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국무회의서 "마스크 대란 우려"… 정부 한달간 뭐했나

2020. 3. 3. 19:31이슈 뉴스스크랩

2월초 국무회의서 "마스크 대란 우려"… 정부 한달간 뭐했나


박정엽 기자


입력 2020.03.03 12:48 | 수정 2020.03.03 15:41


지난달 4일 국무회의서 마스크 부족 문제 제기⋯ 그 뒤로도 정부 "공급 능력 있다" 자신

결국 한달만에 文대통령 "공급 부족 알리라" 수급 난맥 인정⋯ 與 내부서도 정부 무능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마스크 수급 난맥을 인정하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마스크 대란에 대해 "모든 대책을 강구하라"고 정부 당국에 지시했다. 지난달 28일 여야4당 대표를 만나서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니 내일, 모레까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를 믿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현장에서 마스크 부족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부 대책이 말뿐이란 지적이 이어지자 결국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들께) 현실을 그대로 알리라"고 했다.

마스크 부족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제기돼왔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마스크 문제는 우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능력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도 안하고 뒷북 대책으로 일관하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마스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대두되자 정부가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 공장에서 직접 사들여 저가(低價)에 판매하는 긴급 '관급(官給) 마스크 대책'을 시행했다. 약국과 우체국·농협을 통해 하루 마스크 500만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마스크를 사러 나온 시민들은 헛걸음을 치기 일쑤였다. 공급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마스크 공급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정부는 대책 발표 하루만에 "하루 이틀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관급 마스크 대책 시행 이후에도 마스크 부족을 호소하는 현장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민심이 폭발 직전에 이르자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불러 "마스크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달라"고 했다. 그런데도 문제 해결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문 대통령은 결국 마스크 공급 부족 현실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리라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식약처장에게 "현장에 가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라"고 했지만, 식약처는 소규모 부처 특성상 마스크 수급관리를 종합적으로 다루기에는 가용 인력과 예산에 한계가 있다. 식약처는 마스크 관련 인허가·수출입 등 업무를 맡고 있지만 유통 체계 등에 대해서 상시 관리를 하고 있지는 않고, 공적 물량 등을 배분할 권리도 없다. 차관급인 식약처장이 전면에 나서 장관급인 다른 부처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 마스크 생산업자들에게 공공 계약 물량 공급을 위해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지급할 위약금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은 게 없다.

결국 정부가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 대책을 거듭해오다 대통령이 직접 마스크 공급 난맥을 인정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급이 부족할 동안에는 부족함도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공급이 부족하니 국민들에게 아껴쓰는 협조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수요도 조금 줄일 필요도 있다"면서 "가장 급한 의료진과 호흡기 환자 등에게 먼저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저도 (마스크) 두 개를 갖고 일주일을 사용한다. 집에 있을 때는 사용을 안 하고, 한 개로 3일씩 쓰는 데 아직 큰 지장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마스크 수급 문제가 정부 회의석상에서 처음 지적된 것은 문 대통령이 주재한 지난달 4일 국무회의다. 이 때문에 한 달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권 안에서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마스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행정 당국의 실수이고 문제"라고 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의 원활한 대응을 위해 마스크 수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지자체에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당시 "마스크 수급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자가격리 불응자 대처를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조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