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라 안팎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일 역대 정부의 장관 출신 등 과학계 원로 13명이 탈원전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해외에서는, 지난 17일 세계 저명 과학자들이 원전(原電) 없이는 기후변화 대응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담은 기고문을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했다. 또, 유럽의회는 ‘기후변화에 맞서려면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국이 원전 투자를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 460기의 원전이 대부분 유지되고 있고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의 원전은 얼마 안 된다. 지난해 대만 국민은 투표에서 59%가 탈원전 정책 법안 폐지를 지지했고, 스웨덴과 호주도 이제 정책 결정을 바꾸고 있다. 스웨덴의 여론조사 기관 노부스가 지난 10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스웨덴 국민의 78%가 원전을 지지한다. 2017년 결과와 비교하면 7%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호주 의회의 환경에너지상임위원회도 호주 정부가 1998년부터 이어온 ‘원전 모라토리엄(금지정책)’을 부분적으로 풀어서 차세대 신기술 원전 건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을 늘리고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이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온 호주가 전기료 급등, 잦은 정전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원전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설계 수명에 도달한 원전의 계속운전 금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지 및 월성 1호기 폐쇄가 주 내용이다. 새로 건설될 1400㎽급 원전 6기가 60년간 생산할 전력은 약 500조 원어치에 이른다. 2023년부터 원전 24기의 계속운전이 금지된다. 이들 원전이 20년간 운전 금지됨으로써 약 40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원전을 수출하지 못한 기회비용은 또 얼마인가?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만 해도 4기의 원전 건설, 운영 서비스, 핵연료와 부품 공급 등이 100조 원에 가까웠던 점을 상기해 보자. 세계적으로 약 160기의 신규 원전 건설이 예정돼 있다. 이 중 중국과 러시아 등의 자국 물량을 모두 빼고 계산해도 최소한 20기의 원전은 수출해야 정상이다. 미국과 일본이 물러나고 프랑스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실질적 경쟁국은 러시아와 중국뿐이다. 서방 세계의 규격을 따르는 유일한 원전 수출국인 상태에서 수출이 안 돼 또 500조 원의 국가 손실이 발생한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기 요금과 수출에서 발생하는 1000조 원이 훌쩍 넘는 국가 손실이 발생할 뿐 아니라, 원전산업의 붕괴, 비싼 전력으로 인한 국가 생산의 차질 등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이 초래된다. 한전의 적자, 무분별한 태양광 확대에 따른 국토의 훼손, 태양광 폐기물 무대책 등 다양한 문제가 이미 드러났다. 게다가, 보급 위주의 정책에 따라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무너지고 중국산 저가 패널이 수입되면서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19’에서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 목표치의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정부와 전문가의 검토도 없이 탈원전 환경운동가들과 태양광 업자들의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채택된 탈원전 정책을 이제는 대선 공약에 명시된 그대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