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코스’ 자리잡은 정의연… 시민단체도 “터질게 터졌다”

2020. 5. 9. 05:57이슈 뉴스스크랩

‘출세코스’ 자리잡은 정의연… 시민단체도 “터질게 터졌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왼쪽) 할머니로부터 7일 수요집회 성금의 불분명한 사용 등에 대해 비판을 받은 윤미향(오른쪽·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해 1월 고 김복동 할머니의 입관식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용수 할머니 깜짝 폭로 파문

“수요집회 증오만 가르쳐…불참”

위안부 문제 해결 내세웠지만

단체 존속·영향력 확대에 치중

지은희·신미숙 등 정대협 출신

정관계 요직 진출 사례 잇따라

日 NHK 보도 “파문 확산할듯”

“터질 게 터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관련 활동을 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위안부 피해자 본인의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되자 시민사회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먼저 나왔다. 위안부 문제 해결이란 대의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단체의 존속이나 영향력 확대 위주의 활동을 해왔다는 모순점이 결국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폭로성 기자회견으로 터져 나왔다는 설명이다.

8일 국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날 이용수(92) 할머니의 정의연 비판 기자회견과 관련, “위안부 문제 해결 활동을 해온 인사들이 장관이나 국회의원으로 나오는 등 한국시민사회 출세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위안부 관련 연구활동을 하던 전문가도 이런 모습을 보고 비판적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의연의 전신 격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출신 인사들이 정관계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지은희 전 정대협 공동대표는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제2대 여성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사임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정대협 활동가 출신이었다. 4·15 총선에서는 ‘위안부 투쟁’의 상징과도 같았던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 및 정의연 이사장이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할머니는 전날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전 이사장의 국회의원 당선에 대해 “윤 씨는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 이(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대협 등 위안부 관련 단체 활동에 대해 “성금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며 “다음 주부터는 수요집회(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에 열리고 있는 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수요집회를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할 경찰서에는 오는 13일 1439차 수요집회에 대한 집회 신고가 접수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이 할머니의 폭로성 기자회견으로 인해 정의연 등 위안부 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 견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요집회 장소 인근에서 ‘평화의 소녀상’(위안부 소녀상) 철거와 수요집회 중단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국내외의 정의연 후원금이 전부 공개돼야 한다”며 “(여권이) 윤 전 이사장에게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준 것도 반일 감정 몰이로 정권 창출에 도움이 됐고 정권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이날 이용수 할머니의 수요집회 참가 거부 선언을 관심 있게 보도했다. NHK는 “위안부 문제 당사자가 지원 활동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파문이 확산할 듯하다”고 분석했다.

조재연·나주예·윤정아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