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장도 안 통했다… 靑, 검찰 압수수색 거부

2020. 1. 10. 22:14이슈 뉴스스크랩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년 다짐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 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10일 오전 10시쯤 청와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오후 6시 20분쯤 집행 절차를 중단했다.

검찰은 균형발전비서관실에서 만든 울산 정책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 했으나 청와대는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의 ‘압수할 물건’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 비서실에 자료 임의 제출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대부분의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따라 영장에 의한 강제 집행을 시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영장 집행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 수색 영장과 함께 상세한 목록을 추가로 교부해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며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승낙 거부 의사를 명시한 서면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압수 수색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어 집행 절차를 중단했고 앞으로 필요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선 10일 오전 청와대 연풍문 앞의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가 검찰 등 수사기관의 압수 수색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는 형사소송법의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다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통령의 거주·집무 공간이 포함된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분류되는 핵심 시설로, 검찰은 이날 연풍문 2층에서 대기하며 청와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은 전날 같은 내용의 영장을 발부받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발전위)를 압수 수색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2017년 말 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됐고, 당시 고문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두관 민주당 의원,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있었다고 한다. 송 시장은 당시 "국립병원과 외곽순환도로 등을 설립하는데 고문단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했다. 대부분 친문(親文) 인사인 고문단이 송 시장의 선거 공약 설계에 논의했다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8일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핵심 참모들을 한직(閑職)으로 대거 발령한 직후 이틀 연속 압수 수색에 나서며 수사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청와대는 "협조하기 어려운 압수 수색 영장을 가져왔다"며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였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현 정권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다영 기자 h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