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대 복병

2008. 5. 9. 18:40이슈 뉴스스크랩

 '고물가ㆍ고환율ㆍ고유가ㆍ고금리'. 한국경제가 4대 '고(高)' 복병을 만났다. 경제 성장을 위해 갈 길이 바쁘지만 제대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물가는 4%대를 넘어섰고, 환율은 1050원대에 육박하면서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채권금리도 급등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 이처럼 대내외 경제 상황이 한국 경제의 목을 죄어오지만 기존 정책들의 '약발'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도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고유가 등의 상황이 지속되면 하반기 운용 방향을 손봐야 하지 않겠냐"며 "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 = 연이어 치솟고 있는 물가는 무서울 정도다. 정부의 최대 목표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첫 번째 요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4.1% 급등했다.
 
소비자물가가 4%대를 기록한 것은 2004년 8월(4.8%) 이후 3년8개월만에 처음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 상한선인 3.5%를 5개월째 넘어서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실생활에 직결된 52개 생필품을 직접 관리하기로 하는 등 각종 물가를 잡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정부를 비웃듯 상승하고 있다.
 
52개 품목중 총 30개 품목이 3월에 비해 가격이 오르면서 이른바 'MB물가' 상승률도 6.8%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물가잡기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가 상승하다보니 한국은행도 9개월째 금리를 동결시켰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은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해서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서민생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일부 효과를 본 것도 있으며 앞으로도 국민생활 구석구석 살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리한 에너지 사용억제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환율, 2년6개월來 최고치 = 환율은 2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하고 있다. 8일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전날보다 23.50원 오른 1049.6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7일 동안 50원 이상 폭등한 셈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한국의 정유사들이 원유구입 대금을 결제하려고 '달러 사자' 주문을 집중적으로 내면서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ㆍ엔환율도 급등했다. 8일 원ㆍ엔 환율은 전일보다 100엔당 26.64원 오른 1004.9원을 기록했다. 원ㆍ엔환율이 10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3월 21일(1006.56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 급등 역시 우리 경제에는 그리 반길만한 일이 아니다.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입물가도 덩달아 상승하게 돼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내수 위축에 따른 경기부진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은 결국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물가는 0.5%포인트 오른다.

지난 해 4월 평균 환율이 93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4월은 3.5% 상승한 963.73원을 기록, 환율만으로 전년동기대비 물가가 0.17% 상승한 셈이다.
 

◆천정부지 고유가 =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도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동결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 때문에 국제유가가 4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123.69달러에 정규장 거래를 마감한 뒤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124달러선마저 뚫었다.
 
최근 유가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가운데, ECB는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해 불붙은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이미 미국 기준금리가 2004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ECB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유가 상승의 근본 원인인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5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앞으로 2년간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유가가 곧 200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해 쓰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8일(현지시간) 사흘 연속 큰폭 상승하며 전날보다 1.52달러 오른 배럴당 116.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정부의 유가 전망치(두바이유 기준)는 연 평균 90달러.
 
그나마 이 전망치도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전망했던 연 평균 유가 80달러를 한달만에 상향조정한 수준이다.
 

◆물가급등에 금리도 발목 =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 속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가 9개월 연속 동결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물가와 성장의 두 마리 토끼 중에서 일단 '물가'에 중점을 둔 것.
 
대외 악재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물가를 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달 이성태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도 커졌지만 물가에 무릎을 꿇은 양상이다.
 
지난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전기 대비 증가율이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카드가 사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물가를 자극하는 내외 여건 악화가 문제였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심리적 저항선인 4%를 꿰뚫었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넘겼다.
 
지난 해 원화 강세로 그나마 고물가 영향을 차단했던 환율은 8일 105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올 들어 물가 억제 기능을 상실했다.
 
여기에 3월 기준으로 시중에 풀린 돈은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도처에 물가 복병이 도사리는 형국이다.
 
당초 하반기에 물가가 잡힐 것으로 봤던 이 총재는 8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연말에나 가야 물가 상승세가 꺽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경기 부양을 해야하는 정부로서는 악재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추경 편성이 여당 반대로 제동이 걸려 정부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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