으로 실시하는 것을 지휘한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또 경계 관제시스템(JADGE)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주일미군과 항공자위대는 공동미사일방어작전지휘본부(BJOCC)를 요코다의 항공자위대 항공 총대 사령부 지하에 설치하고 통합 미사일 방어(MD)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BJOCC는 적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분석해 어느 단계에서 요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미국은 지난 10월 29일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공격 위협 등에 대비해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 있는 미군 시설 ‘사가미 종합보급창’에 탄도미사일방위사령부를 신설했다. 이 사령부는 미군 제38 방공포병 여단사령부 요원 115명으로 구성됐는데, 아오모리현 쓰가루시와 교토부 교탄고시에 탄도미사일 조기경보시스템 엑스밴드(X-band) 레이더를 지휘·통제한다. 이 사령부는 또 일본 해상에 배치된 미 해군 이지스함과도 미사일 요격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사령부는 하와이 제94 육군방공미사일사령부 소속이다. 일본에 최전선 사령부를 설치한 것은 미·일을 향해 미사일을 공격할 경우 보다 신속하게 요격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이 사령부는 자위대가 입수하는 적의 미사일에 대한 모든 정보도 제공받는다.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일체화 전략에 따라 각 군별은 물론 단위 부대까지 합동으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자위대의 경우 적의 크루즈(순항) 미사일과 항공기 위치정보를 주일미군과 공유하는 ‘합동 교전능력(CEC)’ 시스템을 전투기에 탑재할 계획이다. 해상자위대의 경우 2019~2020년에 건조를 끝내는 신형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2척에 처음으로 CEC가 장착될 예정이다.
자위대, 더 이상 후방 지원 군대가 아니다
자위대는 더 이상 주일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군대가 아니다. 실제로 2016년 3월 개정된 안보 관련 법률들이 발효되면서 자위대는 먼저 공격당하지 않아도 밀접한 타국이 공격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때에 선제공격할 수 있다. ‘미군은 전투, 자위대는 후방지원’이란 기존의 동맹체제에서 이제는 미군과 자위대가 함께 전쟁하는 일체화가 이루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미래의 전쟁에 대비해 그 어느 때보다 실전과 같은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촉진 차원에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결정한 이후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의 합동 훈련이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훈련도 전면전 수준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실시될 예정이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오는 12월 진행될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등이 중단됐다.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도 중지됐다가 6개월 만인 11월 5일 규모를 줄여 재개된 상태다.
반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합동 군사훈련은 갈수록 규모 면에서 커지고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오키나와 등 일본 열도와 태평양에서 실시된 미·일 기동연합군사훈련인 ‘킨 소드(Keen Sword·예리한 칼)’를 들 수 있다. 이번 훈련은 주일미군 5만4000명 중 1만명, 자위대 전체 병력의 20%인 4만7000명이 각각 동원돼 사상 최대 규모였다. 게다가 이번 훈련에선 지난 3월 창설된 ‘일본판 해병대’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이 처음으로 참가해 미 해병 제3원정단과 함께 태평양 괌과 티니안 섬에서 도서 탈환 시나리오에 따른 실제 상륙작전 훈련을 벌였다. 또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 특수전 부대와 일본 육상자위대 공수낙하 부대가 알래스카에서 C-130에 탑승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 본토에 공중 침투훈련을 실시했다. 미군과 자위대가 운용하는 V-22 오스프리는 일본 본토에서 비행장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 수직이착륙 훈련을 처음으로 벌였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은 해상자위대 함정들과 함께 24시간 동안 매분 간격으로 함재기를 이·착륙시키는 전천후 연합 대잠전(ASW)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미군이 그동안 한국군과 실시해오던 훈련을 못하게 됨으로써 일본 자위대와 함께 종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남·동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한반도 전쟁 상황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군이 자위대와 실시한 합동 훈련들 중에는 한국군과의 연합훈련 중단에 따른 전투력 약화와 훈련 부족을 보강하기 위해 진행한 것들이 상당히 포함됐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지난 7월 27일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 6기와 함께 실시한 합동 훈련도 한국 공군 전투기들과 훈련하던 것이었다. 당시 훈련은 한국의 영해 밖에서 실시됐었다.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한국으로 한 번도 출격하지 않았다.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과 미국 해병대가 10월 5일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에서 공동 상륙훈련을 실시했는데 자위대 훈련장이 아닌 곳에서 실시된 것은 처음이고 미·일 공동 상륙작전도 일본 국내에서는 처음이었다. 미국 해병대는 그동안 한국 해병대와는 이런 훈련을 수시로 실시해왔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호와 미 해군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동중국해를 거쳐 규슈 서쪽에 이르는 해역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했는데,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도 참가했다. 이런 훈련도 한국 해군 및 공군과 실시하던 것이었다.
한국군,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에도 불참
심지어 한국군은 미군의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군은 지난해 3월 키 리졸브 때는 미군과 함께 사드(THAAD)와 패트리엇-2 미사일로 북한군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한국군은 지난해 12월 동해에서 미군과 자위대와 함께 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했었다. 미사일 경보훈련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을 가정해 연습하는 군사작전이다. 한국군은 2016년 5월부터 6월까지는 미국 및 일본과 함께 북한군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요격하는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군은 올 들어 미군과 함께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미군과 함께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아타고호는 9월 12일 미군이 하와이 카우아이섬 실험장에서 발사한 모의 탄도미사일을 SM-3 요격미사일로 명중시켰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7월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RIMPAC)에서 미군과 함께 지대함미사일인 ‘12식(式) 지대함유도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육상자위대가 림팩 훈련에서 미국과 함께 사격 훈련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11월 5일 “우리가 외교적으로 성공하면 할수록 군사 분야에서는 더욱 불편해지게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한반도의 군사태세(military posture)에 일부 변화를 주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던퍼드 의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미국 합참은 “현재 한반도에서 군사태세 축소를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앞으로 한·미 동맹을 포함한 한반도 안보환경 대전환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던퍼드 의장의 발언은 무엇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B계열 전략폭격기(B-2, B-1B, B-52) 등 핵우산 전략자산과 레이건 항모전단의 한반도 전개 중지도 포함될 수 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키 리졸브마저 중지된다면 한·미 간의 모든 대규모 연합훈련이 상시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주한미군은 대규모 전시증원 연습 등 연합훈련을 일본 자위대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군과의 훈련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일 연합훈련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미국의 국방정책이 바뀔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는 올해 훈련량이 폭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주한미군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이 절대 철수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위상 변화가 불가피하다. 훈련도 하지 않는 주한미군의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별거’하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전혀 하지 않는 데다,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중·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 등 재래식 전력을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가짜 평화’만 부추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