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15조원 돌파

2008. 9. 9. 08:4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가계의 교육비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 올 상반기 15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교육비 지출은 15조3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조7천772억원에 비해 9.1%가 늘어났다. 이는 2003년의 11.3%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전체 가계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작년 상반기의 6.1%보다 올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 교육비 지출 규모는 2003년 20조원대를 돌파한 후 지난해 29조3천53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통계는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만큼 교육할 자녀가 있는 가구만을 떼어내서 생각할 경우 자녀 교육비 부담은 엄청난 것이 된다.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교육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아이 낳는 것을 꺼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가계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 교육비는 줄이지 않는 한국적 특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먹고살기가 힘들어도 자녀 교육 만큼은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대다수 부모들의 심정이다. 올해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대학 진학률은 83.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교 졸업자 10명중 8명 이상이 대학에 간다는 의미인데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의 대학 진학률이 50% 안팎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가 어렵고 가계가 쪼들리는 것과 자녀교육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한 기업체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7%가 가계생활비에서 가장 절약하고 싶지 않은 항목으로 자녀 학원비를 꼽았다.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이 같은 부모들의 정서에 공교육까지 부실하니 교육이 사교육 위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지역이나 지방의 변두리지역이나 할 것 없이 사교육을 당연시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아예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여기에다 사교육비는 갈수록 올라 통계청에 따르면 상반기 대입 단과반 학원비의 경우 6.1%가, 고입 단과반 학원비는 5.3%가 각각 인상됐다. 대입 종합반 학원비 상승률은 6.9%, 고입 종합반 학원비 상승률은 5.6%를 각각 기록했으며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보습학원비도 6.9%가 올랐다. 학원들이 교재비 등을 통해 학원비를 편법으로 인상하는 사례도 일반화돼있으니 학부모들의 등골이 빠질 지경이다. 사교육비 뿐 아니라 대학 등록금 부담도 심각한 문제다. 대학과 대학원 등 고등교육 물가도 상반기 7.5%가 올라 2004년 상반기의 7.6%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대학 등록금이 연 1천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원들의 불.탈법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 학원비를 과다 징수하는 일을 막아야 하고 연말정산에서 사교육비에 대한 소득공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공교육의 정상화다. 공교육이 내실있게 이루어지면 굳이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학원 수업보다 학교 수업의 질이 높다면 무엇 때문에 학원을 다니겠는가. 정부는 그간의 교육정책을 점검하고 공교육 강화에 부심해야 한다. 교육은 국민 개개인에게 맡길 사안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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