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前요원 "文정부, 김정은을 '적'→'동업자'로 탈바꿈 노력" 기사입력 2020.04.29. 오후 4:44 최종수정 2020.04.29. 오후 6:21 기사원문 스크랩 [CIA출신 미 브루킹스 석좌, '비커밍 김정은' 출간] 金, 리설주로 정상적 남편, 합법 지도자 이미지 노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8일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2019년 연례 보고서에서 두 정상이 탄 벤츠 차량은 제재 위반 사치품이라면서 이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적(adversary)’에서 ‘동업자(partner)’로 탈바꿈(transform)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대북 요원 출신 정 박(한국명 박정현) 박사는 28일(현지 시각) 출간한 저서 ‘비커밍 김정은: 북한의 수수께끼 같은 젊은 독재자에 대한 한 전직 CIA 요원의 통찰’에서 2018년 한국 공영방송 EBS의 ‘김정은 미화(美化) 교구 제작’ 사건을 하나의 예로 들며 이 같이 주장했다. EBS미디어는 2018년 김정은을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지도자’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라고 소개하며 환하게 미소 짓는 김정은의 얼굴과 몸통을 조립하는 ‘입체 퍼즐’을 어린이용 교구로 제작·출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박사는 “(이런 현상은) 김정은이 외교와 모호한 비핵화 선언을 통해 ‘잔혹한 독재자’란 평판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노력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이렇게 어린이용으로 만든 작은 크기의 김정은 캐리커처 퍼즐을 보다보면 2019년 댄 고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미 의회에서 북한의 계속된 핵무기 개발, 심각한 사이버 공격, 살상용 화학무기 보유 상황을 들며 북한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라고 증언한 것들을 쉽게 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연성화한 김정은의 이미지로 인해 그의 본색이나 전략적 목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그의 전술에 과잉 또는 소극 대응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또 이 같은 문제는 “김정은이 한반도에서 계속해 일들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현재 진보 성향의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의 한국 석좌로 있으며, 이 같은 분석은 저서 ‘비커밍 김정은’에서 ‘머테스터시스(metastasis·암세포의 전이)’라고 명명한 결론 장(章)에 담겼다. 김정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다는 그의 문제 의식이 책 결론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BS 자회사 EBS 미디어가 2018년 어린이 교육용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형상화해 제작한 입체 퍼즐 이미지. 金에게 ‘核’은 국가 발전과 자긍심의 ‘상징’, 그런데 포기할까? 박 박사는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면서 “김정은은 ‘핵무기 보유’를 북한의 경제적 발전의 성취물이자 전략적 능력과 자주권을 강화해주는 ‘생명 유지 필수품(vital)’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은 군사 개발을 그의 개인적 유산이자 김씨 왕조의 것과 연결시켜왔다”면서 “그는 더 나아가 핵무기를 북 주민의 인식에 이념적으로나 물리적 그리고 문화적 (인식) 지형에 박아넣었으며(embedded), 이를 헌법에 ‘안치(enshrining)’시키고 북한의 번영과 연결했다”고 했다. 또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미국의 공격과 침략 그리고 강압 외교를 멈추게 하는데 사용했으며 동시에 미국이 한국·일본과 맺은 동맹이 약해지도록 했다고 이 책은 지적했다. 김정은은 그의 부친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다자(多者)보다는 유리하게 판을 끌고가기에 용이한 1대1의 양자 외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해상 환적, 사치품 밀수, 불법 외화 벌이 등 각종 편법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일부 약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金,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애 아빠 이미지’ 만들려 리설주 앞세워 김정은이 리설주를 국내외 공식석상에 자주 동행시키는 것은 자신이 그저 단순한 ‘핵무력 지도자’가 아니라 한 명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지도자라고 보이려 하는 의도라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의 부인 리설주와 2018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사진을 찍는 모습. /연합뉴스 박 박사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정상회담을 할 때를 포함해 회담의 부속 연회에도 리설주를 대동한 것은 그가 문 대통령이나 시 주석과 같은 지위의 합법적 지도자로 보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과 김일성은 해외 순방이나 국내 외교 행사에 자신들의 아내를 데리고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박 박사는 “김정은이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버지가 시켜서 리설주랑 결혼했다’는 취지의 뜻밖의 사적 이야기를 건넨 것도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리설주 관련 정보 부족으로 그의 외양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서 리설주의 젊음과 매력, 화려한 의상 등은 그를 우아한 이미지의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재클린 케네디나 영국 왕실의 케이트 미들턴 세손빈을 떠올리게끔 한다고도 했다. 박 박사는 “김정은에게 리설주는 그의 권력을 위한 일부분(component)”이라고 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