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4인

2008. 9. 6. 11:08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순간적 인기보다 실력’ 한목소리
스타 강사 4인 인터뷰

공교육과 달리 학생들로부터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연예인과 비슷하다는 것이 강사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런 형상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스타 강사가 생각하는 그들만의 세계는 밖에서 보는 것처럼 녹록하지 않다. 그들은 입을 모아 외모보다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코 장수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도태될 수 있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남들이 바쁠 때 한가하고 남들이 한가할 때 바빠 친구·가족의 도리도 못하는 것도 힘든 점이다. 연간 1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스타강사(대표강사)’ 4인의 입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인터뷰에는 로즈리(메가스터디·외국어영역), 박승동(메가스터디·수리영역), 정지웅(비타에듀·언어영역), 강민성(이투스·국사) 강사가 참여했다.(앞 페이지 사진 참고)

강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로즈리= 대학교 4학년 때 대학원 등록금과 유학비용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원 강사를 시작했다. 당시 교수가 꿈이라 오래도록 강사를 하리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일을 하다 보니 학생들을 이해시키는 재능과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그것도 처음엔 연습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 간 것이다.

박승동= 수학교육과를 나와 수순대로 경복고, 서울과학고에서 총 14년간 교편을 잡았다. 일선 교사 시절 경시 대회 전문가로 유명해지도 했다. EBS 강의를 1989년부터 7년간 해 EBS 최장수 강의 기록도 세웠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수업 수준이 자꾸 낮아져 깊이 있는 수학 수업을 가르치기 어렵다고 봤다.

정지웅= 대학교 때까지 강사를 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 졸업 후 미국 비자를 기다리는 도중 면목동의 한 보습학원에서 60만 원을 받고 강의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마침 지인의 요청으로 상계동으로 학원을 옮겼는데 여기서 히트를 쳤다. 그해 10월 비자가 나와 미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선배가 붙잡았다. 그게 지금까지 왔다.

강민성=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다가 아르바이트로 강의를 시작했는데,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잘 맞았고 즐겁고 재밌었다.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열심히 잘 들어주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선생님이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자기 관리(체력·외모)는 어떻게 하는지.

로즈리= 여자 강사는 아무래도 남성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단과학원에서 여강사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때마다 챙겨 먹는 보약이나 여유가 생길 때마다 잠으로 보충하는 편이다.

외모적인 부분은 물론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단과의 강사들은 학생들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인지라 신경을 안 쓴다는 건 거짓말이다. 단지 외모를 가꾼다기보다 학생들에 대한 예의이자 호흡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조금은 다가가기 쉽도록 젊어 보이는 의상이나 메이크업을 선택하기도 하고 피부 관리를 받기도 한다.

박승동= 특별한 체력 관리 비결은 없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하면 핑계라고 하겠지만 진짜 시간이 없다. 비결이라면 매일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과 밥을 잘 먹는 것이다. 요즘은 나이가 있다 보니 비타민B 복합제를 먹고 있다.

외모로 승부할 생각은 없다. 어떤 과목은 순간적 인기, 유머·위트로 가르치면 도움이 되겠지만 수학은 통하지 않는다.

정지웅= 헬스클럽에서 주 3회 체력 관리를 한다. 소양인 체질에 맞는 건강식을 챙겨먹고 피부 관리, 단전호흡을 한다. 요즘은 강의만 잘 해서는 안 되고 모든 면에서 좋아야 한다. 술을 워낙 좋아했는데 체력 관리를 위해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 있다.

강민성= 특별한 비결은 없고 수업을 무리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더 많이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겠지만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은 월 1회도 마실까 말까 한다.

선생님으로서 눈요기·볼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루함을 주지 않기 위해 새로운 수업이 시작되면 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입기도 한다.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낄 때는.

로즈리= 가장 힘든 것은 교재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콘텐츠의 창조다. 외형적 포장 능력으로 깜짝 인기를 누리고 사라지는 연예계처럼 학원 역시 잠깐의 인기 몰이보다 본질적인 것은 실력과 교재·강의·연구다. 학생들이 선생을 외모나 외형으로 판단하진 않으니까.

또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학생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들로 힘들 때도 있다. 알아보는 학생들이 많아지니까 조심스러워지기도 하지만 그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박승동= 수면 부족이다. 교재 작업을 하거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거의 밤을 새우는 편이다. 나는 365일 중 설날, 추석 단 이틀만 쉰다. 보통 일과가 아침 7시에 시작돼 새벽 1시에 끝난다. 그렇지만 타인이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보람과 즐거움이 없다면 이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정지웅= 학원 강사만큼 ‘삶의 질’이 나쁜 직업은 없을 것이다. 너무 처절하게 산다. 자기 투자라는 것이 강의와 관련된 것뿐, 자기 인생을 위한 투자는 거의 없다. 돈은 쓰려고 버는 건데 쓸 시간이 없다. 강사들이 ‘올해만 하고 그만 해야지’ ‘다시 태어나면 이 길을 걷지 않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나는 2년 전부터 생활을 바꿔 여행이나 운동 등 나를 위해 투자한다. 일에 지치면 좋은 강의가 나오지 않으니까.

강민성= 강의 구성을 짤 때가 가장 힘들다. 사교육이 팽창하면서 높아진 기대 수준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부담이다. 교재를 쓰는 것이 굉장히 진을 빼는 과정이다. 또 수능시험 전날은 1년 중 가장 무서운 날이다. 아무리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해도 ‘어떤 문제가 나왔을까’ ‘학생들이 내 강의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할까’를 떠올리면 머리가 다 아프다. 학기 중에도 6월, 9월 학력평가라는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한다.

스타 강사가 연예인화되고 있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로즈리= 그 얘긴 오래전부터 강사들 사이에 공공연한 논제거리다. 공교육과 달리 학생들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인지라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살아남는 연예인과 비슷하다는 논리다.

강사들도 이제 소속사라는 개념의 온라인 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서로 수익을 배분한다. 실력은 기본이고 그 외 팬서비스, 그리고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것 역시 비슷해졌다. 그래서 비교되는 것이 아닐까.

박승동= 외적인 요소로 인기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1~2년을 버티지 못한다. 학생들도 교육에 있어서는 보수적이다. 촐랑대서는 순간적으로 눈길을 끌겠지만 책을 덮으면 남는 게 없다. 본질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공감대를 만들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필요하다. 나도 지난해 수능 응원 영상을 만들기 위해 선생님들과 원더걸스의 텔미 댄스를 추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지웅=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직업이든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겠지만 선생님은 소명 의식도 필요하다. 나도 인강(인터넷 강의) 수입이 더 많지만 인강이 요즘 아이들의 성적 하락 요인인 듯하다. 공부 자체가 재미없는 것이다 보니 인터넷에 유혹 요소가 너무 많다. 실제 인강을 제대로 활용하는 학생은 상위 1%뿐이 아닐까. 물론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소외 지역은 필요하겠지만 강의는 오프라인이 주가 돼야 한다고 본다.

강민성= 온라인에서 보던 강사를 직접 보면 좀 신기해 보이기도 하고, 또 학생들은 힘든 시기에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의존할 대상이 필요하다. 이럴 때 선생님이 중요한 존재가 되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것 같다.

사실 학생들이 강사의 자질을 금방 판단한다고는 하지만 명확하게 평가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여러 유형의 강사들이 존재한다. 지금은 실력뿐만 아니라 ‘기획’이라는 부분이 중요해지는 것이 맞다. 개인적인 생각은 롱런하는 강사는 외모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본보기가 되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연구소 운영 규모와 교재 개발 방식은.

로즈리= 연구소에는 6명의 연구원과 총괄실장이 있다. 교재 개발은 자체 개발이 80% 이상이며 출판사와 계약하고 공동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 학생 상담 서비스 및 하루 200~ 300건씩 올라오는 질문 답변, 강의 소개 영상·응원 영상 제작 등을 한다. 모든 연구진은 영문과, 혹은 유학생 출신이다.

박승동= 연구소나 조교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인터넷에 하루 100개가 넘게 올라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틈틈이 하고 있는데 다 합치면 3~4시간이 걸린다. 조교 등 강의를 보지 않은 사람이 답변하면 동문서답이 된다. 또 아이들이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다음 강의에 도움이 된다.

정지웅= 연구·개발 3명, 조교 3명을 두고 있다. 교재는 나도 만들고 연구원들도 만든다. 교재 내용은 수업하다 보면 생각이 많이 난다. 교재 개발에만 연간 2억 원 이상 든다.

강민성= 하루에 몇 백 개씩 올라오는 질문에 답하는 조교가 3명, 교재 연구 2명, 전체를 관리하는 실장 1명으로 총 6명으로 이뤄진다. 교재는 강사가 직접 집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주관적인 부분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공신력 있는 문제를 사오기도 한다. 수익금 중 상당수가 교재 제작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