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시장에서 ‘법’은 곧 ‘돈’이다. 관련 법률과 제도 변경으로 새로운 공법상 규제 또는 세법상 제한 요인이 발생하면 소유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의 개발이나 이용이 뜻한 바와 같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토지를 사거나 팔려는 경우 관련 법령의 변경 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법이나 제도가 바뀐 것을 간과하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가격이나 세금·용적률 등에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운이 더 나쁘면 아주 쓸모 없는 땅을 비싸게 구입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기도 한다.
K씨(59)는 2001년 12월 경기도 용인시 삼가동에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평당 50만원에 임야 300평을 매입했다. K씨가 땅을 매입한 삼가동 일대는 용인시청·경찰서 등 문화복지행정타운 조성 예정지로 최근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 게다가 분당이 20분, 서울 강남은 40분이면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교통여건이 좋은 편이다.
투자를 겸한 실수요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한 K씨는 한동안 땅을 보유하고 있던 중 2004년 5월 전원주택을 짓기로 결심하고 용인시에 형질변경 허가를 신청했다가 담당 공무원에게 ‘허가불가’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불허 통보의 근거는 2003년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제18조의 ‘허가예정지의 경계와 종전의 산지전용허가지역의 경계가 직선거리 500m 이내에 있는 경우 당해 산지전용허가 신청지역과의 종전 산지전용 허가지역의 합산면적이 3만㎡(약 9900평)를 초과할 경우 전용이 불가(不可)하다’는 조항이었다. 다시 말해 본인 소유의 토지 경계선으로부터 500m이내에 이미 형질변경허가를 받은 면적 3만㎡ 이상의 땅이 있다면 본인 소유 토지의 개발행위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문제의 발단은 2004년 4월 I업체에서 단지형 전원주택을 개발하기 위해 2만8000㎡의 부지에 대해 개발행위허가를 받으면서 비롯됐다. 하필이면 부지 위치가 K씨가 2003년 12월 매입한 300평의 땅과 폭 8m의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I업체가 허가를 받은 부지면적과 K씨가 매입한 땅의 합산면적이 정확히 3만1000㎡로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전용허가 면적기준을 넘어서 버린 것이다.
K씨의 실수는 정부 정책의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최근 정부 정책은 농지는 규제를 풀되 산지는 보호한다는 취지로 바뀌고 있다. 부동산 관련 법령과 세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특히 2003년은 도시·토지·주택 관련 법률이 대거 바뀌면서 큰 혼선이 빚어졌던 해. 일선 시·군의 일부 공무원들조차 바뀐 법의 세부적인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새 법률 적용과 관련 도시계획 수립 등 각종 건축 업무가 처리가 늦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기도 했다.
때문에 바뀐 법령과 제도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도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한 가지 방법이다. 더 나아가서 바뀐 법과 제도를 활용한 투자도 고려해 볼만하다. 법과 제도가 바뀌면 투자환경도 크게 달라지는 만큼 수익을 거두려면 시장 환경 변화부터 파악하는 것이 투자의 첫걸음이다. 바뀐 법과 제도에 맞는 투자전략을 세워야 투자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억울해도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에 가슴이 한번 더 무너졌던 K씨의 사례를 잊지 말자.
김영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