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탓 저성장은 핑계
규제 늘고 인건비 오른게 직격탄
한국은 아직 연 3~4% 성장 필요해
성장정책과 부의 재분배 구분해야
포퓰리즘 멈추고 친시장·기업·투자
한국 급성장기 때처럼 정책 바꿔라“한국 정부는 저성장의 원인이 미·중 무역 전쟁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데, 진짜 원인은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 정책이다. 차라리 소득주도빈곤(income-led poverty)이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리타워 센터에서 만난 로버트 배로 교수는 한국 경제에 관해 물을 때마다 “그러니깐 한국 성장 속도가 느려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과거 고성장을 지속하며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었던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이 과거 고성장의 영광을 다시 누리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라며 “투자와 생산성을 늘리고, 기업·시장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모든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배로 교수는 대표적인 공급주의 경제학자(감세와 규제 완화로 경제 성장과 고용을 촉진한다는 이론)로,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의 박사 과정을 지도했다.
Q :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한국, 투자 위축 … 경기침체 강력한 징후
Q :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Q : 한국 경제가 어려운 건 미·중 무역 전쟁 때문 아닌가.
Q :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실적 악화를 우려하던데.
Q :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Q : 부의 재분배는 필요 없다고 보나.
Q : 가장 좋은 부의 재분배 정책은 무엇인가.
Q : 교육만으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경우 고학력자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하향 취업’ 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Q : 미국은 왜 세계 경제에서 ‘나 홀로’ 순항 중인가.
Q :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3% 성장률을 주장하던데.
Q : 그러면 미국의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혁은 일시적 효과에 불과했나.
Q : 많은 경제학자가 올해 경기 침체(리세션)를 예상한다.
중국 6% 성장률 못 믿겠다, 조작 분명
Q : 중국은 어떤가.
Q :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한국 경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Q : 대표적인 미국 친시장주의 학자가 왜 중국에서 강연하나.
케임브리지(미국)=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규제 늘고 인건비 오른게 직격탄
한국은 아직 연 3~4% 성장 필요해
성장정책과 부의 재분배 구분해야
포퓰리즘 멈추고 친시장·기업·투자
한국 급성장기 때처럼 정책 바꿔라
[세계 경제석학 2020 진단 ④]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
미국을 대표하는 거시경제학자인 배로 교수는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소득주도빈곤“이라며 ’포퓰리즘 정책으로 과거 성공을 낭비하고있다“고 말했다. [사진 하버드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리타워 센터에서 만난 로버트 배로 교수는 한국 경제에 관해 물을 때마다 “그러니깐 한국 성장 속도가 느려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과거 고성장을 지속하며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었던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이 과거 고성장의 영광을 다시 누리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라며 “투자와 생산성을 늘리고, 기업·시장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모든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Q :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A : “한국에서 처음 들어 본 용어다. 아마 당신 나라 정부에서 지어낸 말인 것 같다. 공급주의 경제학에 반대되는 의미로 케인시언(케인스주의) 등 수요주의 경제학이 존재하기는 한다. 정치적인 명분을 앞세워 성장보다 분배에 집중하겠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인건비를 올리고, 업무 시간을 줄여 경제 성장을 꾀한다는 논리는 난생처음 듣는다.”
한국, 투자 위축 … 경기침체 강력한 징후
Q :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많이 떨어졌다.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2019년 한국 성장률은 1.8%로 예상되는데,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전체 투자액 수치가 줄어든 점이 우려스럽다. 2019년 고정 투자액이 마이너스 4%로 추정된다. 투자 위축은 앞으로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증거이자, 리세션의 강력한 징후다.”
Q : 한국 경제가 어려운 건 미·중 무역 전쟁 때문 아닌가.
A : “그건 (한국 정부의) 핑계다. 물론 대미·대중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무역 전쟁의 당사자인 미국·중국보다 한국에 더 큰 피해가 있겠나. 아직 미·중 내부에서도 무역 전쟁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한국이 무역 전쟁으로 성장이 저해됐다는 건 좀 과장인듯싶다. 원래 (정부는) 외부적 요인이 문제라고 책임을 떠넘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Q :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실적 악화를 우려하던데.
A : “한국과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진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봐라.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홍콩을 제외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난 2년간 성장률이 지나치게 떨어졌다. 규제를 늘리고, 인건비를 올린 정책이 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당장 노동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이 어디 있겠나.”
Q :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 “지금이라도 친시장·친기업·친투자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과거 한국이 빠르게 성장했던 시절처럼 하면 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좌파 정치가의 단골 소재였다.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면, 그들이 부유해질 수 있다는 단순한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입장에서 보면 임금은 자본·노동 생산성에 따라 효율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때 경제적 효용성이 극대화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임금은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질 수 있다.”
Q : 부의 재분배는 필요 없다고 보나.
A : “그렇지는 않다. 불평등 이슈를 해결하는 건 당연히 중요한 과제다. 다만, 노동자의 임금을 늘리고, 부를 재분배할수록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잘못된 논리를 설파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근접하긴 했지만, 아직은 연간 최소 3~4%의 성장률은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 비슷한 지금의 성장 속도는 말이 안 된다. 한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과 부의 재분배에 대한 정책을 좀 더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Q : 가장 좋은 부의 재분배 정책은 무엇인가.
A : “두말할 것 없이 교육이다. 저소득층의 자녀가 충분히 교육받고, 사회에 진출하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이 부분에서 월등하다. 대학 진학률이 절반을 넘고, 국민 교육 수준도 상당히 높다.”
Q : 교육만으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경우 고학력자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하향 취업’ 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A : “기술 발달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미국에서는 청년 창업, 스타트업 지원 등의 정책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다만, 한국은 투자 감소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경우 일자리가 더 줄어들고,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질 수 있다.”
Q : 미국은 왜 세계 경제에서 ‘나 홀로’ 순항 중인가.
A : “미국 경기가 호황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이미 지난 얘기다. 2018년부터 2019년 1분기까지는 좋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가 일시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2019년 4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 환산)은 1%보다 낮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2019년 연간 성장률은 2% 미만을 기록하게 된다.”
Q :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3% 성장률을 주장하던데.
A : “트럼프는 숫자를 지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중국과 무역 전쟁을 일으키지만 않았어도, 그의 뜻대로 3% 성장률을 달성했을 수 있었을 거다.”
Q : 그러면 미국의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혁은 일시적 효과에 불과했나.
A :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대외적 변수만 없었어도, 법인세 인하·규제 완화의 수혜를 미국 기업들이 더 누릴 수 있었을 텐데, 기업에 좋은 영향이 대부분 상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나마 잘했던 경제정책이 세제 개혁이었는데, 안타깝다.”
Q : 많은 경제학자가 올해 경기 침체(리세션)를 예상한다.
A : “2019년 하반기부터 침체 가능성은 확실히 커졌다. 미국 경제가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가 최대 변수가 될 거다.”
중국 6% 성장률 못 믿겠다, 조작 분명
Q : 중국은 어떤가.
A : “무역 전쟁에서 중국은 이미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6% 성장률을 발표했지만, 믿을 수 없는 수치다. 중국에 있는 동료들은 중국 성장률이 이미 6% 밑으로 내려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매번 발표하는 수치를 한 번 봐라. 6.3%, 6.2%, 6.1% 등 분기마다 0.1%포인트씩 내려간다. 이게 정상적인 수치인가. 어떤 국가의 경제가 이렇게 완만한 성장을 하나. 정부 차원에서 수치를 조작하는 것은 명백하다.”
Q :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한국 경제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A : “올해 안으로 중국 정부는 ‘바오류(保六·6%대 성장)’가 무너졌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아마 공식 발표 이후에 한국 투자자와 기업이 동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악화하는 대외 환경을 고려해서라도 한국 정부는 포퓰리즘을 멈춰야 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한국이 50여년 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원동력은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투자에서 비롯됐다. 최저임금 인상 덕분이 아니다. 기적에 가까운 성장을 일궈낸 한국이 잘못된 정치로 정책 방향을 잘못 설정한 현실이 안타깝다. 하다못해 중국도 시장 친화적 정책과 전문가를 영입하는데 한국은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 나도 요새 한국보다 중국에서 강연 요청이 더 많이 온다.”
Q : 대표적인 미국 친시장주의 학자가 왜 중국에서 강연하나.
A : “내가 의외로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웃음). 중국 학계와 학생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 관심이 매우 크다. 중국이 제도, 자유시장 범위, 거버넌스(국가경영) 등의 측면에서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면, 머지않아 GDP 기준으로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현재 중국 GDP는 미국의 3분의 2 수준, 1인당 GDP는 4분의 1수준이다. 5%대로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해도, 당분간 미국보다는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로버트 배로
케임브리지(미국)=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