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요금의 수수께기

2007. 7. 31. 10:10이슈 뉴스스크랩

휴대폰 요금의 수수께끼

경제사를 읽다보면 숱한 거대기업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져간다. 학생시절에 나치스의 히틀러조차 크루프회장에게 경례하는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히틀러까지 좌지우지했던 크루프 철강회사는 현재 없다.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거대기업들이 있지만, 그 생존율은 소수다. 왜 그럴까? 독과점 기업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의 흐름을 읽고 제대로 대처하는 기업은 살아 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휴대폰 업체들이 한국에서와 같은 영업방식과 요금체계의 감각을 갖고 외국시장에 나가 시쳇말로 죽을 쑤고 있다. 다른 외국 통신사들의 저렴한 가격구조와 철저한 소비자 위주의 영업활동에 못 미치는 탓이다. SK텔레콤의 미국법인은 한국가입자들이 낸 돈으로 세워 영업활동을 하고 있지만, 신통치가 않다. 그런 점에서 한국통신시장, 그중에서도 이동통신사의 영업방식과 요금체계 등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행 이동통신 시장은 3개사의 독과점 시장이다. 최근에 정통부가 1개사에 더 특혜를 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에 4개사가 될 전망이다. 어찌 됐든 3~4개사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요금은 통신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여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통부 산하의 통신위원회에서 인가제로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정통부가 인가제를 틀어쥐고 있으면서 신규통신사를 설립해 요금을 낮추겠다는 것은 특정업체의 특혜를 합리화하려는 낯 뜨거운 짓이다.

그러면 가입비 5만5천원, 매달 기본통화료 1만3천원의 현행 요금체계는 어떤 근거와 기준에 의한 것인가. 정통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채 통신사의 영업보고서를 그 간접근거로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왜 가입비가 5만5천원이어야 하는지, 4천4백만 대가 사용되고 있는 휴대폰의 나라에서 모든 핸드폰에 기본통화료를 1만3천원씩 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애초부터 독과점 통신업체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줬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의 발전과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다면, 1천만대를 기준으로 설계하여 투자비를 회수하고 기업의 고수익을 보장해줬던 요금체계를 2천만대나 3천만대를 초과하는 시점에서 개선해야 했다. 요금체계는 4천4백만 대가 증가한 지금까지 그대로 있고, 제대로 된 통신정책조차 없다.

유럽은 어떤가? 한국휴대폰 가입비의 1/5수준이면 언제든 가입할 수 있고, 요금체계도 정말 다양하고 싸다. 통신회사끼리 경쟁을 촉진시키고 통신회사도 소비자위주의 정책을 추구한 결과다.

한국의 이통통신 시장을 과보호하고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현행 요금체계는 결과적으로 독과점기업을 안주하게 만들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외국에 나가 고전하고 있는 이동통신회사들의 현재모습이 그 증거들이다. 한국의 고가요금정책은 한국소비자를 ‘봉‘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한국통신 회사들을 좀먹는 독버섯인 것이다.

매달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수십만 원씩 물고 있는 휴대폰요금은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통신회사들도 더 이상 독과점 체제 아래서 공급자 위주의 영업방식에 안주하는  것은 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마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휴대폰 요금의 수수께끼가 벗겨지면 한국의 국민들에게 한 달 생활비를 줄여주기도 하지만, 한국통신회사들의 경쟁력이 비로소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소비자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태복의 아침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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