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9. 19:00ㆍ이슈 뉴스스크랩
비정규직 늘면서 중간층 비중 급감…지난해 소득불평등 99년 이래 최악 기록
좋은 대학을 나와야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학력과 학벌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특히 일자리 간 소득격차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큰 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사교육 열풍이 사그라들기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지난 10년 간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중간층에 속하는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런 우려는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중심으로 최근 10년 간(1993년~2002년) 창출된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자리 간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취업자 중에서 연간소득이 1600만원 이상인 상위층 일자리는 682만개로 1993년 481만7천개에 비해 41.6%가 늘어났다. 또한 연간소득이 1100만원 이하인 하위층 일자리는 508만9천개에서 627만7천개로 23.3%가 증가했다. 이에 비해 중간층인 연간 소득 1101만~1599만원 수준의 일자리는 646만5천개로 1993년 619만9천개에 비해 불과 4.3%만 늘었다.
이처럼 중간층 일자리가 답보상태에 놓인 데는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화 경향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0년 간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정규직 비중은 2%(642만6천명→629만6천명)가 감소한 데 비해 비정규직은 50.7%(477만1천명→719만명)로 급증했다. 특히 중간층 일자리에서 비정규직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이 늘게 되면서 중간층에 있던 사람들이 하위층으로 밀려나 버린 것이다.
대기업 상위층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
대기업에서도 중간층과 하위층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대기업 일자리가 25만개 줄었는데 상위층에서만 6만6천개의 일자리가 늘어났을 뿐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전병유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방식이 소수 양질의 일자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아웃소싱 등으로 털어 버리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대기업과 함께 중산층적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보수수준이 보장되고 고용안정성이 강한 편인 금융업과 공기업에서도 일자리의 소멸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98년 금융권 구조조정의 여파로 명예퇴직한 김성수(가명, 55)씨. 17년 동안 A은행에서 기술직(냉난방 기사)으로 근무하다가 회사를 떠났다. 물론 명예퇴직이라고 해도 자발적인 의사만은 아니었다. 당시 연봉은 360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씨는 똑같은 은행에서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은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를 다시 계약직 사원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1년마다 용역회사를 통해 재계약을 하고 있는 김씨의 연봉은 1400만원으로 깎였다. 김씨는 “아내가 70만~80만원을 받는 맞벌이를 해야 생활이 겨우 유지된다”고 털어놨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정규직 신분에서 비정규직으로 지위가 하락하면서 소득수준이 뚝 떨어진 것이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가입돼 있는 전국금융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13만6812명 중에서 비정규직 신분인 조합원은 4만836명, 전체의 29.8%나 된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전에 5% 안쪽이었던 비정규직 비중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크게 늘어났다”고 말한다.
10명 중 9명은 계약직이 돼 버린 은행 창구직원들 중에서 대졸 출신이 많아진 것도 변화된 모습 중의 하나로 꼽힌다. 고졸출신이 주를 이루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대졸자는 급증하고 은행 내 정규직 비중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청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취업자 584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명 중 2명은 자신의 교육수준에 비해 하향취업했다고 응답한 것에서도 이런 현실은 그대로 비춰진다. 1158명(19.8%)이 현재 일자리에 비해 자신이 과잉교육을 받았다고 한 것이다. 하향 취업자의 비율은 전문대 졸업자가 25%로 가장 높았다. 또 이들 하향취업자는 임금이나 근로시간, 발전가능성 등 모든 측면에서 직무만족도가 ‘적합 취업자’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 조성란 대리는 “경쟁이 워낙 치열한데 들어갈 자리는 없다 보니 결국 어쩔 수 없이 눈높이를 많이 낮추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한다. 구직 초기에는 대기업 위주로 채용공고에 명시된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데도 일단 지원서를 내고 보는 ‘묻지마 지원’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결국 여러 번 실패를 하고 나면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청년층 비정규직화 전체 평균보다 빨라
고용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비정규직화 속도가 전체 취업자의 비정규직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 95년 전체 청년층에서 비정규직의 비중은 35.1%였지만 2002년에는 47%까지 뛰어올랐다. 게다가 다음 일자리를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 강한 ‘임시직’ 일자리에 비해 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불투명한 ‘일용직’에서 청년층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전병유 연구위원은 “일자리 양극화는 단순히 저소득 빈곤계층을 양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사회적 이동성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간 수준의 일자리가 적을수록 하위 일자리에서 중간층으로 올라오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처럼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기업풍토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득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규직의 경우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그에 따른 임금상승이 뒤따르지만 비정규직은 계약해지 위험으로 인해 임금상승 속도가 정체돼 있다. 지난해 6~8월 평균 임금소득에 대한 지니계수가 99년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소득 분배의 불평등 현상이 심각한 것을 뜻한다.
정부가 중간수준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저소득 일자리를 줄이는 다양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컨대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소득보조 정책은 이런 계층의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전병유 연구위원은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개인서비스와 관련한 하위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노동빈곤층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 일자리 유동성을 촉진하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출처] 1. 일자리 양극화, 계층이동 실종|작성자 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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