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금 증여인정 안된다.

2008. 9. 11. 15:0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별다른 직장도 없고 소득도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거액의 부동산을 구입했다면? 아마도 '로또'에 당첨됐거나 가족 등으로부터 일정액의 금전을 받아(상속 또는 증여) 구입한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될 것입니다.전자의 경우라면 상관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상속 또는 증여를 받은 금전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수상하게 여긴 과세당국의 '레이더망'에 걸려 세금추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따라서 가족 등으로부터 증여를 받았다면 세금이 다소 아깝더라도 '뒤끝'이 남지 않도록 깔끔하게 세금을 납부해 놓고 뭘 하든 하는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나 최근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를 했다가 '인용(납세자 승소)'결정을 받은 A씨의 경우를 보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A씨가 남편으로부터 금전을 받아 증여세도 내지 않은 채 부동산을 구입한 것까지는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이 금전이 '은행대출금'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과세관청이 국세청은 A씨가 남편으로부터 은행대출금을 증여 받았다고 판단, 증여세를 과세했습니다.

'빚'이나 다름없는 은행대출금을 증여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십니까?
□ 문제의 발단, '은행대출금'= 청구인 A씨는 지난 2003년 납골당 조성 목적으로 모처에 소재한 토지를 18억4000만원에 취득하기로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지급하기 위해 A씨는 남편이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남편명의로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한달 뒤 남편의 예금 1억원과 추가대출금 2억원으로 중도금 3억원, 추가지급금 1억원 등 총 7억원을 지불한 뒤 잔금 지급을 앞두고 땅값이 많이 뛰었는지 토지를 4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매각대금 40억원으로 남편명의로 빌린 대출금 등을 모두 상환을 했는데 문제는 이 때 터졌습니다. 국세청으로부터 1억5000여만원의 증여세를 내라는 고지서가 날라왔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대출이자를 상환시까지 남편이 대신 지급한 점, 은행대출금은 궁극적으로 남편이 갚아야 하는 채무인 점 등을 감안할 때 남편이 A씨 명의로 납골당 운영을 목적으로 토지를 취득했다고 보여지며 대출금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대출금은 자금융통일 뿐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회통념상 은행대출금을 증여한다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고 매각대금을 받아 대출금을 즉시 상환한 점을 보더라도 단순히 남편으로부터 자금융통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증여의 실체가 없다'는 논리로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습니다.

□ 심판원, "은행대출금 증여…상식에 어긋난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아닌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은행대출금을 증여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상식에 맞지 않다'는 A씨 주장의 논리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사회통념상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증여를 한다는 것이 건전한 상식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대출금을 증여받았다고 본다면 매각대금을 받아 대출금을 상환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대출금을 남편으로부터 빌려 사용했다가 상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대출금 상당액을 남편으로부터 무이자로 빌려 쓴 기간에 대한 무상대부이익에 대한 증여세 부과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건 증여세 부과처분은 잘못됐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