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bye korea, 이번달만 벌써 2조원 팔아치웠다

2020. 5. 15. 05:51C.E.O 경영 자료

코로나 사태 좀처럼 진정 안돼… 불확실성 커 신흥국 투자 주저
원화 약세땐 환차손 위험도… 안전자산 비중 계속 늘리는 추세


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1500 선 아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가 두 달여 만에 33%나 상승했다. 어느덧 1950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증시를 떠나간 외국인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학 개미'들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끊임없이 韓주식 팔아치우는 외국인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8% 하락한 1924.96에 마감했다. 지난달 11% 상승한 코스피는 이달 들어 1.2%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연저점(1457.64)을 기록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가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외국인의 끝없는 순매도 행렬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3월과 4월 코스피에서 12조5550억원, 4조1001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번 달(지난 13일 기준)에도 벌써 2조337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이 지난 3~4월 각각 11조1869억원, 3조8124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달에도 벌써 3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현재까지 두 달 반 동안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주식을 순매수한 날은 5거래일밖에 없다.



올해 외국인이 얼마나 많은 한국 주식을 팔았는지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22조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6조6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올해 들어서만 27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조3722억원 순매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 둔화, 달러 약세가 외국인 발길 돌릴 것"
외국인이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 사태가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인 중국을 중심으로 일부 아시아 국가는 코로나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달러, 채권, 금 같은 안전 자산 비중을 늘리려는 분위기가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세계 소비의 중추에 해당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셧다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주식은 팔아치웠지만, 채권은 지난달에만 7조원 넘게 사들였다. 한국 국채의 경우, 선진국 수준으로 신용도가 우수하면서 금리는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아 각광받는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미국 월가의 달러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 뿌려져야 해당 국가 증시도 상승 탄력을 받을 텐데 코로나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돈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신흥국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위험 자산 회피로 미국 달러화가 계속 고평가되고,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 높은 변동성 속에 약세를 보이는 것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주요인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주식을 사면 주가 하락 위험 외에 환차손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에는 코스피 반등과 함께 달러인덱스가 하락하고, 상장 기업들의 이익추정치가 본격적으로 상승 전환하기 시작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한국이 포함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내 28%에 해당하는 브라질·인도·남아공 등에서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아직 증가세인 것도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as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