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감세→투자·고용증대→성장 ‘장밋빛 전망’ 일색 ㆍ재정 악화·복지 축소… 서민층에 부담 가능성
이명박 정부가 출범 첫 해에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친 부유층·친 기업’ 색채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근간으로 하는 부동산세제 개편은 서울 강남 등에 고가주택을 갖고 있는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율 인하에 따른 ‘부의 대물림’도 활기를 띨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감세 규모는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와 사회복지 축소에 따른 사회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감세가 투자와 소비증가를 촉진해 고용 증대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부유층에 혜택 집중=부동산세제 완화는 ‘부동산만한 게 없다’는 인식을 부추기고, 집값 폭등으로 이어져 서민층에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김윤상 경북대 교수(행정학과)는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고 양도세를 완화하는 것은 문제”라며 “보유세를 강화하면 부동산 투기를 막고, 부동산 가격도 인하돼 민간소비와 기업 투자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하위 소득계층 50%와 무관하다. 상위 소득계층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는 있겠지만 해외소비 지출로 빠져나가 내수경기 진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세율을 낮춰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저소득층에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기자 | ◇ 재정건전성 문제 없나=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른 오는 2012년까지의 감세 규모는 26조4000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정부 지출 축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5년간 재정 수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감세안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부장 간담회에서 “국가재정이 튼튼한 만큼 국가채무는 (늘어나더라도) 수치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윤종훈 공인회계사는 “당초 예상보다 감세 규모가 큰 데다 재정지출을 줄이지 못해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투자확대가 나타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우려된다”며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재정을 충당하려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과표 양성화 등에 따른 세입 여력 증대분을 활용해 감세를 추진하고 2010년 이후에는 세출 구조조정을 병행해 감세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중산서민층 지원 ‘부풀리기’ 의혹=재정부는 부유층을 위한 세제개편안이란 비판을 의식한 듯 2009년 기준으로 전체 감세의 53%가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지만 과표 8800만원 이하의 계층을 중산·서민층으로 분류했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은 “과표 8800만원이라면 근로자의 경우 연간급여가 1억2000만원에 이른다”며 “4조7660억원의 감세규모 중 절반가량은 중산·서민층에게 돌아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