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8. 09:05ㆍC.E.O 경영 자료
막 오른 AI 시대 주역이 되려면?
2022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가 열렸다. 인공지능 연구자와 관련 사업가들이 연단에 섰다. 이들은 AI 기술의 현주소와, ‘시작된 미래’에 적응할 방법을 강연했다.
기자명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입력 2022.08.27 08:04779호
‘2022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2022 SAIC)’가 ‘시작된 미래, AI 전문가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8월8일 열렸다. 올해로 5회를 맞은 SAIC는 현재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업을 벌이거나 연구하는 이들에게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듣고자 했다.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의 격려사 겸 짧은 강연으로 행사가 시작했다. 네트워크 분석을 토대로 한 ‘사회 연결망’을 연구하는 사회학자인 김 전 총장은 “예전에는 한 우물을 파서 전문가가 되라고 했지만,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학과나 부서별로 나뉘기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넣는 ‘인텔리전스’를 넘어, 그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유용성을 창출하는 ‘익스텔리전스’를 갖추길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첫 번째 연사로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가 나섰다. 김 대표는 “옛날에는 사람이 직접 씨를 뿌리고 밭을 갈았지만 이제 기계가 모든 걸 해서 생산성이 극적으로 올라갔듯이, 사람이 ‘노가다’로 프로그램을 짜지 않고 AI가 모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발전의 7단계를 보여주었다. 사람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는 1단계에서 데이터만 주면 AI가 스스로 패턴을 파악하는 3단계(딥러닝), 다시 사람이 짠 프로그램이 딥러닝을 보완하는 4단계를 거쳐 방대한 데이터를 미리 학습한 ‘빅 모델’이 코딩 없이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6단계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7단계는, 사람이 학습시키지 않아도 AI가 인터넷을 바탕으로 스스로 똑똑해지는 ‘컨티뉴얼 러닝(지속적 학습)’의 시대다. 우리는 지금 6단계와 7단계 사이에서 급격히 진도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딥러닝을 잘 모른다고 해서 늦은 건 아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직접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김 대표의 유튜브 강의인) ‘모두를 위한 딥러닝’을 비롯해 많은 교재가 있으니 오늘부터 하면 된다.”
두 번째 연사로는 AI 기반 위성·항공 영상 분석 전문기업 SIA의 전태균 대표가 나섰다. 그는 위성이 찍은 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산불이 나기 전후 차이가 한눈에 보였다. “세계 곳곳에서 산불·쓰나미·홍수·지진이 일어난다. 어느 지역이 얼마나 피해를 보았고, 더 빠른 구호가 필요한 집이 어딘지 찾아야 한다. 위성을 보내 영상을 찍었더라도 워낙 큰 규모라 사람의 눈으로는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빠르게 변화를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SIA는 자체 개발한 재해 영상 분석 모델을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에 공개했는데, 실제로 미국 국방부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전 대표는 ‘문제’를 발굴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그 문제는 굉장히 단순하되 해결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푸는 게 가능해야 하고,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혹은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를 잘 찾았다면 ‘작고 빠른 실패’를 하고 그 과정을 계속 공유해야 한다. 앞으로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중요해질지 시야를 넓혀보면 좋겠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이철희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연구원은 적외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많이 접하는 열화상카메라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이용해 온도를 감지한다. 손을 직접 대보지 않고도 온도를 잴 수 있다는 점에서 ‘감각의 확장’인데, 이런 확장은 잘 생각해보면 본질적으로 수학적이다. 왜냐하면 적외선 파장과 온도의 관계를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측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AI 스스로 똑똑해지는 시대 곧 온다”
이 연구원은 “인간의 보편적 문제는, 쉽게 알 수 있는 것과 진짜로 알고 싶은 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때 측정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측정해 수로 표현하고, 알고 싶은 것과의 관계를 수식으로 만들어 계산하면 된다. 인류는 그렇게 수학을 이용해 산의 높이나 지구의 둘레를 (직접 재지 않고도) 알아내왔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도 겉포장을 벗기고 나면 함수다. 개 사진을 보여주면 개라고 맞히는, x를 입력하면 y가 나오는 함수를 찾는 문제이며, 그러려면 (예측한 값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최대한 작게 만드는 함수를 찾아야 한다. 이런 걸 할 수 있게 해주는 학문이 (함수의 최댓값·최솟값을 구하는) 미적분학이다.”
네 번째 연사인 황성재 XYZ코퍼레이션 대표는 ‘서비스 로봇’을 자영업 분야에 확산하려 한다. “인구가 감소해 노동력이 부족하다. MZ 세대는 일에서의 성장을 중시해 반복적인 일을 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한국 자영업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 일하고 한 달에 3일 쉬며 대다수가 1인 자영업자다. 로봇 회사들이 ‘직업을 빼앗는다’고 오해받는데, 반복적이고 힘든 일을 로봇에게 맡기면 사람은 레시피를 만드는 창의적인 일이나 손님 응대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황 대표는 XYZ코퍼레이션이 개발한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가 능숙하게 드립커피 원두 위에 원을 그리며 뜨거운 물을 붓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배달 로봇 ‘딜리스’가 빌딩 내에서 음식이나 커피를 배달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로봇에게 이런 일을 시키려면 사물을 보는 비전 기술을 비롯해 여러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사람은 마이크를 움켜잡을 줄 알지만 로봇은 컵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계속 가르쳐줘야 한다. 아직 어려움도 많지만 점점 우리 일상생활에 로봇의 역할이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하용호 데이터오븐 대표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 회사가 돈을 더 벌 기회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예전에는 기록이 부족하다 보니 어떤 기능이나 이벤트가 실패해도 무엇 때문에 안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요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동안은 ‘감’으로 했던 회사 운영을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분석해 개선하는 과학적 방식’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세부 분야는 세 가지다. 대부분의 회사에 없는 데이터를 쌓이게 하고 정리하는 ‘데이터 엔지니어’, 풀어야 할 비즈니스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관련 조직과 소통하는 ‘데이터 분석가’, 개인화된 추천을 도입해 고객 경험을 높이는 ‘머신러닝 엔지니어’다. 10년간 기업 면접관으로 활동한 하 대표는 “예전보다는 비이공계도 많이 들어온다. 그동안 아마존 등에서 코딩을 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았고, 문제를 발견하거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역량은 문과 쪽이 상대적으로 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T 회사라면 SQL(‘구조적 쿼리 언어’의 약자.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표준 프로그래밍 언어) 정도는 알아야 하며, 특히 코딩은 어느 직군이든 잘할수록 환영받는다. 이쪽 계열의 표준 도구는 파이선이다”라고 조언했다.
콘퍼런스가 끝나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각 연사들의 멘토링을 20분씩 두 차례 진행했다. 고등학교 3학년 동생과 함께 온 대학 1학년생 김도연씨는 “영어과인데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아서 코딩도 혼자 해봤다. 진로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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