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계' 발표된 날에도 "수출 늘기 시작했다"며 신임 공무원들에게 경제 상황 호도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수출이 증가하고 경제가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다음날 1월 수출이 1~20일까지 전년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수출 호조'를 강조한 대통령이 직접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5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4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작년과 같았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수출액은 17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281억달러)은 전년동기대비 3%(8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1월 1~20일까지 무역적자 규모는 약 25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상대국별로는 베트남(6.7%), 일본(5.6%), 홍콩(9.9%), 중동(35.0%) 시장에서 수출이 늘었으나 중국(-4.7%), 미국(-4.9%), EU(-4.3%), 싱가포르(-15.8%) 등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8.7%), 석유제품(19.3%) 등의 수출이 늘었고, 승용차(-6.8%), 무선통신기기(-6.2%), 선박(-42.1%) 등에서 줄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며 낙관론을 설파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출 호조"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2~3년간 생산과 고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통관 기준으로 집계되는 수출액도 늘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 발표된 전년대비 일평균수출액은 -0.2%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콕 찝어 언급한 '수출 호조' 발언이 사실은 '가짜 뉴스'였던 셈이다. 전월대비로 따져도 -2.1%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가짜뉴스나 불법유해정보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정에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마이너스 수출' 통계가 발표된 당일에도 신임 공무원들에게 "수출이 늘기 시작했고 주가도 잘 오르고 있다"며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서 신임 공무원들과 만나 점심을 함께하며 "공무원들은 우선 자기 자신부터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등의 덕담을 건넸다. 이어 "공무원들이 행복해야 국민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공무원이 자신을 다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과 가정 양립 잘 하면서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경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관세청의 '마이너스 수출'이 발표된 이후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연초부터 여러가지 공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며 "일자리, 고용 문제는 질이나 양적인 면에서 이제 한 고비를 넘기는 분위기이고 분배도 확연하게 개선이 됐고, 수출도 늘기 시작했고 주가도 잘 오르는 등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신임 공무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뭔가 경제가 잘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전망들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제는 다분히 심리다.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한 해에 젊은 공직자들이 주연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