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30. 21:48ㆍC.E.O 경영 자료
9조원 뿌리는데…소득액·대상자도 못정한채 `졸속발표`
긴급재난지원금 뜯어보니
중위소득 150% 검토하다가
소득하위 70%로 급변경
국민 전체 소득 통계 없어
정부 "이제부터 만들어야"
자산도 기준 포함시킨다며
부동산 등 적용방법 못정해
◆ 3차 비상경제회의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홍 부총리 왼쪽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충우 기자]
정부가 전체 9조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원이 동원되고, 한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내가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확실히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30일 제시한 '소득 하위 70%'에 해당되는 가구원 수에 따른 소득 기준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인 가족 기준 712만원 정도'라고 청와대가 밝힌 기준도 추정치일뿐 확실한 기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발표했지만, 지급 대상을 구체적으로 구분할 방법이 마련되지 않아 상당한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계획을 발표했다.
정책이 발표된 뒤 실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가구를 어떻게 계산할지에 대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질문이 쏟아지지만 정부는 정확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내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복지 대책들이 소득 액수를 기준으로 수립된 반면, 재난지원금은 정치공학적 논리에 따라 '국민의 70%'란 선을 정한 채 논의가 시작됐고 덜컥 정책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 국민의 소득을 하나의 기준으로 정렬해 몇 %에게 지원한다는 방식의 정책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책이 실제 시행되려면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고 국회를 통과하는 등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그 안에 지급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일 전부터 소득 하위 70%가 대략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150%에 해당될 것이라며 4인 가족 기준 약 712만원으로 제시했다. 4인 가구인 경우 712만원 정도면 정부에서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중위소득 기준 150%와 소득 하위 70%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수급 경계선이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가구별 월 소득은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추후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가구)의 소득 수준을 일렬로 줄 세우기 위해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통계청이 작성하는 가계동향 조사와 가계금융복지 조사다. 이 자료들 바탕으로 한 '소득분위별 경곗값'을 활용하면 각 계층을 구분하는 구체적인 소득값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득 하위 30% 선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을 알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자료들은 조사 대상인 일부 가구만으로 표본조사를 한 뒤 전 국민 2000만가구로 확대 적용시킨 자료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전 국민의 소득수준을 파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방식을 활용하려면 전 국민의 소득수준을 새롭게 조사해야 한다.
두 번째 자료는 국민건강보험의 월보수액이다. 통계청 자료와 달리 전 국민의 자료를 구축해둔 것이 강점이지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들의 소득수준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직장가입자는 재산을 계산하지 않고 근로소득만 계산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재산을 함께 계산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지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한 가구가 받을 수 있는 현금성 지원만 최대 32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소득 최하위 계층의 4인 가구(부부와 자녀 2명)라면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과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140만원 규모의 소비쿠폰, 아이 2명에 대한 양육비로 지급되는 특별돌봄쿠폰 80만원(1인당 40만원)을 더하면 가구당 지원금은 320만원에 이른다. 여기서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쿠폰 수혜 액수가 줄어들고, 건강보험료 감면액도 줄어드는 구조다. 소득 하위 40~70%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는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에 자녀 수에 따라 특별돌봄쿠폰 80만원만 지급받는다.
이처럼 현금성 지원 액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1차 추경 편성을 통해 지급되는 아동수당 성격의 특별돌봄쿠폰, 공공일자리 종사 노인에게 지급하는 노인일자리쿠폰 등과 중복 지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이 같은 기존 대책 수혜자를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현재 경제위기 상황이 범국가적인 현상이란 점을 감안해 중복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어려운 계층을 중심으로 줄 것이냐, 아니면 그보다 더 범위를 넓힐 것이냐에 대한 여러 토론 끝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피해가 대부분 국민의 공통 어려움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책의 실제 시행 시점은 이르면 오는 5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4·15 총선 이후 새롭게 구성되는 21대 국회가 추경안을 즉각 통과시킨 뒤 행정부의 준비 작업도 모두 마무리돼 곧장 시행되는 것을 가정한 시점이다.
[문재용 기자 / 김연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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