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나라엔 대통령은 보이는데 군 통수권자 안 보인다”
“계엄령 문건 수사, 대통령이 요란스럽게 해외에 나가서까지…”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여과 없이 토했다. 16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다.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군 검찰 수사를 받은 박 전 대장은 지인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절차를 밟고 있다.
박 전 대장은 현역 대장 신분으로 국방부 헌병대 지하 영창에 사병들과 나란히 갇혀 3개월을 지냈던 소회에 대해 “사건 초기엔 너무나 개탄스러워서 견디기 힘들었다”며 “지구의 종말이 오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이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선조를 만나 삼도수군통제사에서 졸지에 흰옷 입고 군마(軍馬)의 똥을 치우는 사병으로 백의종군하지 않았나”라며 “건방진 말일지 모르나 그분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을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선조’로 비유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장이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켰을 당시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군뿐만 아니라 전 부처 차원에서 갑질 문화를 점검하라”고 지시해 군에 대대적 인사 태풍을 불렀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장은 “문 대통령은 취임식 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내 사건 처리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다”면서 “민간 검찰에 넘겨 조사하면 될 텐데 수사권과 재판권을 갖기 위해 불법으로 전역을 막은 것은 사법농단보다 더 심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 대통령을 거듭 겨냥했다. 그는 “제복과 계급의 명예를 지키지 못해 괴로웠다. 사실은 그 명예는 군 통수권자가 보호해 줬어야 한다”면서 “선진국에선 군 고위장성의 비위가 발견되면 전역시켜 처벌하는 게 관례다.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 규정상 군복과 계급장을 달고 법정에 나가야 한다. 군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법적 투쟁에 나섰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은 남북 간 안보상황을 언급하면서도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지금 이 나라에는 대통령은 보이는데 군 통수권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통령과 군 통수권자는 역할이 다르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평화의 시대가 왔고 전쟁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통수권자는 '전쟁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가 군으로부터 '만약', '가정(假定)'이라는 단어를 빼앗아 간다면 식물군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 전 대장은 “건군 70주년 행사의 의도적인 축소, 계엄령 문건 파동, 육군과 육사 출신을 배제하는 기이한 인사 정책 등을 보면 군을 경시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위험한 일이다”며 “장성들은 모두 '똥별'이 됐다. 현역 대장의 명예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이용하려는 분들이 무슨 일인들 못하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육사 38기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연루된 계엄령 문건 수사에도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장은 “매년 미군과 합동으로 두 번, 한국군 독자적으로 한 번 전국급 전시 훈련을 하는데 그때 계엄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한다”며 “문건이 그 수준이라고 보이는데도 그렇게 요란스럽게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수사지시까지 했어야 할 성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역죄든 내란죄든 걸 수가 없는 사안”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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