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조국, 앞에선 재벌 비판하면서 뒤에선 수백억 횡령 태광 회장 선처 탄원"
曺 "인간적 도리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조 장관이 과거 수백억원 횡령 혐의를 받고 구속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야당에선 "겉과 속이 다르다"고 했고, 조 장관은 "(이 회장에 대한) 인간적 도리였다"고 맞섰다. 야당은 조 장관이 과거 미국 UC버클리대학에 유학 갈 때 태광그룹이 설립한 재단에서 총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를 장학금과 생활비로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2012년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어 2심에 이은 파기환송심 등을 거치며 형량이 3년으로 줄었다.
조 장관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시기는 이 전 회장이 수 차례 보석을 신청하던 2011년 4월쯤이다. 이 전 회장은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은 이 전 회장이 음주·흡연을 하는 모습과 술집 등에 출입하는 모습이 드러나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고 이후 법원이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며 그는 다시 수감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이낙연 총리에게 조 장관 관련 비리 의혹을 질문한 뒤 조 장관을 불러냈다. 권 의원은 조 장관이 1994년 8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유학할 때 태광그룹이 설립한 일주학술문화재단에서 장학금과 생활비로 3년간 15만달러를 받은 사실에 대해 질의했다. 조 장관은 '장학금으로 얼마를 받았느냐'는 권 의원 물음에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으나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어 권 의원은 "그런데 2011년 7월 19일 태광그룹이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재단 장학행사에 참석했다"며 "재벌을 비판하고 비자금 조성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재벌 재단에서) 그렇게 많은 장학금을 받느냐"고 했다. 이에 조 장관은 "국내와 달리 해외 유학은 돈이 들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장학생으로) 지원해 선발됐다"고 했다.
권 의원은 거듭 "앞에서는 재벌을 비판하면서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 보석 등을 선처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조 장관은 "탄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며 "인간적 도리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 분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이 전 회 장) 선대 회장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고, 아들(이 전 회장)이 그런(구속수감) 상황이라 보석 탄원서는 인간적인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권 의원이 "언행이 불일치한다"고 거듭 추궁하자 "처벌과 보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엄정한 재판은 필요하지만 보석은 방어권 보장을 취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혜를 입어 불법을 저지른 사람의 선처를 탄원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저만 한 게 아니다. 당시 장학생 여러 명이 탄원서를 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권 의원이 '고위공직자의 최대 망상이 뭔지 아느냐'고 묻자 "알려달라"고도 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고 했다. 이에 조 장관은 "책임감 느끼겠다. 질책 명심하겠다"면서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 장관이 작성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탄원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공개했다. /국회방송 캡처
권 의원은 이날 본회의 화면을 통해 조 장관이 작성했다는 탄원서도 공개했다. 이 탄원서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가르치고 있는 조국 교수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에 대한 선처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기 위해 글을 올린다'며 '저는 1994년도에 4기 해외박사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늦은 나이에 UC버클리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재단의 도움 덕분으로 저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돼 있다.
[김명지 기자 maeng@chosunbiz.com]
曺 "인간적 도리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조 장관이 과거 수백억원 횡령 혐의를 받고 구속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야당에선 "겉과 속이 다르다"고 했고, 조 장관은 "(이 회장에 대한) 인간적 도리였다"고 맞섰다. 야당은 조 장관이 과거 미국 UC버클리대학에 유학 갈 때 태광그룹이 설립한 재단에서 총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를 장학금과 생활비로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2012년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어 2심에 이은 파기환송심 등을 거치며 형량이 3년으로 줄었다.
조 장관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시기는 이 전 회장이 수 차례 보석을 신청하던 2011년 4월쯤이다. 이 전 회장은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은 이 전 회장이 음주·흡연을 하는 모습과 술집 등에 출입하는 모습이 드러나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고 이후 법원이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며 그는 다시 수감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이낙연 총리에게 조 장관 관련 비리 의혹을 질문한 뒤 조 장관을 불러냈다. 권 의원은 조 장관이 1994년 8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유학할 때 태광그룹이 설립한 일주학술문화재단에서 장학금과 생활비로 3년간 15만달러를 받은 사실에 대해 질의했다. 조 장관은 '장학금으로 얼마를 받았느냐'는 권 의원 물음에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으나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어 권 의원은 "그런데 2011년 7월 19일 태광그룹이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재단 장학행사에 참석했다"며 "재벌을 비판하고 비자금 조성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재벌 재단에서) 그렇게 많은 장학금을 받느냐"고 했다. 이에 조 장관은 "국내와 달리 해외 유학은 돈이 들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장학생으로) 지원해 선발됐다"고 했다.
권 의원은 거듭 "앞에서는 재벌을 비판하면서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 보석 등을 선처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조 장관은 "탄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며 "인간적 도리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 분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이 전 회 장) 선대 회장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고, 아들(이 전 회장)이 그런(구속수감) 상황이라 보석 탄원서는 인간적인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권 의원이 "언행이 불일치한다"고 거듭 추궁하자 "처벌과 보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엄정한 재판은 필요하지만 보석은 방어권 보장을 취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혜를 입어 불법을 저지른 사람의 선처를 탄원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저만 한 게 아니다. 당시 장학생 여러 명이 탄원서를 냈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권 의원이 '고위공직자의 최대 망상이 뭔지 아느냐'고 묻자 "알려달라"고도 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고 했다. 이에 조 장관은 "책임감 느끼겠다. 질책 명심하겠다"면서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 장관이 작성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탄원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공개했다. /국회방송 캡처
권 의원은 이날 본회의 화면을 통해 조 장관이 작성했다는 탄원서도 공개했다. 이 탄원서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가르치고 있는 조국 교수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에 대한 선처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기 위해 글을 올린다'며 '저는 1994년도에 4기 해외박사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늦은 나이에 UC버클리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재단의 도움 덕분으로 저는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돼 있다.
[김명지 기자 mae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