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후계구도

2008. 9. 11. 08:5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국정원은 1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에는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지난 달 14일을 전후해 쓰러진 뒤(국정원 보고) '통치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짧게는 수 일, 길게는 수 주일이 걸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북한은 김 위원장을 대신한 누군가에 의해 관리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누구인지, 그 인물 또는 집단은 김 위원장 후계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위 중심 최측근이 관리하는 듯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장'의 이름으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북한은 1998년 9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방위를 '최고 군사지도기관이며 전반적인 국방 관리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8일 정권 창건 60주년을 경축하는 중앙보고대회에서 국방위를 '나라의 중추를 담당하는 영도체계'라고 새로 규정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국방위가 국방 중심에서 국가를 통치하는 기관이 됐다는 의미"라며 "현재 상황도 국방위를 중심으로 관리되는 것 같다"고 했다. 국방위에는 인민군 총참모장 출신인 김영춘 부위원장과 작전국장 출신인 이명수 행정국장 등이 포진해 있다.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현철해 대장, 이명수 대장,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등 평소 김 위원장을 수행했던 핵심 측근들이 9·9절 사열대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들은 김 위원장 바로 옆에서 그의 명령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9일 정권 창건 행사에 중병설로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을설(87) 전 호위사령관과 국방위 제1부위원장 조명록(80) 차수가 모두 참석했던 것도 이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군 원로들을 '얼굴'로 앞에 내세우고, 실질적인 위기 관리는 군부 실세가 모인 국방위와 김 위원장 최측근 그룹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집단지도체제냐, 3대 세습이냐

김 위원장의 병세가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국정원은 보고했지만 북한에선 이제 후계문제가 본격적인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아들들과 군부,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 국방위 과장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행정부장)이 후계구도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관측된다. 지난 2004년 5월 김 위원장 눈에 벗어나 쫓겨 났지만 2006년 복귀, 보위부·검찰·법원 등 북한의 권력기관을 총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장남 정남(37)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보 소식통은 "현재 북한 2인자는 장성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차남 정철(27)과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는 김옥 과장도 핵심 변수다. 한 대북 전문가는 "만약 김 위원장의 의식이 없다면 장성택과 가까운 정남이 유리하고, 의식이 있다면 정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현재 정남은 평양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동생 평일을 주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군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김 위원장 유고시 북한은 첫째 군부 집단지도체제가 되거나, 둘째 집단지도체제를 거쳐 아들에게 세습되거나, 셋째 곧바로 3대 세습이 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