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주상복합 전기료

2008. 10. 5. 22:2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초고층 주상복합 전기 소모 일반 주택의 4∼5배


 

 

우리나라 초고층 주상복합 열풍을 불러온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3.3㎡(1평)당 만원 정도다. 165㎡(50평)대는 월 50만원, 198㎡(60평)대 아파트는 월 60만원이라고 보면 된다. 전기 소비가 정점에 달하는 한여름에는 월 120만원에 달하는 가구도 있다는 추정치도 있다. 일반 가정의 10배다. 지난해에는 살인적인 전기요금에 못 견딘 주민들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표 부자동네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상관할 바 아닐까? 문제는 에너지 낭비와 이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CO₂)가 전국민의 숨통을 조인다는 점이다.

◇자동차 같은 집=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은 대부분 유리로 덮여 있다. 외관상 아름답지만 에너지 효율은 형편없다. 여름에는 건물 내부가 태양열로 온실효과가 일어난다. 직사광선을 가리려고 커튼을 치면 실내조명을 켜야 한다. 그래도 에어컨은 거의 24시간 돌려야 한다. 보통 4월부터 11월까지 냉방을 해야 하며 열기와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전면이 유리로 된 건축물은 마치 자동차와 비슷해 한겨울에는 외부온도보다 춥고 여름에는 뜨거워서 들어갈 수 없다.

실제 냉난방을 위해 쓰이는 전기를 비교하면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의 가구당 월평균 소비전력은 1000kwH가 넘는다. 강남의 최고급 단지는 1400kwH에 이른다. 하지만 2006년 전국 가구별 평균은 334kwH로 4분의 1에 불과했다. 건물은 한번 세워지면 최대 100년은 서 있다. 따라서 건물이 서 있는 한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입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4∼5배의 에너지 소모는 물론 CO₂도 더 뿜게 되는 것이다.

◇에너지 고효율 건축물 무풍지대=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인허가 받은 300가구 이상 10만㎡ 이상 대형 주상복합 건물의 가구수는 6만7691개다. 타워팰리스 2590가구의 27배 규모. 하지만 에너지 효율은 관심 밖이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에너지관리공단의 '건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이하 인증제)'에 등록된 건물 가운데 에너지 효율을 33.5% 높이면 받을 수 있는 1등급은 7곳 3500가구였다. 이중 대형으로 분류되는 300가구 이상은 3곳 2730가구이며 올해는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등록이 저조한 이유는 인센티브가 적기 때문이다. 1등급 인증에 대한 해택은 건설자금 융자시 2% 저렴한 금리다. 하지만 에너지 고효율 건축에 대한 저변이 넓지 않은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설계기술이나 건축자재, 건축설비 등이 고가이기 때문에 유인책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소비자들도 교육여건 등 입지조건을 중시하지 에너지효율에는 크게 좌우되지 않아 왔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에서 인증제에 등록하는 건물에 대해 용적률과 층고제한에서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인센티브 제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명지대 건축학과 이명주 교수는 "(건물의)객관적인 단위면적당 소요 에너지량을 공개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독일처럼 부동산 거래시 '에너지 증명서' 제시를 의무화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시장에서 평가받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건물 중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요량을 공개하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건물효율은 낮게 달린 과일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진다. 2005년 영국은 40%, 미국은 39%, 우리나라는 23%였다. 현 추세대로 건물이 증가할 경우 2020년 우리나라는 1990년 대비 에너지 사용이 2.4배 증가하게 된다. 저에너지친환경공동주택연구단장인 연세대 건축학과 이승복 교수는 "녹색성장과 서민주택 500만호 건설계획이 양립하려면 에너지 고효율 건물 보급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고효율 건축물의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뉴욕 대표 그린빌딩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BOA) 타워'는 전체 공사비에서 2∼3% 추가비용을 들여 에너지 고효율 건축을 실현했으며 추가비용은 3∼4년 뒤 회수될 전망이다. 최대 최고 그린빌딩이라는 홍보효과는 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에너지친환경공동주택연구단에서 추가 건축비 10%를 투자해 40∼5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주택을 연구 중이다. 건물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5년 정도면 추가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이후 발생하는 모든 에너지 비용은 이익이 되는 셈이다. 유가가 오를수록 회수기간을 짧아지고, 이익은 커진다.

기후변화 대응 전도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매킨지 쿼털리' 2007년 7월호에서 "빌딩에너지 효율은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라며 비교적 적은 고통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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