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3대 악재

2008. 9. 15. 12:37이슈 뉴스스크랩

가계.PF 부실ㆍ수출 둔화ㆍ내수 부진(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조재영 이준서 기자= 우리 경제가 `9월 위기설'에서는 벗어났으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단순한 금융시장 불안 차원을 넘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흔들 악재들도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훨씬 깊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발 국제 신용경색도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이며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외환위기 발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건설사들의 부실이 부도 등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가계부채도 고금리 등과 결합하면서 그 위험수위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과거와는 달리 북한내 권력투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가 리스크를 끌어올리고 있다.

◇ 세계경기 예상보다 심각..수출이 흔들린다전세계 경기의 급속한 위축으로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는 이미 침체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로지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일본은 같은 분기에 -0.6%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후퇴 국면에 집입했다.

문제는 선진국의 경기둔화가 본격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파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아시아경제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투자 과열이 수그러들면서 성장세가 올해 10% 부근에서 내년에는 8%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시아경제의 둔화는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이다. 지난해 수출액(본선인도 조건)에서 중국과 동남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3%, 18.4%로 미국(12.5%)이나 유럽(16.3%), 일본(7.7%) 등 선진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유로 등 선진시장의 경기가 이미 안 좋은 상황에서 아시아지역으로 경기하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내수.물가 불안하다.

국내 경제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경기하강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정부의 노력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국회가 지금 당장 추경을 결정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집행되는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연내에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추경편성 실패는 물가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추석 전에 추경안 처리를 통해 해당 공공기관에 자금을 지원,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을 최소화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추경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기요금은 7.75%, 가스요금은 11.2% 이상의 인상 요인이 생기고 소비자물가는 0.366%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공요금이 아니더라도 이미 물가불안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당초 전망보다 높은 5.3%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급등의 파급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환율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내수위축→경기둔화의 경로를 통해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앞으로 금융 불안보다는 실물 부문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기하강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계부채.PF대출 시한폭탄가계와 중소기업은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622조9천억원으로, 가구당 4천만원으로 계산됐다. 가계부채는 고금리와 결합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면서 경기를 끌어내린다. 부동산 가격 하락까지 가세할 경우 가계부채는 우리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중소 건설사들은 4분기에 한계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고 수도권에서도 건설경기가 살아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촉진시킨다고 하더라도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그동안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로 돈을 벌어들이면서 위기를 피해왔으나 이제는 해외 건설경기 마저 둔화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연말께 한계를 드러내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을 확대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를 중심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국내 증시 역시 외부 요인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주식.환율이 외부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정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며 "이제 다 지나갔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고 말했다.

◇ 정부 신뢰 상실도 문제비 경제적인 요인도 한국경제에 우호적이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북한의 권력투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우리경제에 적지않은 불안요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외국자본의 이탈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남북경협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종교적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도 국민들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도 여전하다. 그동안 정부는 환율 정책에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 최근에는 한국경제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해외에서 외평채 발행을 성공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심각한 상태라는 점이 더욱 걱정된다"면서 "최근에는 각종 경제정책이 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나오고 있어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더욱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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