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중 7곳 폐업위기 직격탄… 풀뿌리캠페인으로 우릴 살려달라"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2020. 3. 3. 05:56C.E.O 경영 자료

"10곳중 7곳 폐업위기 직격탄… 풀뿌리캠페인으로 우릴 살려달라"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디지털타임스 처방 덕 겨우 살아나나 했는데

대구 심각, 칠성종합시장 방문객 80% 줄어

제주는 관광이 생명, 이번 사태로 불황 체감

정부 지원금 받으려면 복잡… 실효성 떨어져

비과세 기준 완화 등 피부 와닿는 지원 필요

골목상권 지속적 광고 · 홍보할 정책 마련을

은진 기자

입력: 2020-03-02 20:15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캠페인 시즌1 이후 다시 만난 상인들은 코로나19 탓에 골목상권이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상인들은 디지털타임스의 캠페인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지난해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캠페인 취재진이 방문한 경기도 부천의 한 상가 일대.

이슬기기자 9904sul@

경제종합일간지 재창간 1년ㆍ창간 20년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나아지나 싶었는데 …" 탄식뿐이었다. 지난 2019년 한 해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캠페인을 진행하며 만났던 상인들을 다시 찾았을 때 모두가 한숨부터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안 그래도 어려운 골목상권을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뜨리고 말았다.

만나는 상인마다 "손님은 줄고 빚은 는다"고 호소했다. 2019년 캠페인 때 만났을 때만 해도 그래도 재기의 희망에 찼던 상인들이었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 19'의 위력이 거세고 혹독한 것이었다. 특히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칠성시장은 상인 투표를 통해 야시장을 아예 잠시 닫기로 했다. "방문객이 줄기도 했지만, 자칫 야시장이 전염의 진원지가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박재청 칠성시장연합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박 회장의 탄식은 디지털타임스에게 다시 한 번 "'골목상권 살려내자 시즌 2'를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도록 했다. 상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꼭 필요한 게 이번 캠페인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시즌2'에서 지역 골목상권 대변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원이 골목상권의 적재적소에 닿도록 온 힘을 다할 각오다. 시즌2의 첫 회를 골목상권 주인공들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골목상권 때린 '코로나19'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박재청 대구칠성종합시장연합회장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이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 게 문제입니다. 평소에 비하면 방문하는 사람이 80% 넘게 줄었어요.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해야하는 사람들도 전화로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말만 하지, 시장에 직접 나오지는 않습니다. 칠성시장 내 상가 일부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주 수요일(2월 26일)까지 쉬기로 했습니다. 칠성야시장도 그날까지 쉽니다. 전부 다 쉬는 건 아니고 30~40% 정도의 가게만 휴무할 예정입니다. 혹시나 시장을 열어뒀다가 코로나19가 확산 된다면 더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칠성시장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투표를 해서 90% 넘는 찬성으로 결정한 겁니다.

그래도 대구광역시나 북구청 등 지자체가 시장 방역이나 손 세정제, 마스크를 제공해주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줘 코로나19로 인한 대구의 협조 체계는 잘 갖춰진 상태입니다.

◇김원일 제주 동문재래시장상인회장

거의 70%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면 돼요. 우리뿐만이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로 종료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전주나 대구 야시장은 휴장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제주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닌 듯합니다. 일단 정부에 바라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 같은 불안요소를 잠식시켜줬으면 좋겠다는 것 뿐입니다. 사회적 안정이 빨리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주는 관광이 생명산업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게 닥치면 불황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제주도에서는 소상공인을 위해 경영안정자금 20조원 정도를 특별출연해서 41개 업종에 시행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당장 매출이 감소한 상황이라 이런 자금들이 빨리 집행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봉필규 안양 남부시장상인회장

안 그래도 최저임금이 올라 경기가 좋지 않은데 거기에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여기는 거의 70% 이상이 부도 일보 직전입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폭발 직전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하루에 천원씩 걷는 상인회 재정으로 상인들을 지원해줄 수도 없고 아주 열악한 상황이라고 보면 돼요. 정부에서 코로나19 자금을 푼다고 하는 데 아직 하나도 들어오는 것은 없고 심사 절차도 엄청 까다로워서 걱정입니다. 저는 배달업이라 직원을 몇 명 필수로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인건비도 대기가 어려워서…. 물건 도매값도 어마어마하게 올랐어요. 코로나19 터지고 나서 외상거래도 아예 줄었고 상황이 아주 안 좋아요. 최저임금이 올라서 잔업수당, 야간수당을 줄 수 없는 곳들은 야간작업을 아예 안 하고 있고. 정부가 말하는대로 '양질의 노동' 뜻은 좋아요. 그런데 일자리가 있어야 양질이지, 10만원 짜리 일자리가 있으면 7만~8만원 짜리 일자리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하현수 전주 남부시장번영회장

사람들이 구정 때 물건을 많이 사놓기 때문에 원래 구정 직후에는 장사가 잘 안 돼요. 안 그래도 어려운데 코로나19 때문에 70~80%는 매출 감소가 된 것 같아요. 확진자가 계속 확산 되니까 시장에 들르는 사람들 수도 계속 줄었습니다. 남부시장의 경우에는 2월 초부터 야시장을 무기한 휴장하기로 했습니다. 야시장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 임대료도 당연히 100% 안 받습니다. 전주에서 임대료 인하 운동이 시작됐는데, 우리 시장도 10~20% 임대료를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 낮춰주는 것을 시행 중이에요. 코로나19 터지고 나서 건물주들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세입자들도 돈을 벌어야 건물주와 상생이 가능하니까.

정부에서도 자금을 주고 있는데 상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의 피부에 와닿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신용보증재단이나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자영업자들이 그걸 받으려면 신용보증재단과 소상공인진흥공단에 각각 확인증을 따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효율성이 떨어져요. 이원화돼있는 것을 일원화시켜달라는 요구를 전달했습니다. 또 정부 지원금의 이자가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것보다 더 높아요. 20년 전에 정해졌던 비과세 기준도 물가 상승률에 맞춰서 현행 연 4800만원에서 1억2000만원까지 높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재훈 용강동상점가상인회장

코로나19가 아주 치명적이에요.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으로 손님이 많이 늘어났다가 다시 너무 안 좋아졌습니다. 저희 가게의 경우에 평소 대비 매출은 사실상 반 토막 났어요. 특히 이번 경우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충격으로 느껴질 정도예요.

침체한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자영업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지원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나마 코로나19나 경기 악화 같은 건 특별한 요인이라서 계속 이어지진 않을 테니까요. 골목상권이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자영업자 공급이 많은 데 비해 수요는 제한적인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안일하게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다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이죠. 다만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골목상권을 광고·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저희는 이미 광고도 제작돼 있고, 거리 브랜드(맛깨비길)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으면 잊힐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골목상권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권기 광주사직통기타거리협의회장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이 너무 커요. 사실 정부 골목경제 활성화 공모사업 이후에도 장사가 잘 된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는데, 코로나19까지 겹치니까 죽겠어요.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지…. 요즘은 거리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사단법인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출까지 내가면서 사비 털어 노력하고는 있는데 쉽지는 않아요. 그나마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하려면 일단 주차장부터 확보해야 할 것 같아요. 이외에도 중요한 건 현재 '주거지역'인 통기타 거리를 '준주거지역'으로라도 용도 변경하는 문제입니다. 지금은 주거지역이다 보니 일반음식점으로만 허가가 나는데, 사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직접 노래를 부르고 싶어합니다. 통기타를 치면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이죠. 그게 이 거리의 가장 큰 특성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그런 식의 영업이 불가능해요. 결국 거리 특성을 반영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자그마하게 버스킹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도 마련됐으면 해요. 대구 김광석 거리에는 공연장이 하나 있는데 거리 특성을 나타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압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공연장 때문에라도 올 수 있도록, 관광 아이템화가 되길 바랍니다.

은진·김동준기자 jine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