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한밤의 기습…청와대 겨눴던 특수부·공안부 토막 냈다

2020. 1. 13. 21:37C.E.O 경영 자료

추미애 한밤의 기습…청와대 겨눴던 특수부·공안부 토막 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1.13 20:14 수정 2020.01.13 20:27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저녁 검찰 직제개편을 기습 발표했다. 이날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울산시장 선거 등 청와대에 칼을 겨눴던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가 대폭 축소된다.

총선 앞두고 선거수사 줄이나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부는 현재 4개 부에서 반토막이 난 2개부로 줄어들고 공공수사부는 3개부에서 2개부로 축소된다.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국 검찰청을 기준으로 선거 범죄를 담당하는 공공수사부가 11개청 13개부에서 7개청 8개부로 축소된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처음 수사했던 울산지검 공공수사부를 포함해 서울남부지검·창원지검 공공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가 폐지 대상이다. 대형 증권·금융 범죄를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부도 폐지된다. 기존 사건은 남부지검 금융조사 1·2부로 재배당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의 외사부와 전담범죄수사부 등도 일부 타청으로 재배치되거나 축소된다. 전체적으로 13개의 검찰 직접수사 부서가 축소·조정돼 그중 10개부가 형사부로 3개부가 공판부로 전환된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표한 뒤 "검찰 의견 듣겠다"

법무부는 이날 직제개편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대검찰청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개편안이 확정안이라는 것이 검찰 내 중론이다. 대검 관계자는 "향후 의견을 충실히 개진하겠다"고 했지만 법무부에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 내부에선 언론에 개편안을 알린 뒤 의견을 듣겠다는 것 자체가 요식행위란 지적도 나왔다.

이날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검은 공식적으로 반발하진 않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정권이 검찰의 손발을 다 잘라놓으려 한다"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한 현직 검사장은 "현재 검찰이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고 4월 총선도 앞둔 상황에서 공공수사부 축소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을 청와대에 처음 제보한 인물로 지목되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태극기 부대의 항의를 받으며 대기하던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檢 손발 잘랐다"

윤 총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신년사에서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금품선거, 거짓말선거, 공무원의 선거개입 등 선거범죄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선거범죄와 권력형 비리 사건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며 "이번 직제개편이 현실화 될 경우 생길 수사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걱정"이라 말했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도 "검찰의 직접수사를 받는 대상은 대부분 일반 서민이 아니라 권력자들인 경우가 많다"며 "결과적으로 이런 개편안이 가진 자들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지난해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의 경우 중앙지검의 반부패 1·2·3·4부가 모두 투입됐다. 이번 직제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앞선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수사와 같은 검찰의 특수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00113

檢골격 바꾸며 한밤 기습공개

법무부는 검찰의 근본적인 골격을 바꾸는 직제개편안을 공개하면서도 별도의 언론 브리핑을 갖지 않고 5페이지 보도자료로 갈음했다. 이날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투표 참석을 위해 국회에 간 추 장관도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 8일 검찰 고위 인사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퇴근시간 이후인 7시쯤 보도자료를 기습 발표했다.

일각에선 시민들이 퇴근한 시간의 주요 정책을 언론에 알리고 발표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란 지적도 나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