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 48%, 남성 29% "부모님, 전 자식 안 낳아요"

2019. 2. 4. 09:2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미혼 여성 48%, 남성 29% "부모님, 전 자식 안 낳아요"


설 밥상에서 결혼 얘기 꼭 나온다는데…

명절에 결혼 안 한 아들·딸에게 "빨리 결혼해 손주 보여 달라"고 하는 부모·고모·이모·삼촌이 많다. 묻는 사람 마음엔 '덕담'이지만, 듣는 딸 두 명 중 한 명, 듣는 아들 세 명 중 한 명은 마음속으로 '애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만 20~44세 미혼 남녀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출산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자녀가 꼭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미혼 여성 응답자 절반(48%)이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했다.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답한 여성은 다섯 명에 한 명꼴(20%)에 그쳤다.

이번 조사의 정식 이름은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다. 정부가 국민의 가족관을 묻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한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 '아이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남녀 모두 빠르게 흐려지고 있고,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게 이번 조사 결과의 핵심이다. 2015년 조사 때는 미혼 남성 다섯 명 중 한 명(18%), 미혼 여성 세 명 중 한 명(30%)이 '아이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했는데, 올해 조사에선 미혼 남성 세 명 중 한 명(29%)과 미혼 여성 절반이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고 했다.

'나 개인이 힘들어도 자식을 위해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인 결혼관 역시 해체되고 있었다. 지난 3년간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미혼 여성은 72%에서 77%로 5%포인트 늘고, 미혼 남성은 51%에서 58%로 7%포인트 늘어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명절을 보내려면 결혼이나 출산 등 사적인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는 것이 새로운 예의"라고 했다.

[손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