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연장' 신청 작년의 2배… 고용부, 20년전 잣대로 심사]
현장선 특별근로 요청 줄잇는데 고용부, 긴급상황에도 요지부동
국토·해수부도 "허용 확대" 요구, 민노총은 "수정땐 총파업" 반발
재난 등 긴급 상황 때마다 현장선 근무시간 규제 풀어달라 아우성
폭설 예보에 특별근로 신청했더니, 고용부 "눈 아직 안내려…" 불허
사전 예약시 보스턴백 증정!
지난 9월 30일 가축전염병 방역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고용노동부에 방역 요원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2주 전인 17일 경기 파주의 한 돼지 농장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후 파주, 연천, 김포 등 경기 북부 접경 지역에서 ASF가 확산하던 때였다.
당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강원도 방역 요원 30여 명을 연말까지 98일 동안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게 해달라는 특별연장근로 신청서를 고용노동부 산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원지청에 냈다. 제대로 된 ASF 예방과 대응을 하려면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방역 요원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여서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는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방역 요원들이 새벽에도, 주말에도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재해나 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 넘게 근무를 시킬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고용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100일 가까운 신청 기간이 너무 길고, ASF 예방을 위해 주 52시간을 넘겨서 일할 만큼 상황이 심각한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ASF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법령에 자연재해나 사회 재난 등이 임박하거나 발생했을 때 이를 허락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SF와 같은 긴급한 재난 상황이 닥칠 경우 현장에서 근무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애타게 요구하는데도 특별연장근로 인가권을 갖고 있는 고용부가 규제 수단으로 휘둘러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 ASF가 널리 확산하지는 않았지만, 고용부의 '규제 갑질'로 자칫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별연장근로는 고용부 장관이 인가하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지난해 이후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는 경우는 이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고용부가 자연재해나 사회 재난 등 매우 국한된 사항에만 제한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연장근로 신청 늘어도, 고용부 요지부동
1일 고용부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자 급증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엔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각각 연간 13건과 22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년엔 270건이나 신청했다. 올해는 9월까지 작년의 2배를 넘는 590건이 접수됐다. 그럼에도 고용부는 지난해 66건, 올해도 53건이나 퇴짜를 놨다.
법무부 산하 춘천보호관찰소는 올 1월 고용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다. 소속 무도실무관(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 등을 관리하는 직원) 2명이 전자발찌를 떼고 도주한 범죄자를 검거하느라 주 52시간 넘게 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되는 사회 재난에 준하는 사고가 아니고, 일상 업무이기 때문에 허가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는 지난해 12월 무안공항에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자, 나흘간 직원 5명에 대해 이에 대비하기 위한 특별연장근로를 요청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눈이 내리지 않아 임박했다고 볼 수도 없고, 예방 목적으론 허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은 특별연장근로 규정이 1997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고 예방 등을 위해 주 52시간 넘게 일할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직원이 많은데도 고용부가 너무 깐깐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 부처들도 "허용 확대" 주장, 노동계 반발이 변수
고용부가 좀 더 과감하게 특별연장근로 허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 부처 내에서도 강하게 제기된다. 지난해 고용부는 다른 정부 부처에 특별연장근로 허용이 필요한 경우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총 10개 부처가 의견을 보냈다. 국토교통부는 태풍·홍수 등을 대비하기 위해 하천 시설물을 순찰하고 점검하는 직원 등은 연장근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해양수산부도 "기상 상황이 나쁜 경우를 대비해 해양 환경을 관리하는 직원 등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고용부는 국토부에 "자연재해가 발생했거나 임박할 때만 가능하다"고 답신했고, 해수부에도 "일상적으로 대비한다는 목적에선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한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사고를 예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