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형 공장

2008. 5. 12. 18:08부동산 정보 자료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
지난 4월 29일 오후. 지하철 가산디지털단지역 5번 출구로 나오니 온통 ‘공사’ 열기로 뜨거웠다. 분명 아파트 건설현장은 아닌 이곳엔 ‘아파트형 공장’ 건축이 한창이다. 이랜드개발에서 짓는 ‘세진비즈밸리’, 에이스종합건설의 ‘에이스 하이-엔드타워 3’가 사이좋게 나란히 건물을 올리고 있다. 곳곳에는 ‘호텔형 아파트형 공장 분양’이란 플래카드가 눈길을 끈다.

가산동 예스랜드부동산중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지만 아파트형 공장 매매가는 지난해 말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며 “아파트형 공장은 짓자마자 바로 분양, 임대가 될 정도로 거래도 활발해 요즘은 대기업들까지 속속 공사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한다.

아파트형 공장이 인기다. 대표적인 공장 밀집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일대에는 그야말로 아파트형 공장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지금 공사 중인 아파트형 공장 빌딩만 대략 10여곳. 인기 비결은 뭘까.

첫째 수요가 넘치기 때문이다.

아파트형 공장의 최대 수요처는 기업들이다. 비싼 사옥을 짓지 못해 싼값에 터를 마련하려는 중소, 벤처기업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 99년 600여개에 불과했던 입주 업체 수가 현재 7000여개를 넘었다. 10여년 만에 10배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다.

둘째 투자가치, 즉 임대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목 좋은 곳의 아파트형 공장은 연 8~9% 내외의 임대수익률을 올린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일반 상가가 4~5%, 오피스가 5~7% 수익률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아파트형 공장 수익률은 꽤 높은 편”이라고 진단한다.

관리비도 3.3㎡당 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강남 사무실 관리비가 3.3㎡당 3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강남 일대 오피스 공실률이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사무실이 부족해 아파트형 공장으로 움직이는 수요도 힘을 더했다.

취득·등록세 면제에 분양가 70%까지 대출

셋째 혜택이 많다.

아파트형 공장에 한 번 입주한 후 5년 동안 임대나 매매를 하지 않을 경우 취득·등록세가 100% 면제된다. 또 5년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50% 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장기 저리 융자 혜택도 있다. 서울시에서는 국가산업단지 내 입주 업체에 전체 분양가의 70%까지 저이자로 대출해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도 아파트형 공장 시공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한라건설은 서울 가산동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옛 국도화학 용지에 한라시그마밸리를 분양 중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490만원대. 적잖은 가격에다 분양을 시작한 지 갓 한 달이 지났지만 분양률은 벌써 50%를 넘었다.

부동산 전문가인 한태욱 대신증권 센터장은 “대규모 단지로 구성된 아파트형 공장은 전매, 임대가 활발해 자금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다”며 “세제 혜택도 넘쳐나 틈새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는 중”이라고 밝힌다.

물론 아파트형 공장이 항상 ‘잘나갔던’ 것만은 아니다. 3~4년 전만 해도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 미분양이 속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과거는 잊고 승승장구 중이다. 공급이 끊기고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면서 분양가가 계속 치솟고 있다. 2003년 입주 기준 아파트형 공장 분양가는 300만~340만원대에 불과했지만 2007년 450만원대로 뛰었다. 지금 분양가는 500만원대 전후다. 최고 70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5년간 입주 의무를 채운 공장 매매가도 400만~500만원대로 덩달아 올랐다. 값은 뛰고 있지만 실상 도심지에 아파트형 공장을 지을 땅도 거의 없어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일반인들도 아파트형 공장에 투자할 수 있을까. 사실 기업체가 아닌 일반인이 아파트형 공장을 최초로 분양받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입주 후 5년이 지난 아파트형 공장은 살 수 있다. 단 이때 부동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전문가들은 공장 대신 공장 내 상가 투자를 권한다. 공장 내 상근 인구가 풍부한 덕분이다. 실제 공장 근로자 수요가 많다 보니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마다 한참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업종별로 보면 전문식당, 편의점, 문구점, 은행 등이 필수 업종으로 꼽힌다.

상가 분양가 역시 2003년 1층 기준 3.3㎡당 700만원 내외였지만 현재 높게는 2000만원대를 넘나들 정도다.

박대원 소장은 “서울, 수도권 주요 지역 상가 분양가가 3.3㎡당 3000만~4000만원을 훌쩍 넘는 걸 감안하면 공장 내 상가 분양가는 1000만~2000만원대에 불과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밝힌다.

입주 후 5년 지나면 일반인도 투자 가능

아파트형 공장 상가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은 없을까. 먼저 아파트형 공장 단지의 규모와 소재지, 가동률 등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대규모 아파트형 단지가 아무래도 유리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은 필수 요소다. 상가 분양을 받기 전에 독점 업종 보장에 관한 사전 확인서와 계약사항을 꼼꼼히 체크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 예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2단지 내 S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위치는 좋지만 상가가 폐쇄적 구조로 배치돼 있어 빈 점포가 수두룩하다. 또 상가 자체 공급량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위치, 층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또 아파트형 공장은 오피스 성격이 강하다 보니 토, 일요일에는 상권이 슬럼화될 우려가 높다. 이를 감안한다면 반드시 전면부 상가를 택하는 게 유리하다.

지금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지만 수도권 일대 아파트형 공장이 많이 들어선다면 장차 공급과잉 사태를 맞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지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금천, 구로구를 비롯해 성남 벤처밸리 등지에서 공급이 봇물처럼 터지기 때문에 몇 년 후 임대수익률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다.

【 인터뷰 / 이광원 국도테크노타운 사장(한라시그마밸리 시행사) 】

◆ 오피스 부족으로 공장 인기 지속될 것

=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분양 중인 한라시그마밸리는 한라건설이 시공하는 대표적인 아파트형 공장이다. 시행사인 국도테크노타운 이광원 사장에게 아파트형 공장의 매력을 들어봤다.

Q> 이번에 분양하는 아파트형 공장의 매력은.

첨단 비즈니스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힘썼다. 건물 앞에 2667㎡(약 800평)에 달하는 공개공지를 마련했고 20층 높이에서 안양천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정(가운데 정원), 선큰광장(개방형 지하광장), 옥상정원 등이 들어서면서 고급 오피스 못지않은 인텔리전트식 아파트형 공장을 표방한다.

Q>아파트형 공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테헤란밸리가 있다. 최근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글로벌 수준의 업무환경을 갖추면서 ‘신(新)테헤란밸리’로 당당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이제 아파트형 공장이 단순히 공장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할 때다. 취득·등록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개발 냉·난방을 통해 관리비도 강남과 비교해 훨씬 저렴하다. 분양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까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Q>향후 아파트형 공장 시장 전망은.

강남, 여의도 등 대표적 업무지역은 낮은 공실률 때문에 임대료나 건물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관리비도 만만치 않아 기업들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업체 입장에선 계약이 만료된 후 사무실 이전을 고민한다면 아파트형 공장이 분명 대안이 될 수 있다. 아파트형 공장은 아직까지 저렴한 가격에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많다. 앞으로도 업무 수요가 꾸준해 아파트형 공장 인기는 최소 2~3년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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