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5. 10:02ㆍ이슈 뉴스스크랩
이낙연 전 총리(좌)와 황교안 대표(우)[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4·15 총선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지역구는 단연 서울 종로다.
유력 정치인을 배출한 '정치 1번지'로서의 상징성에 걸맞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의 대권주자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게 된 종로는 전체 총선판도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최상위군과 최하위군이 한데 섞여있고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의 유권자 숫자가 엇비슷하게 포진해 대한민국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곳이 바로 종로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지도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대결은 이런 맥락에서 거대 양당이 사활적 이해를 걸고 있는 최대 승부처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3일 오후에 돌아본 종로의 분위기는 정치권의 떠들썩한 '바람잡기'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빅매치를 앞두고 누가 이길지 점치며 흥미롭게 '승부'를 지켜보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판세는 이달 초 언론에 소개된 대로 이낙연 후보가 황교안 후보에 우위를 보이고 있는 여론조사 추이와 다르지 않았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로 지난 1~2일 실시한 종로구 국회의원 지지도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보면 이 후보가 49.6%로 황 후보(27.7%)보다 앞섰다.
그러나 기성정치를 대표하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선호하는 후보가 누구라고 귀띔을 하면서도 아쉬운 대목을 한마디씩 더 얹었다. 어느 당도, 어느 후보도 100점은 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으로 정치권에 관심을 돌릴 틈도 없이 현실을 견디는데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선 종로 주민들은 '갈라진 광장'을 체험하는 사람들이다. 광화문광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에서 태극기집회로 이어지며 더욱 심화하고 있는 진영 간 대립은 허공에 뜬 담론이 아니라 생활 한복판으로 떨어지는 '직격탄'이었다.
평창동의 한 꽃집에 들렀더니 주인은 주말마다 발이 묶여버리는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했다.
이곳에서 30년간 가게를 운영하며 꽃집 교실도 연다는 양모(여·60) 씨는 "토요일만 되면 주민들은 태극기집회 때문에 어디를 갈 수가 없다"며 "이곳에 있는 카페나 식당들도 교통이 막혀버려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과 연령, 이제는 신천지 사태로 종교까지 다 갈라지는 것 같다"며 "너무 강하고 고집스럽게 하는 사람보다는 품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창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주민 조모(33) 씨도 "여전히 진보·보수집회가 계속되고 있다"며 "너무 갈라치는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호하는 후보에 대한 질문에도 짧은 답변보다는 긴 답변이 많았다. 현 정치권에 '쌓인 감정'이 많은듯 했다.
사직동에서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여성 사장(63)은 "점잖고 일도 잘할 것 같은 이 후보를 뽑겠다"며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이 후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등 당에 휩쓸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평창동 양씨는 "황 후보가 국정경험도 많고, 차분하게 잘할 것 같다"면서도 "원래 보수성향인데, 요즘 미래통합당이 하는 것을 보면 심란하다"고 했다.
종로는 전통적으로 '동진서보'라는 인식이 있다.
동쪽의 창신동과 숭인동·혜화동·이화동 쪽은 서민 주거지가 많아 진보 성향이 강하고, 전통적인 부촌인 평창동과 사직동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날 사직동에서 시작해서 창신1동으로 이동하면서 만난 민심은 이 공식에 꼭 들어맞지는 않았다.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머니와 20대 자녀들에게 물었더니 "대정부질문 때 하는 것을 보니 (국무총리였던) 이 후보가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황 후보는 싫다"고 했다.
반면 창신골목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토박이' 김모(55) 씨는 "끝까지 보류하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지역에서 활동이 저조한 것 같다"며 "결국 다시 민주당 후보를 찍을 수도 있다. 하지만 썩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전체 판세를 놓고 주민들 대부분은 이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평가했다.
현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일상이 엿보이기도 했다.
효자동의 한 약국에 들렀더니 약사는 "요즘 정치 이야기는 전혀 안한다. 예전엔 그래도 좀 했는데…"라며 "요즘은 다들 코로나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었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정치의 귀환'을 원하는 마음은 하나인 것 같았다.
종로 주민은 아니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오랜 '당구모임'을 한다는 택시기사 안해구(65) 씨는 기자를 싣고 광화문광장을 지나면서 "반대파들도 안고 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민주당 경선에서 떨어진 금태섭 의원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흥인지문 사거리에 있고, 황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경복궁 근처에 있다.
'미래'와 '일꾼론'을 화두로 내건 이 후보는 '국난극복 종로도약, 할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제1야당의 대표인 황 후보는 '정권심판, 경제회생, 종로의 힘이 대한민국의 힘입니다!'라는 현수막을 각각 걸어놓고 있었다.
이낙연 전 총리(좌)와 황교안 대표(우)[이낙연 후보 선거사무소, 황교안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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