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낫더라… '100% 빼먹는 법' 유튜브까지 등장

2019. 10. 28. 11:38C.E.O 경영 자료

요즘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낫더라… '100% 빼먹는 법' 유튜브까지 등장

조선일보 
입력 2019.10.28 03:00

이달부터 평균임금의 60%로 올려… 지급 기간도 270일까지 연장
'자발적 퇴사해도 급여 받는 법' 등 꼼수 가르치는 동영상 수두룩
中企들 "일하는게 손해라고 생각… 실업급여 타려 계약 연장 거부도"

"약 50만명이 매달 175만원씩 꼬박꼬박 받고 있습니다. 부러워하시는 분이 많죠. 실업급여 무조건 받을 수 있는 방법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8월 유튜브에 '실업급여 누구나 100% 받는 꿀팁(꿀처럼 달콤한 조언)'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단기 알바 자리를 찾아라. 실업급여 타는 데 우호적인 아웃소싱 회사를 통해서 일자리 찾아야 유리하다"고 했다. 퇴사할 때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사업주와 협상하는 법 등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실업급여 현황
이 영상은 2개월 만에 조회수 22만 회를 기록했다. "꿀팁 감사하다" "이런 영상을 많이 올려달라"는 댓글이 여럿 붙었다. 하지만 "놀면서 실업급여 타먹는 것도 못할 짓이다" "세금 오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는 비난 댓글이 달리며 '실업급여 악용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었다. 해당 유튜버는 "그런 취지로 올린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 글을 올렸지만, 최근 영상 자체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여전히 유튜브에는 '실업급여 개나 소나 100% 받을 수 있는 꿀팁' '자발적 퇴사 하면서 실업급여 타는 법'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이 수두룩하다.

실업급여 악용 사례 더 늘어날 듯

불법을 피해 실업급여를 타려고 고의로 단기 취업을 이어가는 근로자가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제대로 손을 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부터 실업급여 기간과 금액을 높이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런 우려는 더 커졌다.

이 법에 따르면, 실업급여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지고, 지급 기간도 30일 연장돼 최장 270일로 늘어났다. 예컨대 고용보험에 1년 이상 3년 미만 가입한 만 24세 실직 청년은 제도 변경 전에는 90일간 약 541만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150일간 약 901만원을 받게 됐다. 360만원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실업급여 최대한도도 기존 1584만원에서 1782만원으로 늘었다. 실업자의 재취업과 구직 기간 생계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일부에서 악용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기업에선 계약직 근로자들이 사측이 계약 연장을 권해도 "실업급여를 타는 게 낫다"며 거절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계약 기간 만료로 퇴직한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사측이 재계약을 권유했는데 거절한 경우에는 받을 수 없다. 그래서 회사의 재계약 권유를 거절하면서 "권유한 적이 없는 것으로 해달라"고 떼를 쓰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경기가 안 좋은 요즘은 물량이 없어 옛날보다 연차나 반차, 휴가를 쓰는 직원이 많은데, 그러다 보면 오히려 일 안 하고 실업급여 받는 사람보다 적은 돈을 받는다"며 "실업급여가 많다 보니 일 안 하는 사람보다 일하는 사람이 되레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권고사직을 시켜달라는 직원이 옛날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권고사직 처리를 하면 정부에서 주는 지원이 끊기므로 회사 손해라 거절하면, 회사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회사를 협박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 올해 적자 1조원 넘어

실직자가 늘어나는데 지급 기간과 금액을 늘리면서 실업급여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지난 9월 실업급여 수급자는 44만4000명으로 작년 9월보다 5만여 명 늘었고, 실업급여액은 6685억원으로 작년보다 1600억원 넘게 늘었다.

이 때문에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 재정은 악화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고용보험 적자는 내년에 1조443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기금 고갈을 피하기 위해 고용보험료율을 노사 0.15%포인트씩 올렸다. 고용부는 "과거 금융 위기 당시 6년간 적자가 지속된 적이 있으나, 경기 회복에 따라 흑자로 전환됐다"며 "향후 경기 회복 등 여건이 개선되면 재정 고갈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8/20191028001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